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밤이에요~
야경은 말 그대로 ‘밤의 경치’다.
여름은 이 밤의 경치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푸른 청춘들의 여름 이야기가 철썩이는 밤바다의 파도소리와 어우러지는
해운대 야경부터 도심의 부산스러움을 삭이는 고궁의 밤 풍경까지,
“아름다운 밤이에요~!”가 저절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전국 방방곡곡의 야경 여행지로 안내한다.
‘제2의 홍콩’이라고도 불리는 부산은 그 명성에 걸맞게 바다와 어우러진 밤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루가 다르게 솟아오르는 마천루들이 부산의 스카이라인을 새로 그리고, 광안대교는 부산 야경의 화룡점정인 양 황홀경을 연출한다. 부산 야경의 백미는 해운대다. 해운대의 야경을 제대로 보려면 ‘달맞이언덕’으로 가야 한다. 언덕 정상에 있는 해월정에 닿으면 광안대교와 동백섬, 그리고 해운대가 어우러진 풍경에 눈이 놀란다. 바다와 다리와 섬, 그리고 불빛이 어우러지는 해운대의 야경은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달맞이언덕에 조성된 ‘문탠로드’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야경 명소. 이름 그대로 ‘달빛을 받으며 걷는’ 길로 운치가 빼어나다. 달빛 비치는 밤바다 또한 아주 예쁘다.
“여수 밤바다의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듣다 보면 그 조명에 담긴 이야기가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 조명과 함께 자연스레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항구도시 여수의 랜드마크인 돌산대교다. 돌산대교는 여수의 밤바다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인 것만 같다. 돌산읍과 남산동을 연결하는 돌산대교는 연륙교가 흔치 않던 시절에는 그 자체가 명물이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즈음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는 도시의 불빛과 어우러진 형형색색의 대교 조명은 이국적 정취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바다와 섬, 여수항이 함께 어우러진 야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버스커 버스커가 왜 그렇게 여수 밤바다를 목놓아 불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경주의 밤은 달빛이 깔려야 어울린다. 그에 더해 불국사의 종소리라도 들린다면 천년 고도를 떠올리기엔 더할 나위 없다. 천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지나온 시간의 아름다움을 지키며 사는 도시, 경주에 밤이 내리면 낮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얼굴을 내민다. 천년고도의 아름다운 야경을 품은 대표적인 곳은 동궁과 월지(옛이름 안압지)다. 물에 비친 전각의 밤 그림자가 달빛처럼 아름다워 기러기도 쉬어갔다는 이곳의 야경은 은은한 색상의 조명과 고요한 숲, 잔잔한 못이 함께 어우러져 가히 ‘신라의 달밤’이라 표현할 만하다. 동궁과 월지가 곱게 치장한 화려함을 품었다면 첨성대의 야경은 우아하고 고요하다. 국보 제31호로 지정된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다. 낮에는 다소 작고 밋밋해 보이지만, 해가 진 후 조명이 더해지면 고아한 곡선이 부각되며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570개의 작은 섬들이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동양의 나폴리’ 통영은 백석의 시처럼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통영의 많은 아름다운 명소들 중에서도 육지로 바다가 들어온 항구 ‘강구안’을 제일 먼저 찾게 된다. 강구안의 낮이 외지인들을 맞이하는 축제의 장이라면 강구안의 밤은 통영 사람들에겐 잔잔한 휴식이자 삶의 축복이다. 잔잔한 바다 물결 위로 드리워진 형형색색 빛의 조각들이 바람결에 이지러지는 항구의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하나같이 낭만에 빠져들게 한다. 항구에 줄지어 선 고깃배와 넘실대는 푸른 바닷물을 보노라면 찌들었던 마음의 때가 씻겨나가는 기분마저 든다. 통영의 명물이 된 통영대교 또한 야경의 하이라이트다. 남망산국제조각공원은 통영 시민의 휴식처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야경은 남해안의 크고 작은 섬을 조망할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전통의 미가 빛을 만나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덕수궁은 서울을 대표하는 야경 명소다. 특히 시원한 밤바람 속에 거니는 덕수궁의 풍경은 여름날의 남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번잡함도 분주함도 없이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밤 산책의 즐거움을 한껏 누릴 수 있기 때문. 덕수궁은 경복궁이나 창경궁처럼 1년에 단 며칠만 야간 개방을 하는 게 아니라 매일 밤 9시까지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다. 경복궁이나 창경궁처럼 예약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것도 아니어서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특히 덕수궁은 다른 궁들에 비해 담이 적고 낮아 해가 지고 난 후 덕수궁에 들어가 밖을 바라보면 불을 밝힌 고궁과 담장 너머로 보이는 빌딩의 야경이 동시에 펼쳐져 과거와 현대의 서울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춘천은 호반의 도시로 유명하지만, 첩첩이 둘러싸인 아름다운 산도 호수 못지않게 아름답다. 춘천의 상징이자 진산인 구봉산 전망대에 오르면 춘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도심을 감싸며 굽이쳐 흐르는 의암호, 아파트가 촘촘히 들어선 신시가지, 삼악산 등 시내 전경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무엇보다 춘천을 감싸안은 물길과 빛이 어우러진 밤풍경이 아늑하고 다정스럽다.
전망대로 향하는 길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즐비하다. 어느 곳이든 들어가 앉아 시선을 밖으로 향하면 순연한 물길의 풍경과 호젓한 도시 야경이 반긴다. 늦은 시간이라면 술 한잔 하는 것도 좋겠다. ‘춘천 가는 기차’를 틀어 놓고 새록새록 피어 오르는 지난 추억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지나버린 청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야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성곽이다. 그중에서도 ‘성곽의 꽃’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조선 정조 때 당대 최고 수준의 축성 기술로 쌓은 수원 화성이다. 1796년 10월, 정조대왕은 그동안 꿈꾸던 새로운 조선을 향해 성큼 다가서게 된다. 바로 화성이 완공된 것이다. 2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가 축조한 화성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용성뿐 아니라 뛰어난 조형미까지 갖춘 수원 화성은 밤이 되면 은은한 조명과 함께 더욱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누각과 7개의 석조 아치로 이뤄진 화홍문 아래로 수원천이 흐르는데 여기에 오색 조명이 더해진 풍경은 수원 화성 야경의 백미다. 화성은 도로와 시장으로 둘러싸인 팔달문 주변을 제외하고는 성곽을 따라 전 구간을 끊김 없이 한 바퀴 돌 수 있으며, 40여 개의 치와 누각이 이어져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수원 화성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야간 관람 프로그램 ‘수원화성 달빛동행(www.swc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_ yellow trip 이현주
: Yellow trip 카카오 스토리
https://story.kakao.com/ch/yellowt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