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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balloon Dec 22. 2016

새해를 맞이하기 좋은
세밑&새해 추천 여행지

2016년을 힘겹게 버텨온 이들에게 추천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좋은

세밑&새해 추천 여행지

세밑, 새해가 되면 우리는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여행지를 찾는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거나 또는 삶이 힘겨울 때 특히 새로운 곳을 찾고 싶어한다. 일상을 벗어난 곳에서 지나간 슬픔을 던져 버리고 새로운 앞날을 기약하고 싶어서다. 2016년을 힘겹게 버텨온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세밑 & 새해 여행지를 소개한다.




해지는 풍경에 마음을 묻다, 강화도

산과 바다와 갯마을이 조화를 이룬 강화도는 삶의 쉼표와 같은 곳이다. 지루한 문장 같은 삶에서 가끔 쉬었다 가라고 손짓하는 섬, 그곳이 강화도다. 다리가 놓였어도 강화도는 섬의 기운을 품고 있다.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기 좋은 애잔하면서도 낭만적인 기운.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일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16년 마지막 일몰을 볼 곳을 찾는다면 강화도 동막리~여차리~장화리 길을 추천한다. 바다를 따라 이어진 이 길 어디에서든 감동적인 일몰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동막해수욕장은 백사장과 갯벌이 공존하는 곳으로 썰물 때면 모래사장이 아닌 드넓은 갯벌이 드러나 바다가 그려낸 풍경화를 마주할 수 있다.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갯벌 위로 펼쳐지는 붉은 여운은 그 어떤 풍경화보다 아름답다.



바다와 바람의 맛이 살아 있는 한반도 최동단, 호미곶

솟아오르는 태양의 기운과 아늑한 해풍이 감도는 호미곶은 한반도 최동단이자 이 땅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는 곳이다. 한반도 형상을 호랑이로 볼 때 꼬리 부분이라 하여 이름 붙은 호미곶. 지형적으로 바다가 감싸고 있는 이곳은 해가 길어 일조량이 풍부하고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해풍과 대륙으로부터 오는 북서풍이 만나는 상생의 땅이다.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 격암 남사고는 호미곶을 천하제일 명당이라 했다. 새해 첫 일출을 보기에도, 따스한 겨울의 햇살을 누리기에도 더없이 좋다.

호미곶 곁에 자리한 구룡포의 바람은 겨울철 맛깔스러운 별미를 만들어낸다. 햇살에 녹고 바람에 얼고 말려지며 익어가는 과메기가 이곳의 별미. 바다와 바람과 사람의 손길이 더해진 구룡포 과메기는 상생의 맛과 기운을 품고 있다.



이 땅의 동쪽 끝을 누비는 7번 국도

동쪽의 푸른 바다를 따라 난 굴곡진 길이 있다. 가로지를 수 없으니 나란히 가는 지혜가 보이는 길, 7번 국도다.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여행은 목적지가 아닌 달리는 여정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세상의 속도감에서 벗어나 조금 더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달려야만 본연의 멋을 즐길 수 있음을 알게 된다. 7번 국도의 또 다른 매력은 넓게 트인 바다와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것. 국도 사이사이 푸른 바닷가에 맞닿은, 높고 평평한 해안 절벽에 서면 누구라도 맑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넓은 마음으로 다가올 새해를 기대하게 된다.

부산에서 시작해 끝없이 뻗은 7번 국도는 강원도 최북단, 고성에 닿으면 더 이상 달릴 수 없다. 더 이상 가지 못하는 그곳엔 ‘통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전망대가 있다. 7번 국도의 북쪽 종점인 통일전망대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금단의 땅이 펼쳐진다. 더 가고 싶어도 멈춰야 하는 길, 길은 있으나 가지 못하는 땅……. 이 길의 끝과 갈 수 없는 땅의 경계는 쫓기듯 서두르는 삶을 살았던 이들에게 잠시나마 멈춰 서서 지나온 길을, 다시 가야 할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선물한다.



성품 좋은 산이 품은 맑고 푸른 기운, 오대산

오대산은 온화하고 도타운 덕이 느껴지는 산이다. 다섯 개의 봉우리가 오목한 원을 이뤄 거대한 연꽃 봉오리를 연상케 하는 오대산의 중심에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다. 적멸보궁은 우리나라의 사찰 중 풍수지리학적으로 가장 좋은 곳에 지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 아래 자리한 이곳의 모양은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형상’이라고. 특히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명당의 기운 때문인지 기도가 잘 이루어지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사시사철 적멸보궁의 댓돌에는 서너 켤레의 신발이 놓여 있고, 염불 소리와 기도가 끊이지 않는다. 적멸보궁을 찾는다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불단을 향해 마음을 비우고 기도를 올려보자. 기도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적멸보궁으로 드는 관문인 월정사 아름드리 전나무숲도 힐링을 선사한다. 금강교까지 1km 남짓 이어진 이 아름다운 천 년의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고 몸이 상쾌해진다.



지친 마음에 위로를 건네는 한계령

한계령은 삶에 지친 우리에게 말한다. ‘우지마라, 잊어버리라, 그리고 내려가라……’ 그 높은 고갯길은 지친 우리의 어깨를 떠밀며, 힘들게 올라간 곳에서 다시 내려와야 하는 삶의 허무를 쓸쓸한 바람으로, 때론 적막한 풍경으로 위로한다. 나의 한계를 곱씹으며 다시 내려가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길, 바로 한계령이다.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과 양양군 서면을 잇는 해발 1004m의 한계령은 설악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고갯길이다. 빠르게 갈 수 있는 편한 길을 놓아두고 사람들이 굳이 이 멀고 험한 한계령 길을 오르는 이유는 굽이진 길을 돌 때마다 나타나는 새로운 풍경 때문이다. 첩첩산중 굽이진 길과 남설악의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장대한 풍경은 어느 순간 노래 한 자락을 읊조리게 한다.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고개엔 소박한 색과 겸손한 몸채를 지닌 휴게소가 있다. 한계령휴게소다. 미국 <타임> 지에서 ‘한국의 가장 경탄할 만한 훌륭한 건축가’라고 평한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건축물이다. 그의 작품 중 ‘자연과 가장 잘 어우러진 건축물’로 평가 받는 한계령 휴게소는 거대한 자연을 억누르지 않으며 자연 속에 부드럽게 안겨 있다. 화려하지 않으나 그 자리에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에서 겸손의 미학을 깨닫는다.



해가 뜨고 지는 여수의 바다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듣다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여수 바다에 어떤 힘이 있는 것일까? 여수에서는 어디를 가나 바다가 보인다. 그래서 여수는 언제나 우리를 바다로 이끈다. 이른 아침 우리를 바다로 이끄는 곳은 향일암이다. 다도해가 한눈에 펼쳐지는 금오산 끝자락에 자리한 향일암은 규모가 큰 절은 아니다. 하지만 ‘해를 향한 암자’라는 이름처럼 남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다. 특히 대웅전 앞마당에서 마주하는 일출은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해질 무렵, 여수의 바다는 우리를 서쪽으로 이끈다. 여수 서쪽 끝에는 땅의 울타리로 고즈넉이 들어온 바다가 있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듯 바닷물이 물러나면 때묻지 않은 속살을 드러내는 여자만이다. 너르고 순한 바다와 깨끗하고 차진 갯벌이 들어앉은 여자만은 전라남도 고흥과 여수 사이로 아늑하게 든 바다다. 만 한가운데 ‘여자도’라는 섬이 있어 ‘여자만’이 되었다. 갯벌을 품은 여자만은 풍요롭기 그지없다. 여자만의 매력은 특히 해질 무렵에 진가가 드러난다. 갯벌에 몸을 부비며 지는 금빛 노을과 그 사이로 보이는 생명의 움직임……. 소곤대는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물 따라 바다로 스며들며 작별하는 여자만의 일몰은 오랜 이야기처럼 아름답고 친근한 풍경을 선물한다.



위로의 메시지를 품은 마포대교

‘마포’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은방울 자매가 부른 ‘마포종점’이다. 옛 마포의 모습과 서민의 애환을 담은 이 애절한 노래는 한때 국민가요로 불렸다. 1950년대, 한강을 넘지 못한 마지막 전차가 고단한 몸으로 새벽을 기다리던 종착지였던 마포. 과거 마포의 밤거리는 동이 틀 때까지 지친 사람들을 품어주던, 애달픈 삶이 모인 도시의 공간이었다.

2016년의 ‘마포’에서는 다른 것이 떠오른다. ‘위로’다. 마포대교를 걷노라면 걷는 내내 다리가 말을 걸어온다. “오늘 하루 어땠어? 밥은 먹었어? 잘 지내지?” “내일은 해가 뜬다! 자가용의 반대말은? 커용~”과 같은 사소한 말들이다. 오랜 벗처럼 가만가만 따라오며 시시한 안부를 묻고 가벼운 농담도 던지는데, 신기하게도 정말 별것 아닌 이런 메시지들이 보는 이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1950년대 ‘마포종점’이 노래를 통해 서민들의 애달픈 현실을 위로했다면, 2016년 마포에서는 종점을 지나 한강을 건널 수 있게 된 든든한 다리가 전하는 은은한 불빛과 소소한 안부가 우리 삶에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글 _ Yellow trip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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