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느림을 허용해 주는 낭만적인 동물

낭만일기

by 노랑돌고래

낭만일기 by 노랑돌고래 | 2. 인간, 느림을 허용해 주는 낭만적인 동물

2024.07.19



출근 지하철에서 내 옆사람도, 내 앞사람도 출근하기 싫겠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의견을 공유할 것인데! 왜! 어째서! 인간은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하냐고 울부짖다가도 사실 내가 인간이라서 그나마 생존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도 느리고 행동도 느린 내가 동물이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테니까.


TV에서 종종 보여주는 태어나자마자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새끼 거북이들 있잖아.

내가 그 새끼 거북이였으면 아마 모래에 발자국 세 개쯤 남겼을 때

'세상은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빛이구나…'라는 감상을 남기고 짧은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원초적으로 생각했을 때 어떻게 이따위 민첩도로 수정(fertilization)이 된 건지도 의문이다.)


이쯤에서 낭만일기라고 명명하고 나를 돌아보기 시간을 가지고 있구나…

테마를 잘못 잡았나 멈칫하게 된다.


돌아와서,

이타심은 인간 외 동물에게서 관찰된 바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최소한 인간과 살아가는 동물은 인내, 배려, 희생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강아지로 태어났다면 느린 성장과 아둔한 행동거지에 엄마 젖도 못 먹고 형제들에게 치이면서 서서히 도태되었을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내가 늦은 나이까지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내지 못하고 비실대고 있을 때 주변에서는 위로의 말을 많이 해주었다.

너는 잘 될 거야.

지금은 큰 도약을 위한 자세를 잡는 시간이야.

아직 어려. 걱정하지 마.


현재 시점에서 돌아보면 개선장군이 될 만큼 잘되지 못했고, 도약은커녕 하늘을 본 지도 오래되었다.

불평불만을 내뱉으면서, 그래도 이렇게 내 생활을 유지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살고 있다.

염치없이 주변의 위로를 받던 그때도 사실 사회의 인식으로는 꽤 늦은 나이여서 결과적으로는 운이 좋았다는 것만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내가 한 사람 몫을 할 때까지 비빌 구석(집과 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나는 내가 대학시절 이 과 저 과 수업 들어보고

이런 알바 저런 알바로 방학을 보내고

별의별 회사에 이력서를 내 본 것처럼

인생의 골목길을 여기저기 쏘다니고

그것을 허용해 준 주변의 배려를 낭만이라고 하고 싶다.


아니 사실 속 편하게 낭만으로 부를 수 있도록 해 준 배려에 감사를 먼저 드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성실한 세상의 눈으로 보자면 주변 속만 터지게 하는 무책임한 인간, 근심덩어리였을 테니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한국 문학사의 많은 작가들이 그러지 않았나? 물론 나는 일기를 끄적이는 user1에 지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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