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설 #2-20190705

오늘 하루 느낀 잡생각을 씁니다.

by Yellow Duck

1.

요즘 재미를 붙인 '대화의 희열' 시즌 1의 '송해'편을 봤다.

황해도가 고향이신 송해 옹의 고향 바라기가 많은 부분 차지했는데, 92세의 그는 여전히 죽기 전에 고향인 황해도 재령에서 '전구우욱~ 노래자랑!'을 외치는 꿈을 가지고 계셨다.

문득, '고향'이란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내게 딱히 '고향'에 맞먹는 어떤 정서 자체가 없다는 걸 자각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게, 버스에만 올라타면 어릴 적 살던 곳에 쉽게 갈 수 있는 내게, 송해 옹처럼 사무치도록 그리울 수 있는 어떤 곳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참 아이러니다. '난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란 제목의 매거진을 브런치에 연재할 만큼 지금껏 난 내가 자리 잡고 살 곳을 찾아 떠돌아다녔는데, 누구보다 장소, 공간, 집, 뿌리에 대한 갈망이 클 텐데, 그런 내가 정작 고향에 대한 정서가 없다니. 물론 어렸을 때 뛰놀던 당인리 발전소 앞 폐지 수거장 같은 곳에 대한 추억은 있지만 그게 내게 어떤 절실함을 줄 수 있겠는가?

보면서 계속 생각했다. 저렇게나 고향에 가고 싶을까? 왜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남아 있는 건 하나도 없을 텐데? 감히 상상해 본다. 지금 와서 '재령'이란 지역 자체를 보고 싶은 건 아닐 터, 두고 온 어머니의 흔적과 자신의 어린 시절과 그때 그가 희미하게나마 만들던 작은 역사의 끄트머리를 조금이라도 보고 싶은 거겠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그 느낌이 무엇일지 쉽사리 상상이 안 된다.

사실 이 모든 서사가 가능한 건 순전히 그곳에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갈 수 있으면 이런 드라마 자체가 성립이 안 되지. 갈 수 없을 때, 볼 수 없을 때, 만지지 못할 때, 가지지 못할 때, 즉 결핍일 때 모든 건 절실해지고 서사가 된다. 그리고 내가 이런 서사의 힘을 그저 '신파'라는 이름으로 격하하진 않았나 되돌아보게 한다. 왜 자꾸 보지도 않은 영화 '국제시장'이 생각나던지.

'대화의 희열, 송해'편을 추천한다. 휴지통 하나 옆에 둬야 할 거다.



2.

미루는 커서 망원동을 자신의 고향이라고 여길까? 왠지... 아닐 것 같다.

무릇 고향은 인간에게 무시 못 할 근본적인 뿌리를 제공할 텐데, 만약 그게 없다면...

그렇다면 미루는 뿌리 없는 아이가 될까?

아이고, 그만하자, 머리 터진다.


어쩌다 본 예능 프로 하나 때문에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문다.

더불어 '뭉쳐야 찬다'도 봤는데, 낄낄거리며 엄청 재미있게 봤음에도 끝에는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

요즘 예능 참... 잘 만드는구나.

금요일 하루를 예능 프로와 함께 보냈다. 재밌었다.

(집에 티비가 없어서 다시 보기를 한다. 난 넷플릭스를 보는데, 이런 예능이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얼마나 좋아!)



평소 페이스북에 단상처럼 올리던 글을 마음먹고 일기처럼 페북과 브런치 동시에 올립니다.

글쓰기에 집중하고자 하는 채찍질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기에 독자가 그동안의 제 신상 몇 가지를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글이 전개됩니다.

(ex: 다문화 가족이며, 오랫동안 여행을 했으며, 딸아이 미루는 한국 나이로 7살이며, 드로잉 수업을 진행하며, 얼마 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것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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