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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balloon Oct 11. 2016

세계의 치즈 요리
'Cheese~'

치즈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다양한 요리에 곁들여 먹으면더 맛있다.

세계의 치즈 요리

C h e e s e


발효식품 하면 떠오르는 것. 한국 사람이라면 김치와 장류를 떠올리겠지만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발효식품은 따로 있다. 바로 치즈. 이제는 우리 식탁 위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치즈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발효음식이다. 세상에서 가장 풍부한 맛과 에너지를 지닌 음식 중 하나인 치즈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다양한 요리에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 치즈로 만든 세계 각국의 요리를 알아봤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먹는 치즈

퐁뒤 Fondue

최근 퐁뒤에 찍어 먹는 햄버거, 갈비살까지 등장했지만, 원래 퐁뒤는 녹인 치즈에 빵을 찍어 먹는 스위스 전통음식이다. 퐁뒤는 17세기 알프스의 겨울이 만들어냈다.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살아가던 목동과 사냥꾼들에게 겨울이 찾아오면 남아 있는 음식이라고는 가을에 수확한 포도로 담근 와인과 딱딱하게 굳은 치즈, 그리고 말라버린 빵 덩어리가 전부였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이들은 딱딱해져버린 치즈를 따뜻하게 먹기 위해 가마솥에 화이트 와인을 넣고 치즈를 끓여 녹였다. 따끈하게 녹은 치즈는 온갖 것을 찍어 먹기에 좋았고, 특히 굳은 빵에 녹인 치즈를 묻히자 빵이 부드러워져 한결 먹기가 편한 데다 알프스의 찬바람에 얼어붙은 몸도 녹일 수 있었다. 눈 덮인 스위스 가정에서는 이렇게 겨울을 보냈고, 목동들은 겨울철 퐁뒤를 함께 먹으며 힘을 합쳐 젖소를 돌봤다한다. 원래 치즈 퐁뒤는 에멘탈, 그뤼에르 등 스위스산만을 이용했지만, 이후 치즈와 와인뿐만 아니라 찍어 먹는 재료가 다양해지면서 지금은 종류가 늘었다. 치즈 퐁뒤는 스위스 뉴샤텔 지방에서 유래했다고 해서 퐁뒤 스위스, 혹은 퐁뒤 뉴샤텔루아즈라고도 불린다.



철판에 지글지글 구워 먹는 치즈 요리

라클렛 Raclette

퐁뒤와 더불어 스위스를 대표하는 치즈 요리다. 스위스 발레(Valais) 지역의 유명한 요리로, 커다란 라클렛 치즈 덩어리를 녹인 후 긁어내 감자나 빵에 얹어 먹는다. 직접 녹여서 얹기 때문에 와인을 섞어 끓이는 퐁뒤와는 다른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릴이나 팬에 치즈를 녹인 후 감자에 발라먹으면 끝. 하지만 녹여 먹어야 하는 번잡스러움 때문에 초반엔 인기가 없다가 1970년대에 라클렛 전용 그릴이 등장하면서 일반 가정집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게 됐다. 보통 그릴 아래쪽에는 치즈를 녹이고 있고 위쪽에서는 채소를 구워 먹는다. 라클렛을 먹을 때는 그릴이 비어 있지 않도록 치즈를 계속 녹이고, 배가 불러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더라도 테이블 구성원 전체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치즈를 녹이는 것이 예의이다. 전통적으로 감자, 오이와 양파 피클을 곁들여 먹었으나 오늘날에는 곁들이는 음식의 종류가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드라이한 발레(Valais)산 와인이나 따뜻한 티와 함께 먹으면 더 좋다.



거대한 치즈 스틱

스마제니 시르 Smazeny syr

맥주가 발달한 체코에서는 각종 치즈가 식사의 애피타이저 또는 안주로 제공된다. 그중 스마제니 시르는 두께가 있는 치즈에 빵가루옷을 입혀 통째로 튀겨 먹는 요리로 겉모습이 돈가스를 닮았다. 체코에서는 프렌치프라이급에 속하는 대중적인 요리이며 보통 타르타르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식감은 치즈 스틱과 비슷하고 한입 베어물면 줄줄 흘러내리는 치즈의 강렬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고소하면서도 뒷맛은 느끼해 맥주 안주로 제격이다. 체코에서는 보편적인 채식주의자 메뉴로 꼽힌다.



헝가리식 피자 호떡

랑고쉬 Langos

랑고쉬는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어느 지역에서도 랑고쉬를 파는 노점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을 튀긴 후 달콤한 마늘크림소스를 바르고 그 위에 싱싱한 과일 등 다양한 토핑을 올린 후 치즈를 솔솔 뿌려먹는다. 넓적한 도우가 호떡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다양한 토핑이 올라간 피자를 떠올리게도 한다. 헝가리 사람들은 보통 이 랑고쉬에 마늘즙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잘되는 호떡집은 줄을 서듯 헝가리에서도 유명한 랑고쉬집은 항상 손님이 붐빈다.



크림처럼 부드러운 치즈 디저트

티라미수 Tiramisu

세계적으로 이름값을 하는 이탈리아 요리들 중에서 막내로 태어난 요리가 바로 티라미수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탈리아 디저트인 티라미수는 이탈리아 전통 크림 치즈인 마스카포네와 초콜릿 시럽 등을 번갈아 겹겹이 쌓고 그 위에 코코아 가루를 뿌린 뒤 차갑게 굳혀서 만든다. 커피와 카카오의 향이 마스카포네 치즈와 잘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내는데, 한입 먹었을 때 입안에서 크림이 사르르 녹으며 단맛과 약간의 쌉쌀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티라미수는 치즈 함량이 높아 열량이 높고, 커피 속 카페인의 각성 효과 때문에 ‘나를 들어 올리다’ ‘기분이 좋아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여러 지역이 ‘우리가 티라미수를 처음 개발한 원조’고라 주장하나, 1960년대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Veneto) 주에 있던 식당 ‘레 베케리에(Le Beccherie)’에서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큰 지지를 얻고 있다.



꼬릿꼬릿 중독성 강한 묘한 매력

고르곤졸라 피자  Gorgonzola Pizza

달콤한 꿀에 콕콕 찍어 먹는 재미가 있는 고르곤졸라 피자의 주인공은 고르곤졸라 치즈다. 이탈리아 북부지방의 고르곤졸라(Gorgonzola)라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이 치즈는 세계 3대 블루 치즈 중 하나로 이탈리아 대표 곰팡이 치즈답게 짭조름하면서 독특한 풍미가 미각을 사로잡는다. 항암과 당뇨병 예방 및 피부 미용에도 효능이 탁월하다고 알려진 고르곤졸라 치즈는 콤콤한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그냥 먹기보다는 피자, 파스타, 뇨끼 등 다양한 요리로 즐겨 먹는다. 고르곤졸라를 활용해 만드는 대표적인 요리가 바로 고르곤졸라 피자다. 일반적으로 고르곤졸라 피자는 냄새를 잡고 느끼한 맛을 줄이기 위해 꿀에 찍어 먹는다. 이때 기호에 따라 꿀을 달리 하면 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민트를 토핑한 민트꿀이나 견과류를 넣은 꿀, 와인 등과 함께 곁들이면 더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깊고 진한 치즈 향이 물씬 뉴욕식

치즈케이크 Cheesecake

도시를 대표하는 디저트가 있다. 그중 뉴욕 하면 크림 치즈가 듬뿍 들어간 치즈케이크가 떠오른다. 치즈케이크의 고향이 뉴욕은 아니다.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치즈를 기본 재료로 한 커스터드풍의 달콤한 케이크를 뉴욕에 전해주었고, 고대 로마에서도 비슷한 요리를 즐겨 먹었다고 전해온다. 하지만 진하고 크리미한 요즘 스타일의 치즈케이크를 만들어 낸 것은 뉴욕이다. 치즈케이크의 중요한 재료인 미국식 크림 치즈는 1872년 뉴욕 주 체스터 지역의 농부 윌리엄 로렌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는 뇌샤텔 치즈를 만들던 중 실수로 무거운 치즈인 크림 치즈를 만들게 됐고 이 치즈에 ‘필라델피아’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크림 치즈의 발견으로 미국에서는 이를 이용한 치즈케이크가 인기를 끌게 되었고,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는 치즈케이크 스타일이 이것이라 할 수 있다. 밀가루는 전혀 넣지 않고 크림 치즈, 사워 크림, 연유, 달걀노른자로 맛을 낸 뉴욕 치즈케이크는 약간 뻑뻑하다 느낄 정도의 질감이 특징이다.



리코타 치즈로 만든 굴림만두

누디 Gnudi

파스타 반죽을 두 층으로 나누어 그 사이에 고기와 야채 등을 넣어서 만든 이탈리아식 만두를 라비올리라 한다. 누디는 라비올리에서 파스타 반죽이 없이 만두 소만 이용해서 만든 요리, 즉 이탈리아식 굴림만두라 볼 수 있다. 누디의 기본 재료는 리코타 치즈와 시금치이며 그 외에는 우리 만두처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 리코타 치즈의 리코타는 ‘두번 데웠다’라는 뜻의 이탈리어다. 누디는 이 리코타 치즈에 시금치, 파마산 치즈가루, 밀가루, 달걀, 소금, 후추, 버터를 넣고 섞은 후 한입 크기의 볼로 만들어 물에 한번 데쳐낸다. 그런 다음 팬에 버터를 녹여 익힌 시금치 볼을 한번 더 구워주면 리코타 치즈 시금치 누디가 완성된다. 리코타 치즈 시금치 누디의 맛을 표현하자면 리코타 치즈 특유의 고소함과 시금치의 부드러운 향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맛. 팬에 구울 때 표면을 좀 더 노릇하게 구우면 바삭한 표면 식감과 부드러운 안쪽 식감이 대조되어 고급스럽고 독창적인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인들의 소울푸드

맥 앤 치즈 Mac & Cheese

미국 드라마를 보면 꼭 나오는 음식 중 하나가 맥 앤 치즈다. 정식 명칭은 마카로니 앤 치즈이나 별칭으로 맥 앤 치즈(Mac and Cheese), 일부 사람들은 뒤집어서 치즈맥(Cheese Mac)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인들의 소울푸드를 꼽으라면 당연히 이것일 정도로 미국인들의 생활에 가장 깊게 녹아있는 음식이다. 한국인의 라면과 비슷한 포지션이라 할 수 있다. 맥 앤 치즈는 버터와 체더 치즈를 듬뿍 넣어 만드는 것이 정석이며, 미국에서는 스테이크나 햄버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드 메뉴다. 짭조름하면서도 치즈의 고소한 풍미와 함께 우유와 버터의 느끼한 맛이 어우러져 콜라와 궁합이 좋다. 미국에서는 어른들의 맥주 안주로 사랑받는다. 마카로니와 치즈의 조합으로 굉장히 느끼할 것 같지만 할라피뇨를 추가하면 알싸한 맛에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독일식 치즈 수제비

케제슈페츨레 Kaesespaetzle

갈은 치즈 케제(Kaese)와 밀가루 국수인 슈페츨레(Spaetzle)를 버터에 볶은 양파와 함께 켜켜이 쌓아 오븐에 넣어 구운 요리다. 남독일 전역에서 즐겨 먹으며 특히 슈바벤 사람들이 좋아한다. 독일 레스토랑(한국에서도 물론)에서 이 음식을 주문하면 그 첫 모습에 당황할 수 있다. 그릇 가득 갈색 부스러기들과 그 아래로는 걸쭉해 보이는 노란 물체가 담겨 나오기 때문. 그 노란 물체의 정체는 짜리몽땅한 누들로 우리나라 올챙이국수와 모양새가 비슷하다. 포크로 푹 뜨면 마치 청국장처럼 죽 늘어나는 치즈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아름답지 못한 비주얼 때문에 처음엔 꺼려지지만 한번 맛을 보면 치즈의 고소한 맛과 면의 부드러운 식감에 푹 빠져든다고. 면 위에 가득 오른 갈색 부스러기들은 양파다. 자칫 심심해질 수 있는 식감을 보완해주므로 살짝 튀겨 바삭해진 양파 조각들과 즐기면 더욱 맛이 좋다.


글 _ yellow trip 이현주




: Yellow trip 카카오 스토리

https://story.kakao.com/ch/yellow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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