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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balloon Sep 12. 2016

지구촌 시민들의
각양각색 밥심 메뉴

‘밥심’은 한국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아니다!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 ‘밥이 보약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와 같은 말들은

밥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알려주는 표현들이다. 

그런데 ‘밥심’은 한국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아니다! 

세계 곳곳에 고소한 밥맛을 즐기는 나라들이 많다. 

지구촌 시민들의 각양각색 밥심 메뉴를 알아본다.



이탈리아식 밥

크로켓

아란치니 Arancini

아랍인들에 의해 시칠리아에 소개된 이래 쌀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보편적인 음식 재료가 됐다. 하지만 정작 시칠리아의 음식에는 쌀이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쌀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일반 식품점이 아닌 약국이었다고. 시칠리아인에게 쌀은 약으로 간주되어 환자의 식단에 오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와중에도 시칠리아에 쌀을 재료로 하는 요리가 있었으니 바로 아란치니다. 아란치니는 고기나 채소, 치즈 등으로 소를 채운 주먹밥에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겨낸 음식이다. 보통 고기 소스인 라구나 토마토 소스를 뿌리고 모차렐라 치즈와 완두콩을 얹어 함께 먹는다. 그 모양이나 속을 채우는 것에 있어서는 지역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아란치니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오렌지’를 의미한다. 오렌지와 모양이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크기는 작아도 밥이 들어 있어 몇 개만 집어 먹으면 포만감이 든다.



삼미일체의 조화를 이루는 맛

일본 

돈부리 どんぶり

일본에는 돈부리(どんぶり)라고 하는 밥이 있다. 큰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다양한 재료를 얹어 먹는 일본식 덮밥으로 밥 위에 얹는 재료의 종류에 따라 덮밥 이름이 붙여진다. 줄임말로 동(丼)이라고도 하는데 소고기를 얹으면 규동(牛丼), 튀김을 얹으면 텐동(天丼), 닭과 계란을 함께 얹으면 ‘부모와 자식이 한 그릇 안에 있다’는 무서운 이름을 가진 오야코동(親子丼)이 된다. 밥 위에 얹는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수십 수백 가지의 돈부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밥과 반찬을 그릇 하나에서 해결할 수 있어 라멘과 더불어 일본의 대표적 간편식으로 꼽히며, 바쁜 직장인들이 출퇴근길에 즐겨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격식을 갖춘 음식에 비해 아랫급의 취급을 받기도 한다. 만화 <천하일미 돈부리>를 쓴 작가 다카쿠라 미도리는 돈부리를 ‘삼미일체의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맛을 창조해내는 소우주’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

인도네시아

나시고렝 Nasi goreng

세계 최대 벼농사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와 같이 밥이 주식이다. 나시고렝은 인도네시아의 전통 요리이자 대표적인 쌀 요리로 볶음밥과 비슷하다. 해산물이나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등을 각종 채소와 함께 넣고 특유의 향신료로 양념하여 센불에서 단번에 볶아낸다. 나시(Nasi)는 쌀, 고렝(Goreng)은 볶음을 뜻한다. CNN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2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보낸 미국 오바마 대통령 또한 나시고렝을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꼽았다고.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쌀 요리로 나시쿠닝이 있다. 명절, 생일, 결혼식 등에 축하의 의미로 먹는 요리로 코코넛과 향신료 쿠닛을 넣어 맛을 낸 노란색 밥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노란색은 금은보화와 풍부한 먹거리를 상징한다. 산처럼 높이 쌓아 희망, 이상, 꿈을 염원하며, 원뿔 모양의 틀에 눌러 담아 모양을 내는 경우가 많다.



페루의

라이스 푸딩

아로스 콘 레체 Arroz con leche

스페인어로 아로스(Arroz)는 밥, 레체(Leche)는 우유를 뜻한다. 즉 아로스 콘 레체는 쌀과 우유로 만든 스페인식 푸딩이다. 바닐라, 레몬, 계피 등의 다양한 향신료를 넣고 조리한다. 남미의 콜롬비아와 페루에서는 이 음식을 먹지 않고 자란 아이들이 없다고 할 정도로 즐겨 먹는 전통음식 중 하나다. 콜롬비아에서는 보통 후식으로 즐기는데, 계피향 가득한 우유 커스터드 크림 사이로 탱글탱글 씹히는 쌀알의 식감이 매우 좋다. 흰 쌀밥에 짭짤한 반찬을 곁들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낯설기도 하지만 한번 빠져들면 그 달콤함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미국식 

콩밥

호핑 존 Hopping John

미국 사람들도 콩밥(?)을 먹는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주인공은 호핑 존(Hopping John). 미국 남부지방에서 발달한 음식으로 쌀밥에 검은색 반점이 있는 동부 콩과 양파, 베이컨, 채소를 넣고 소금이나 향신료와 함께 볶아 먹는 음식이다. 이 콩밥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호핑 존은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이 먹었던 음식으로 남북전쟁 당시 생겨났다. 전쟁 당시 모든 것을 불태웠던 북군이 유일하게 남겨둔 것이 동부 콩과 순무 잎사귀였다 한다. 당시 미국에서 동부 콩은 사람이 먹는 곡식이 아니라 동물이 먹는 사료였기 때문. 전쟁의 폐허 속에서 목숨을 건진 이들은 흑인 백인 가릴 것 없이 가축 사료인 콩과 순무 이파리를 먹으며 살아남았다 한다. 덕분에 호핑 존은 지금은 행운을 부르는 음식이 됐다. 특히 미국 남부에서는 새해에 호핑 존을 먹으며 행운을 기원하는 풍습이 생겼다. 호핑 존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모두 부를 상징한다. 콩은 동전을 의미하고 각종 채소는 지폐와 비슷하다고 해 부의 축적을 기원하는 음식으로 여겨진다. 지역에 따라 진짜 동전을 넣기도 하는데, 이는 호핑 존을 먹다 동전을 발견하면 1년 내내 행운이 따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스페인식 

냄비밥

파에야 Paella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스페인 사람들도 냄비밥을 즐겨 먹는다. ‘스페인=냄비밥’이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쌀 요리, 파에야가 바로 냄비밥이다. 파에야를 볶음밥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파에야는 볶음밥과 만드는 방법이 전혀 다르다. 볶음밥은 이미 지어놓은 밥을 기름을 두르고 볶는

음식이지만, 파에야는 냄비밥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쌀에 육수를 부어 냄비에 안친 후 센불로 익히다가 약불로 뜸을 들인다. 그런 다음 향료와 고명을 얹어 익혀내면 완성된다. 냄비밥인 만큼 누룽지도 일미다. 일부러 슬쩍 그을려서 박박 긁어 먹는 누룽지 맛 또한 기막히다. 파에야라는 말 또한 ‘밑이 넓은 냄비’를 뜻한다. para ella(for her, 그녀를 위하여)에서 온 말이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남자들만이 이 요리를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전통적으로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에서는 축제나 마을 행사가 있을 때면 앞다퉈 거대한 파에야를 내놓는다. 기네스북에도 가장 큰 크기의 파에야가 등재돼 있는데 1992년 3월 8일 기록된 요리는 후안 카를로스 갈비스라는 요리사가 몇몇 주방장과 함께 조리한 것으로서 직경만 20m짜리였다고. 당시 10만여 명이 이 대형 파에야를 즐겼다고 한다.



걸쭉하고 촉촉한

이탈리아식 쌀 요리

리소토 Risotto

이탈리아 북부에서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 전역으로 보급되었고 전 세계로 퍼져 이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쌀 요리가 됐다. 리소토는 쌀(Riso)과 최고(Ottimo)라는 말을 합친 ‘최고의 쌀 요리’라는 뜻. 하지만 이 요리의 기원은 그리 우아하지 않다. 오랜 항해에 량이 부족해지자 남은 재료들을 몽땅 썰어 넣고 볶은 것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리소토는 볶음밥이 아니다. 두꺼운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파나 양파를 넣고 다 오일에 채소 향이 배면 쌀을 넣은 후 화이트 와인과 육수를 넣고 졸이면서 익혀낸 요리다. 고슬고슬한 동남아식 볶음밥과 달리 죽처럼 촉촉하면서 걸쭉한 식감이 특징이다. 딱딱하고 쌀의 심이 느껴지는 리소토는 파스타처럼 알덴테로 조리한다. 또 조리 후 약간 끈적끈적한 느낌이 나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알론다(all'onda)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리소토를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전채요리로 즐긴다. 각 지방의 대표적인 식재료를 응용한 수천 가지 리소토가 존재하지만 크게 육류, 채소, 해산물 종류로 구분된다. 어떤 재료를 첨가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맛으로 완성된다.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식 리조토를

필라프라고 부른다.



말레이시아의

코코넛 밀크밥

나시르막 Nasi lemak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요리다. 코코넛 밀크에 판단(Pandan) 잎을 넣어 지은 밥을 멸치, 삶은 달걀, 새우, 오이, 볶은 땅콩, 볶은 고기, 삼발 소스(고추, 샬롯, 소금, 설탕 등으로 만드는 매운 양념) 등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은 한식의 밥처럼 희고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먹어 보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밥과 반찬을 접시에 담아 먹기도 하지만 전통적 방식은 접시 대신 바나나 잎을 사용하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차림이지만 생각보다 든든할 뿐 아니라 먹고 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맛이다. 어느 식당을 가든 맛이 비슷하고, 길거리의 허름한 식당이나 백화점 푸드코트 같은 곳에서 먹으면 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버스나 기차를 탈 때 간식거리로 좋아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나시르막은 말레이시아어로 ‘맛있는 밥’이라는 뜻이다.



향긋 고소한

아프리카식 볶음밥

졸로프 라이스 Jollof rice

나이지리아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쌀밥을 먹는다. 하지만 쌀은 우기가 긴 지방에서만 재배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 특별한 날에만 먹는다고. 쌀로 만든 대표적인 연회용 음식이 바로 ‘졸로프 라이스’다. 경사스러운 날,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음식으로 쌀, 토마토, 양파, 후추 및 여러 가지 열대 향신료를 함께 섞어서 익힌 쌀

요리다. 튀긴 닭, 소고기, 염소고기 혹은 생선과 함께 먹는다. 우리나라 볶음밥과 비슷하며 전체적으로 무척

구수한 맛을 품어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글 _ yellow trip 이현주




: Yellow trip 카카오 스토리

https://story.kakao.com/ch/yellow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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