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다짐과 소망의 시간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산길을 걸으며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는 섬 여행을 계획해 보면 어떨까? 이왕이면 수도권에서 가깝고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수월하면 좋겠다. 깨끗하고 믿을 만한 숙박시설과 맛있는 음식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이 인천 무의도다.
무의도 여행의 매력은 가깝고, 경치가 빼어나며, 뚜벅이 여행객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산꾼들 사이에 ‘서해의 알프스’로 소문난 아름다운 호룡곡산과 국사봉이 은빛 물결 일렁이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봉긋하게 솟아 있고, 희고 고운 모래가 넓게 펼쳐진 해변은 겨울바다의 낭만을 만끽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무의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영종용유도)를 거쳐서 들어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역에 내려 여객터미널 3층 7번 승강장에서 출발하는 2-1 또는 222번 버스로 갈아탄 후 잠진도선착장에서 페리를 타면 된다. 잠진도와 무의도 사이를 오가는 페리는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차량을 가져갈 경우 선착장 주변에 주차를 하거나 페리에 싣고 갈 수 있다. 잠진도는 영종도 남단에서 연륙도로로 이어진 섬 아닌 섬이다. 잠진도와 무의도를 잇는 연륙교 공사도 한창이라 조만간 무의도 가는 길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페리를 타면 무의도의 큰무리선착장까지는 불과 10분 남짓한 거리다. 뱃머리를 돌렸나 싶은데 벌써 하선을 준비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으므로 차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
무의도(舞衣島)는 섬 밖에서 보면 말 탄 장군이 옷깃을 휘날리며 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춤추는 무희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남북으로 호룡곡산(245.6m)과 국사봉(236m), 두 개의 봉우리가 부드럽게 이어지고 큰무리선착장 반대편 광명항에서 다리를 건너면 소무의도에 갈 수 있다.
등산객들은 대개 선착장에서 바로 국사봉으로 올라 호룡곡산을 거쳐 광명항으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를 택한다. 이렇게 할 경우 총 산행 시간은 4시간 안팎이다. 하지만 가족끼리 혹은 친구들과 쉬엄쉬엄 완만한 코스를 즐기고 싶다면 호룡국산만 올라도 충분하다. 전망도 국사봉보다 호룡곡산이 낫다. 코스는 둘 중 하나를 택하자. 국사봉과 호룡곡산을 잇는 구름다리에서 시작해 정상을 거쳐 광명항 또는 하나개해변으로 하산하거나, 광명항에서 출발해 구름다리 또는 하나개해변으로 내려가는 코스가 있다. 두 코스 모두 한두 군데 급경사 구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완만하고 시원하게 트인 바다가 줄곧 옆에 따라오므로 오밀조밀한 섬 산행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고 인기 산행지답게 늘 등산객이 많으므로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정상에 빨리 올라서고 싶다면 구름다리를 출발점으로 한다. 5분 만에 오른쪽으로 하나개해변이 보이기 시작하고 40~5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 서면 승봉도, 자월도, 영흥도 등 주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인천대교와 송도국제도시의 마천루도 어렴풋이 실루엣을 드러낸다. 하나개해변 하산 코스에는 해안 절벽을 따라 ‘환상의 길’이라는 구간이 있어 오솔길을 걸으며 바다를 볼 수 있다. 다만 이 구간에 이르기까지 부처바위를 지나 경사가 가파른 길을 한참 내려가야 하므로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힘들 수 있다. 환상의 길이 끝날 무렵 드넓은 하나개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개해변은 여름이면 피서객으로 북적이는 무의도의 대표 명소다. 활처럼 휘어진 긴 백사장 위로 성수기에만 운영되는 방갈로 수십 동이 늘어섰고, 백사장 남쪽에는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룬다. 하나개란 ‘섬에서 가장 큰 갯벌’이라는 뜻이다. 썰물 때면 이름처럼 광활한 갯벌 위로 햇살이 눈부시게 내려앉아 보석처럼 반짝인다. 권상우, 최수지, 김태희, 신현준 등이 출연한 ‘천국의 계단(2003~2004)’과 엄정화, 오지호 주연의 ‘칼잡이 오수정(2007)’ 등 인기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당시 제작한 오픈 세트장이 그대로 보존돼 드라마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고픈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광명항 쪽으로 하산한다면 414m 길이의 인도교로 연결된 소무의도에 들어가 ‘무의바다누리길’도 걸어보자. 무의바다누리길은 8개 구간으로 이루어진 2.5km의 해안둘레길이다. 인도교를 건너자마자 정면 계단을 따라 ‘키 작은 소나무 길’을 오르면 안산 정상(74m)에 하도정이라는 정자가 서 있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하도정은 과거 ‘동백하’라는 새우가 많이 나는 어촌마을이었던 소무의도를 상징한다. 하도정에서 사방으로 트인 바다를 조망하고 섬 전체를 한 바퀴 천천히 도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소무의도는 조선 말기 <조선지리지>에 ‘떼무리’로 기록이 되어 있다. ‘본섬 일부가 떨어져나가 생긴 섬’ 또는 ‘대나무로 엮어 만든 떼배’만 하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섬 여행에 해산물 음식이 빠지면 서운하다. 광명항과 하나개해변 갈림길 근처의 ‘무의도데침쌈밥’은 데친 채소에 젓갈을 얹어 싸먹는 데침쌈밥과 시원한 굴국밥이 맛있고, ‘까치노을’은 밴댕이회무침이 별미다. 광명항 ‘광명식당’의 우럭매운탕과 해물칼국수도 현지인이 추천하는 메뉴다.
무의도에서 영종도로 나와 을왕리로 가면 조개구이집이 즐비하다. 낙조가 아름다운 을왕리해수욕장은 수도권 당일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1시간 거리에는 인천 중구의 대표 관광지인 개항장 역사문화거리, 차이나타운, 월미도, 자유공원 등도 있다. 여유가 있다면 이곳들도 함께 둘러볼 것을 권한다. 1883년 제물포항이 개항하면서 일본과 청나라 등 각국 조계지가 조성된 개항장 역사문화거리에는 근대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➊ 추천일정
〈당일 코스〉
하나개해변→호룡곡산→소무의도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_ 국사봉→호룡곡산→하나개해변
◉ 둘째 날 _ 소무의도→을왕리해수욕장
➋ 대중교통
공항철도 인천국제공항역 하차→인천공항 3층 7번 승강장에서 222번 또는 2-1번 버스→잠진도선착장에서 무의도행 페리 승선(30분 간격 운항, 10분 소요)
공항철도 1599-7788, www.arex.or.kr
무의도해운 032)751-3354~6, www.muuido.co.kr
➌ 숙박
소나무펜션 _ 032)751-4525, www.muui.net
빌리쉬펜션 _ 032)751-7877, www.villish.co.kr
씨사이드호텔 _ 032)752-7737, www.seasidehotel.co.kr
➍ 맛집
무의도데침쌈밥 _ 데침쌈밥・굴국밥 032)746-5010
광명식당 _ 해물칼국수・우럭매운탕 032)752-9203
까치노을 _ 아구탕・콩나물해장국・밴댕이회무침 010-3382-4215
: Yellow trip 카카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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