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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balloon Dec 09. 2016

술에 지친 몸에게 바치는 위로
세계의 해장음식

연말 주당들의 쓰린 속에 바치는 각국의 이색적인 해장음식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면 지구촌은 ‘술독’에 빠진다. 그리고 숙취 해소를 위한 음식은 연말 주당들의 가장 친근하고 다정한 동반자가 된다. 전 세계 15위, 아시아 1위의 술 소비량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해장음식은 뜨끈하고 시원한 해장국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는 어떤 해장음식이 있을까? 연말 쓰린 속에 바치는 각국의 이색적인 해장음식을 모아봤다.


Pad kee mao

태국 팟키마오

태국에서는 팟키마오라는 국수를 안주로 먹으며 숙취를 예방한다. ‘술 취한 국수’ 라는 뜻의 팟키마오는 쌀국수로 만드는 볶음국수다. 쌀로 만든 면에 생선소스, 간장소스, 매콤한 고추, 숙주, 고기, 두부 등을 넣어 볶아 먹는데 말 그대로 해장면이다. 술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 이 요리에 ‘술취한 국수’라는 별명이 붙은 데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어떤 이가 술을 마시고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 또 하나는 매콤하게 볶아낸 이 국수가 맥주를 더 많이 마시게 하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어찌됐든 태국 사람들은 매콤한 음식을 먹고 땀을 흘리면 음주로 인한 독성과 숙취를 풀어낼 수 있다고 믿어 음주 시 매콤한 국수를 곁들인다고. 그래서 태국의 국수 요리 전문점이나 식당에 가면 팟키마오 같은 맵고 얼큰한 해장용 국수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Rollmops

독일 롤몹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술 마신 다음날 비릿한 생선으로 해장을 한다. 청어를 소금과 식초에 절여 양파, 피클에 싸먹는 청어 절임 ‘롤몹스’가 독일 주당들의 숙취 해소 단골 메뉴다. 청어는 아스파라긴산과 메티오닌 등 아미노산이 풍부해서 손상된 간의 해독을 돕는다. 또 등푸른생선인 청어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 3, DHA, EPA는 과음으로 손상된 뇌세포를 회복시켜 두통을 감소시킨다. 독일에서는 해장 식단을 ‘고양이 아침밥’ 이란 뜻의 카터프뤼흐슈튁(Katerfruhstuck)이라고 부르는데,

이 식단에 청어 절임은 필수다.


Prairie Oyster

미국 프레리 오이스터

세계 각국의 문화가 혼재하는 미국은 해장 비법도 다양하다. 남부 지방에서는 치킨 텐더, 비스킷, 스파이시 프라이 또는 피자에 핫소스를 뿌려 먹거나 햄버거로 해장을 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것은 해장 칵테일, 프레리 오이스터다.‘들판의 굴’이라는 뜻으로 달걀을 가리키는 이 해장 칵테일은 날달걀 노른자 위에 소금, 후추, 토마토 주스, 식초, 브랜디 등을 섞어 마시는 것. 달걀의 단백질과 아미노산, 타우린 등이 간 기능을 회복시키고 체내 독소를 빠르게 해독해준다. 또 토마토 주스와 맥주를 섞은 레드아이(red eye) 칵테일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레드아이는 말 그대로 ‘숙취로 빨개진 눈’이라는 뜻이다. 프레리 오이스터와 레드아이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토마토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술로 인해 소모된 비타민을 보충하며,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메이트가 풍부해 피로회복에 좋다.


Umebosi

일본 우메보시

한국에 이어 아시아 지역 술 소비량 2위인 일본의 애주가들은 과음한 다음날 우메보시를 찾는다. 우메보시는 매실을 소금에 절여 신맛과 짠맛이 강한 일본식 장아찌인데 이것을 차로 우려내 마신다. 매실의 비타민 C가 알코올 분해를 도와 피로회복에 좋기 때문이다. 매실에 함유된 피루부산과 피크린산은 알코올 분해효소(ADH)의 활성을 40% 가까이 높여준단다. 또 쌀로 쑨 죽 ‘오카유’에 우메보시를 반찬으로 먹거나 따뜻한 녹차 물에 밥을 말아서 우메보시를 반찬으로 올려먹는 ‘오차즈케’를 먹기도 한다.


Congee

중국 콘지

아시아 지역 술 소비량 3위인 중국에서는 죽 종류인 콘지를 즐겨 먹는다. 콘지는 수프와 비슷한 부드러운 죽으로 과음 후 음식을 삼키기 어려울 때 쉽게 넘길 수 있는 영양식이다. 특히 수분을 공급하고 쓰린 위벽을 부드럽게 감싸줘 숙취 해소에도 제격이다. 콘지는 매우 평범한 죽처럼 보이지만 넓은 중국 땅에서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조리법을 자랑한다. 그래서 기본적인 콘지의 형태는 갖추되 각자 기호에 따라 소금에 절인 오리알, 잘게 다진 파, 다양한 종류의 다진 고기 등을 고명으로 올려 먹는다. 또 중국에는 ‘싱주링’이라는 오래된 숙취 해소 음료가 있다. 인삼, 귤껍질, 칡뿌리 등 6가지 천연재료를 섞어 만든 전통차로 그 역사가 기원전 2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 잔 쭉 들이켜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Lemon Coffee

그리스 레몬 커피

그리스 사람들 역시 홍콩 사람들처럼 위벽을 보호하기 위해 음주 전이나 술을 마신 다음날 버터를 먹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음주 후에 곁들이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레몬 커피다. 즉 커피 원두를 가늘게 갈아 레몬주스에 타 마시는 것이다. 레몬즙이 이뇨작용을 도와 알코올의 체내 배출을 돕고 커피의 카페인이 간 기능을 활발하게 만들어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빠르게 분해하기 때문이다.


Soupe a l’oignon

프랑스 아 루아뇽

프랑스의 술은 와인이다. ‘와인이 없는 하루는 태양이 없는 날과 같다’고 할 정도로 프랑스인들은 와인을 즐긴다. 그렇다면 와인의 나라 프랑스 최고의 해장음식은 무엇일까? 뜨거운 치즈와 양파를 넣은 수프 ‘아 루아뇽’이다. 양파의 단맛과 치즈의 고소함이 섞인 아 루아뇽은 우유의 영양이 농축된 따뜻한 치즈가 속을 달래고 양파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알코올 해독을 돕는다. 본래 아 루아뇽은 새벽시장 노동자들이 술을 즐기고 난 후 즐기던 해장음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프랑스인의 대표적 해장음식으로, 과음을 한 후 24시간 영업하는 레스토랑으로 아 루아뇽을 먹으러 간다고 한다.


BlooDy Mari

영국 블러디 마리

위스키의 나라 영국에서는 토마토가 가장 좋은 숙취 해소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블러드 마리는 토마토즙에 보드카와 우스터소스(또는 타바스코소스), 샐러리를 넣은 칵테일이다. 해장술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이 음료는 피의 색깔을 닮았다 하여 ‘블러디 마리’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의 해장술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드카의 일시적인 마취 효과와 더불어 토마토에 함유된 비타민, 무기질, 유기산 등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또 토마토의 신맛을 내는 구연산은 속쓰림을 줄여주기도 한다. 영국에는 어젯밤 술을 마신 술집에 가서 다시 술을 마시면 숙취가 해소된다고 믿는 풍습도 있다. 영국인들은 해장술을 개털(Hair of the Dog)이라고 부르는데, 개에 물렸을 때 자신을 문 개의 털을 한 움큼 뽑아 상처 부위에 덧대면 그 상처가 낫는다는 속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Ginseng Tea

홍콩 인삼차

홍콩에서는 음주 전후 숙취에 대응하는 방법이 다르다. 먼저 음주 전엔 버터나 날달걀을 먹어 다음날의 숙취를 예방한다. 버터의 기름기가 위벽을 코팅해 보호하기 때문이다. 음주 후에는 인삼차를 숙취 해소 음료로 즐겨 마신다. 인삼차는 혈관에 쌓인 노폐물을 없애고 항산화 효과도 있으며, 피로회복에도 좋기 때문. 특히 술을 마신 후 몸을 진정시키고 수분 공급과 갈증 해소에 좋다. 단 인삼차가 숙취에 좋다고 술이 취했을 때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히려 위에 열을 가해 구토를 일으킬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술이 깬 후 먹는 것이 좋다.

이것이 진정 해장법???

세계엔 기묘한 해장법도 있다.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겨드랑이 밑에 레몬즙을 바르는 것으로 숙취를 해결한다. 술을 마시고 난 뒤의 악한 기운(노폐물)이 겨드랑이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티 공화국의 해장법은 더 기이하다. 이들은 술병의 코르크 마개에 검정색 핀 13개를 꽂는데, 그러면 숙취가 생기지 않는다고 믿는다. 헝가리에선 브랜디에 참새 똥을 섞어 마시면 알코올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막는다고 믿는다. 초원의 나라 몽골에선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식초에 절인 양의 눈알을 토마토 주스에 넣어 먹는다. 폴란드에서는 상온에 1~2일 두어 시어진 우유를 마시거나 피클즙을 짜서 먹는다.
해장술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만 한국 외에도 해장술을 즐기는 나라는 적지 않다. 맥주를 좋아하는 네덜란드가 대표적. 네덜란드인은 차가운 생맥주 두 잔으로 해장을 대신한다. 특히 영국과 같이 전날 술을 마신 술집에서 마셔야 더욱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술 잘 먹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러시아에서도 보드카를 해장술로 마신다.


글 _ Yellow trip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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