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자의 한없이 가벼운 흡연

낭만일기

by 노랑돌고래

낭만일기 by 노랑돌고래 | 4. 낭만주의자의 한없이 가벼운 흡연

2024.07.24



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담배를 피웠고 쉽고 빠르게 그만두었다.

(끊은 게 아닌 이유는 중독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시작은 남들처럼 호기심을 핑계로 댈 수 있겠고, 다음 이유는 주변의 담배 피우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아닌 것이 싫어서, 마지막으로 질풍노도 청소년의 눈에는 마치 라잌 시드와 낸시 같은 시크한 낭만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어휴...


그때는 한창 밤거리를 쏘다닐 때였는데, 누가 아는 사람의 가게 앞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배를 피우고 밤하늘을 바라보면 이 세상과 유리된 것처럼 기분이 붕 떴다.

사춘기니까 당연히 이 세상이 싫고 어른들은 잘못됐고 나의 자아는 비대했다.


그런 나에게 그 시간은 아웃사이더의 행성에서 영원히 있고 싶은 기분이 들게 했다.

돌아보면 그들과의 대화가 특별히 깊었다거나 내 내면을 모두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았는데도

자아를 찾던 유약한 청소년들은 눈을 마주치고 개똥철학을 이야기했고, 호응했다.


시간이 흐르고

아웃사이더 동료들도 하나 둘 대학에 가거나 취업을 하면서 사회의 일원이 되었고 나는 서운해하면서 그들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그곳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하루에도 한 갑씩 피우던 담배는 거짓말처럼 나와 인연이 없는 물건이 되었고 담배냄새를 피하는 행인 1이 되었다.


그 시간은 내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바깥세상에서 충족할 수 없었던 유대와 공감으로 날 지켜줬을지 모르고 (익셉트 건강)

타고난 어두운 부분을 더 강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성이란 것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 말라는 것을 함께 하는 유대감이 제일 컸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향수와 커피 냄새에 엉킨 담배 냄새를 여름의 낭만으로 기억하고

추위에 눈이 시린데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지상을 발로 밀어버리는 그 감각을 겨울의 낭만으로 추억한다.


나이를 먹은 지금은 낭만도 건강해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몸보신을 하지만

건강검진을 할 때는 강산이 계속 바뀌는데도 여전히 '금연' 상태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좋아 보이는 것이 있으면 덩달이처럼 따라 하고

분위기에 약해서 한 순간을 위해서 뛰어드는 즉흥적인 성격 aka 경솔함이다.


뭐 어때...

그래도 왕쫄보라서 진짜 위험에서는 도망치니까

치명적인 낭만주의자는 못되겠지만 오랫동안 건강하고 안전한 헐랭이 낭만주의자를 목표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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