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설 #01-20190704

오늘 하루 느낀 잡생각을 씁니다.

by Yellow Duck

1.

이틀 전 밤. 어찌어찌해서 미루와 함께 동네 바(bar) 앞에 앉아 있었는데 얼큰하게 취하신 한 남성 어르신께서 합석을 하시더니 나에게 물어보셨다. (동네 주민으로 바 주인 내외분과 평소 인사하며 지내는 사이 같았다.)


- 어디서 오신 분이신지... (워딩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국적을 묻는 질문임은 확실했다.)
- (미루 얼굴을 보고 하는 질문이라 생각하고) 한국입니다.
- 아, 예... 그런데 한국 이전에는...?
- 예?
- 한국 이전에는 어디서...
- (무슨 말씀인지 잘 이해가 안 돼서) ......
- 고향이 어디세요?
- 서울이요. (그제서야 감 잡고) 아, 저 토종 한국 사람입니다.
- (깜짝 놀라며) 아이고, 그러시군요! 한국분이시군요! 토종! 아이고, 죄송합니다...

그 뒤 바 주인 분과 몇 마디 나누시더니 예의 바르게 꾸벅 인사를 하시고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하며 사라지셨다. 손에는 커다란 개 사료를 들고 계셨다.
아마도 내가 귀화한 외국인이라 생각하셨나 보다.
잊을만할 때쯤 벌어지는 일.

이젠 전혀 새롭지가 않고 그러려니 한다.



2.

어제 미루가 놀이터에서 한참 놀다가 슬픈 얼굴로 오길래 이유를 물어보니 한 오빠가 자기에게 물풍선을 던지겠다고 으름장을 놨는데 거짓말을 했단다. (참고로, 글로 표현된 미루는 자칫 논리적으로 말을 잘하는 아이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뭐뭐 했는 데에~, 뭐뭐 했는 데에~ 하며 횡설수설 말을 늘어놔서 내가 문맥을 파악하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워야 한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 그러면 미루는 짜증을 낸다.)

흐음... '물풍선을 던지겠다고 했는데 거짓말을 했다'라... 그렇다면 그 말은 물풍선을 안 던졌다는 얘기고, 물풍선에 맞지 않았으니 그게 더 좋은 게 아니냐고 했더니 날카롭게 하는 말.


- 난 거짓말이 싫단 말이야!


뭐지? 그럼 물풍선을 맞았어야 했나? 맞으면 맞은 대로 슬프다 했을 텐데, 참나,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이리저리 달래도 계속 기분이 안 풀어지길래 '엄마가 이렇게 위로해줬는데도 계속 슬퍼?!' 살짝 짜증을 냈더니,


- 엄마 위로보다 내가 슬픈 게 더 커!


하아~ 상전이 따로 없다. 결국 집 앞 카페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사줬더니 기분이 풀렸다. 물론 좋아하는 카페 삼촌이 달래주기도 하셨고. (평소 까불까불한데 카페 삼촌 앞에만 가면 수줍어진다. ㅎㅎㅎㅎ)


아이 심리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평소 페이스북에 단상처럼 올리던 글을 마음먹고 일기처럼 페북과 브런치 동시에 올리고자 합니다.

글쓰기에 집중하고자 하는 채찍질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기에 독자가 그동안의 제 신상 몇 가지를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글이 전개됩니다.

(ex: 다문화 가족이며, 딸아이 미루는 한국 나이로 7살이며, 드로잉 수업을 진행하며, 얼마 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것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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