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마다 설렘이 있는 곳! 가오슝
저마다 인생의 목표는 달라도 모두들 그 끝에 행복이라는 깃발이 펄럭이기를 바라는 것처럼 여행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곳에 가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감으로 충만해지는 곳, 우리가 원하는 여행지는 아마도 그런 곳일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여긴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여행이 아닌 나만의 여행을, 나만의 여행지를 만들어보자. 발걸음마다 설렘이 있는 곳, 타이완 서남부의 매력적인 항구도시 가오슝으로 안내한다.
가오슝은 타이베이에 이은 타이완 제2의 도시이자 가장 큰 항구도시다. 서쪽으로 타이완 해협, 남쪽으로 파사 해협과 마주해 오랫동안 인도양과 동북아 해운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가오슝 사람들은 인정이 많고 친절하며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는 천성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타이베이에 101빌딩이 있다면 가오슝에는 85스카이 타워(85 Sky Tower)가 있다. 85스카이 타워는 50층 규모의 세계무역빌딩과 함께 세계 시장을 향해 뻗어나가는 가오슝의 위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오슝에 도착해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도시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랜드마크, 85스카이 타워다. 최고층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120m 지점을 지나면 자동으로 내부 조명이 꺼지면서 밤하늘의 별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우주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환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고층에 이르면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전망이 펼쳐진다. 멀리 보이는 바다와 황홀한 도심 야경을 한껏 만끽하자. 특히 연인과 함께 여행 중이라면 꼭 방문할 것을 권한다.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개방되며 연중무휴 관람이 가능하다.
85스카이 타워에서 내려다본,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아름다운 물길은 타이완 8경의 하나인 아이허(愛河, Love River)다. 타이완 전역의 명소 가운데 상위 8곳 안에 드는 곳이니 그 아름다움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총 길이 12km인 아이허는 가오슝 시민이 가장 아끼는 대표적인 휴식공간이다. 무지갯빛 수면 위로 매일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사랑의 유람선이 운항되고, 연안을 따라 조성된 허삔공원(河濱公園)에서는 매일 흥겨운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강변을 따라 걷다가 흐르는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겨도 좋겠다. 아이허 야경은 원소절의 ‘등불축제’나 단오절 ‘드래곤보트축제’의 주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아이허에서 펼쳐지는 등불축제는 가오슝에서 가장 중요한 연중행사다.
아이허를 따라가면 강물이 바다와 합류하는 곳에서 쩐아이 부두(真愛碼頭)를 만난다. 본래 이름은 ‘12호 부두’이며, 쩐아이는 ‘진실한 사랑’ 또는 ‘참사랑’이라는 뜻이다. 쩐아이 부두는 가오슝 시정부의 도시발전계획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레저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등장할 뿐 아니라 웨딩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는다. 부두에 정박한 거대한 범선과 맞은편에서 우아함을 뽐내는 고층빌딩들이 강물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저녁이 되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부두 주변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다. 쩐아이 부두와 치진어항(旗津漁港)을 왕래하는 사랑의 유람선을 타고 강물 위에서 도심을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아이허를 따라 자리한 부두의 이름은 모두 ‘사랑’을 테마로 한다. 왜일까?
가오슝 도심을 가르는 강변을 걷노라면 흐르는 강물이 사람의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기 때문이란다.
못 믿겠다면 사랑의 강, 아이허에 직접 가보시라.
해질 무렵엔 가오슝 시민들이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꼽는 시즈완(西子灣)으로 가자. 중산대학교(中山大學) 옆문 부근에 위치한 시즈완에는 특별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석양이고 다른 하나는 홍당무밭이다. 시즈완 제방에는 해가 지기 시작하는 때를 맞추어 하늘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낭만적인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온다. 커플이 짝을 이뤄 제방 위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데이트 코스라서 ‘연인들의 제방’이라고도 부른다. ‘홍당무밭’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왔다. 석양을 바라보는 연인들의 뒷모습이 마치 두 개씩 짝을 지어 심어 놓은 홍당무처럼 보인다 해서 시즈완을 ‘홍당무밭’이라 부르는 것.
가오슝을 즐기는 특별한 방법 아이허 수륙교통
01 > 태양 에너지 선박, 사랑의 유람선
해안을 따라 산책하는 것도 좋지만 배를 타고 물 위를 미끄러지며 강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가오슝은 도시계획에서 친환경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원래 운영하던 사랑의 유람선 외에 저소음 친환경 태양 에너지 선박도 운영한다. 조용한 배에 앉아 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를 것이다.
INFO
타는 곳 가오슝 河東路 앰배서더 호텔 앞 선착장
운항노선
쩐아이 부두(真愛碼頭)~치센교(七賢橋)
운항시간
매일 오후 4시~밤 11시(20~25분 소요)
02 > 오리배-수륙관광차
가오슝의 수륙관광차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이 보급품을 운반하거나 군인들을 강 건너로 이동시키려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지금은 차체를 개조해 관광용으로 사용한다. 오리 모양의 이 관광차는 실제로도 오리처럼 바다와 육지를 왕래해 ‘오리선’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육지에 있을 때는 도심의 거리를 달리고 물 위에 떠있을 때는 가오슝 항구의 풍경을 즐기며 유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03>참사랑 부두 관광유람선
가오슝 부두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싶다면 쩐아이 부두에서 치진어항 사이를 왕래하는 관광유람선을 타자. 육지가 아닌 물 위에서 가오슝을 바라보면 새로운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일몰 시간에 맞춰 배를 타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
info
타는 곳 쩐아이 부두 또는 치진어항
운항노선
쩐아이 부두~치진어항
운행시간
90~100분
항구도시의 부두는 어쩐지 일반인이 접근해서 여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하지만 버려진 부두와 창고를 개조해 만든 가오슝의 예술특구를 둘러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부두 하면 대형 컨테이너이나 하역하는 인부들 등 여행과 관계 없는 것들만 연상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가오슝 항구의 2호 부두 일대는 열차도 멈추고 주민들도 거의 떠나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토록 스산했던 지역에 예술가들이 들어오면서 풍경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지금 이곳은 작가들의 작업실과 전시공간이 들어서고 독특한 조형물이 설치된 예술적인 동네가 됐다. 보얼예술특구(駁二藝術特區, Pier-2 Art Center) 이야기다.
‘보얼’은 2호 연결 부두라는 뜻으로, 가오슝 항 2호 부두 일대의 예술지역을 가리킨다. 이 지역은 가오슝 전역을 통틀어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창의적인 공방 안에서는 다양한 예술단체가 예술을 실생활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표현예술을 위해 설치된 월광극장에서는 각종 공연이 상연된다. 예술가들이 만든 개성 넘치는 거리를 걸으며 만나는 풍경은 낯선 즐거움이자 항구도시 가오슝만이 줄 수 있는 낭만이다.
보얼예술특구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곳은 가오슝 노동자 박물관이다.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기리는 이 박물관은 타이완 설탕 C4 창고에 자리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동자를 테마로 한 박물관이다. 평생을 부두 노동자로 살다 간 이들의 수고가 가오슝 공업단지를 발전시킨 밑거름이 되었음을 기억하며 전국의 노동자들과 함께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수고를 공유하는 장이라 할 수 있다. 노동자 박물관 바로 뒤편에는 공연장이 있고 건물 옆으로는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을 따라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 도로가 있다.
보얼예술특구가 성공하면서 가오슝은 항구의 특색을 살려 2년마다 17호 부두에서 전 세계 예술가들을 초대해 <국제컨테이너예술제>를 개최한다. 어인부두(漁人碼頭)의 창고는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테마 레스토랑과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는 카페 거리로 변신했다. 그밖에 12호 부두, 치진 선착장 풍차공원 등 곳곳에서 예술도시로서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보얼예술특구 지역을 둘러보았다면 다음 코스는 바나나 박물관(香蕉棚)이 있는 위런 부두다. 과거 타이완의 바나나 수출은 가오슝 항, 특히 위런 부두를 통해 이루어졌다. 바나나 수출량이 급증하면서 1965년에 위런 부두의 바나나 창고는 2층 규모의 대형 수출 전용 창고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바나나 수출 전성기가 지나면서 창고는 곧 방치되어 버렸다. 부두와 창고의 버려진 모습이 하도 흉해서 접근하기가 두려운 지역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바나나 창고가 도시발전 개발 프로그램으로 1층은 바나나 박물관으로, 2층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2층 카페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은 가오슝 제1항구와 제2항구가 직선으로 교차하는 곳이라서 선박이 항구에 들어오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인다. 부두는 노천식당과 카페가 들어선 낭만적인 명소가 되었고, 저녁이면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바나나 창고와 위런 부두는 이처럼 아름다운 항구 풍경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큰 인기를 누린다. 여름이면 수상 레저도 즐길 수 있다.
가오슝은 자매 도시인 부산과 여러모로 닮았다. 각각 타이베이와 서울에 이은 제2의 도시이면서 항구도시이고, 영화와 예술을 사랑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쩐아이 부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가오슝 영화도서관은 영화 마니아라면 꼭 한번 들러볼 것을 권하고 싶은 곳이다. 옛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복원해 활용하고 있는데, 1층에서는 잘 알려진 이안 감독 등 타이완 남부 출신 영화인들과 그들이 제작한 영화 속 명소 등 뒷이야기가 전시된다. 기념품 숍과 카페도 있다. 2층에는 비디오를 무료로 대여해 개인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시청각실이 있고, 3층 대형 영화관에서는 매일 오후 2시에 ‘오늘의 영화’를 상영한다. 한국영화도 종종 상영된다. 또 바로 앞 강변의 야외극장에서는 주말마다 영화를 상영한다.
예술의 거리는 도심 속 빌딩 숲에도 있다. MRT 중앙공원역 옆의 청스광랑(城市光廊)에서는 주말이면 예술가들의 공연이 열리며, 조형물들 사이에 자리한 노천카페에 앉아 차 한잔 즐기기에 좋다. 거리와 연결된 중앙공원역은 가오슝의 자랑이다. MRT를 타기 위해서는 지하 2층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에스컬레이터로 오르내리는 길에 폭포가 흐른다. 누가 이런 발상을 했을까? 중앙공원의 이미지를 지하 2층까지 연결하며 고스란히 살려냈다.
가오슝의 MRT는 2개의 노선, 레드 라인(R)과 오렌지 라인(O)이 있다. MRT역은 가오슝의 명소를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계획해 만들었기 때문에 여행자가 이용하기에 아주 편리하다. 또 역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으로 아름답게 꾸며 공공예술 공간으로 각광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메리다오(美麗島)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역으로 꼽힌다. 이 역에는 이탈리아 작가의 작품인 ‘빛의 돔’이 있다. 약 6천 개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16개의 돔에는 인간의 탄생, 성장, 영광, 재생 등의 과정이 표현되어 있다. 작품을 완성하는데 무려 4년 반이 걸렸을 만큼 공을 들였다고 한다.
Travel Information
한국에서 가오슝 가는 법
중화항공과 에바항공이 인천-가오슝 노선에 각각 주 7회, 에어부산이 김해-가오슝 노선에 주 4회 직항편을 운항한다.
인천과 부산에서 타이베이로 들어가 고속열차, 일반열차, 버스를 이용해 가오슝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3시간 소요
가오슝 시내 이동
공항에서 택시, 버스, 지하철(MRT)을 이용한다. 특히 공항에서 MRT역이 바로 연결되므로 10~20분이면 도심까지 갈 수 있다.
One-Day Traveler카드를 이용하면 MRT, 시내버스, 페리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글 _ 양소희(여행작가) / 사진 _ 양소희, 가오슝시정부관광국, 노랑풍선 DB
: Yellow trip 카카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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