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여행하며 느낀 잡생각을 씁니다.
시시껄렁할수록 심오한 여행의 잡설 #13: 똑똑또옥~~ - 2020/02/17
- 오늘 하루 여행하며 느낀 잡생각을 씁니다.
1.
똑똑또옥~~ 빼꼬오~옴~
안뇽~ 핼로~ 할로~ 봉쥬르~ 올라~ 니하오~ 곤니치와~ 살라말리쿰~
히히히~ 뭐하셔유?? 잘 지내셨시유?? 지 기억하셔유?? 잡설 쓰던 최승연 이어유. 맞아유, 여행하며 잡설이랍시고 별 거 아닌 거 별 거처럼 부풀려 쓰는 옐로우덕 최승연이. 오랜만이쥬?? 혹시... 지 잡설 기다리셨시유?? 진짜유?? 에구~ 이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구... 기다리셨다면 참 미안하구먼유. (긁적긁적) 어쩌다 보니 글케 됐시유. 아니쥬, 어떠다가 아니라... 솔직히 말하믄 게을러서 일케 됐시유. 별 다른 변명 안 할래유. 이게 한 번 손 놓으면 다시 잡기가 어렵더라구유. 게다가 컴퓨터 어답터가 고장나서리 컴퓨터를 한동안 못 썼시유. 암튼, 정신 차리고 이제 열심히 쓰도록 노력할게유.
2.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달 넘게 살다가 지금은 말라카(Melaka)란 도시에 있시유. 쿠알라룸푸르에서 두 시간 반 정도 버스 타고 내려오면 돼유. 여기 온 지도 벌써 2주 가까이 되어가네유. 말레이시아는 옛날에 차례대로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의 통치를 받았는디유, 그 중심지가 바로 말라카에유. 그래서 이 작은 도시엔 그 영향이 그대로 남아있시유. 네덜란드 광장도 있구 포르투갈 마을도 있구 운하 따라 있는 쭉 늘어진 건축물이 네덜란드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해유. 우린 여기가 참 좋아유. 처음엔 농담처럼 카밀에게 옛날 네덜란드가 저지른 침략 행동을 사과하기 위해 가자고 했지만 와보니 아름답고 여유롭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네유. 정신없는 KL에 있다가 와서 더 그럴 거여유. 언제꺼정 여기에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몰것시유. 이 빌어먹을 코로나 바이러스 땜시 어딜 가는 게 쉽지 않거든유. 아예 비행기가 취소돼서 발 묶인 여행자도 몇몇 봤시유. 그래서 다음 행선지를 정하는 게 쉽지 않네유. 태국 사는 친구는 지금 방역이 엉망이라며 오는 거 꿈도 꾸지 말라고 하구, 호주로 갈까 했는디 산불 땜시 그곳 상황이 워낙 안 좋으니 왠지 가기가 미안허구, 인도네시아 발리로 갈까 했는디 비행기를 타야 해서 그것도 좀 걸리네유. 최대한 비행기 타는 거 피하려고 하거든유. 으아~~ 세상이 왜 이런데유?? 역병이 창궐하구, 나라가 불에 타구, 빙하가 녹구, 트럼프는... 탄핵 재판도 실시간으로 보구 민주당 경선도 보구 있는디, 아무리 봐도 트럼프가 또 재선 할 것 같아유... ㅠㅠ... 우짜쥬??!!
3.
트럼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디 (트럼프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연장자잖아유.) 여기 말레이시아 총리인 마하티르(Mahatir)가 세상에나, 94살이래유. 정계 복귀를 90살에 했다고... 흐미... 권력은 마약 같아유. 해먹을 대로 해 먹었으면서 뭐 그리 아쉬워서 구십 먹은 할아버지가 다시 정치판에 뛰어든대유? 이 분도 웃긴 게, 옛날에 이미 20년 넘게 총리를 하면서 말레이시아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대유. 하지만 한 자리에 있다 보면 사람이 변하쥬? 나중엔 독재자처럼 변했다네유. 이 얘기 듣구선 지는 바로 우리나라 누군가가 생각나던디, 참... 어딜 가도 사람 사는 거 똑같구먼유. 그 후 정권이 바꼈는디 - 바로 이 전 총리인 나집(Najib) - 너무 많이 부패해서 국민들이 열 받았구, 그래서 2018년 선거에 다시 마하티르가 총리가 된 것 같더라구유. 우리나라랑 넘 비슷하지 않아유? 94살이라... 욕을 하도 많이 먹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가?? 깨끗한 정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가 봐유. 정치 청정지역이라는 아이슬란드도 나름의 문제가 있겠쥬? 이제 곧 우리나라도 4월 총선이라는 엄청난 태풍이 몰아칠 틴디... 과연 우찌 될까유? 옳다구나! 싶을 때도 있지만 촛불로 얻어낸 정부라 그만큼 실망도 많은 지금의 정부,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심판을 내릴까유? 솔직히 심판 내릴 자세는 되어있는지 잘 몰것시유. 밖에서 보믄 진짜로 나라가 둘로 갈라진 거 같다니께유. 이른바 보수 대 진보. (달리 다른 단어가 생각 안 나유.) 너무 극명해서 깝까~압한디 한국에 있음 더 깝깝하겠쥬? (댓글들 보믄 난리도 아녀유! 그냥 뉴스를 안 보는 게 나을 것도 같구...) 투표도 못 하는 주제에 궁시렁거리기도 뭐하구 (돌아다니는지라 재외국민 투표 신청을 할 수가 없시유... ㅜㅜ...) 그저 죄송스럽구먼유.
4.
옵션이 너무 많아도 탈이어유. 솔직히 맘만 먹음 어딘들 못 가겠시유? 휙 남미로 날아갈 수도 있구 그냥 다 때려치구 다시 한국으로 갈 수도 있지유. 경험해봤는디, 너무 넘치는 자유는 오히려 부담이에유. 적다~앙한 구속이 있어야 계획도 잡고 진일보하는데 도움이 되지유. 지들은 구속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기 숙제고 딜레마여유. 차라리 누가 ‘자! 니들은 이렇게 여행해라!’ 루트를 다 짜줬음 좋겠시유. 그럼 이리 골치 아프지도 않을 거 아녀유? 쩝... 그래도 뭐 어쩌것시유. 지들 팔잔디. 지금은 그냥 이 말라카의 여유를 즐길래유. 누가 알아유? 여기가 너무 좋아서 말레이시아 비자 만기 되는 3월 말까지 죽치고 있을지... 그냥 바이러스가 잠잠해질 때꺼정 여기 있는 게 나을지도 몰것시유.
5.
암튼, 우린 잘 지내유. 지금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참 좋아서 계속 연장하고 있시유. 저렴하구 아침도 잘 주구 스탭도 친절하구 거실두 이뻐서 창 밖 보며 글 쓰기 참 좋아유. (근디 왜 난 이리 게으름을 피는지!!) 또 며칠 전에 장기 투숙을 시작한 독일 가족이 있는디, 마침 미루보다 한 살 많은 오빠가 있더라구유. 얼굴도 미소년처럼 이쁘구 성격두 좋아서 미루가 아주 잘 따라유. 같이 놀 친구가 있다는 건 미루에겐 정말 굉장한 일이거든유. 지는 이미 가지고 있는 원고를 못 먹어도 고니까 출판사에 다시 투고하기 시작했구 (지도 참 징해유, 그츄?), 까서방두 계속 글 잘 쓰고 있시유. 여행하면서 여행의 의미를 스스로 찾고 뭔가 일을 작당한다는 건 참 어려워유. 차라리 그냥 '관광객'이면 속 편할 틴디... 이건 전에도 한 번 얘기했쥬? 하나 곤욕인 게 있다면... 미루 가르치는 거유. 홈스쿨링을 하는디, 지들도 아직 첨이라 갈팡질팡 햇갈여유. 진짜 자식 가르치는 거... 중이 지 머리 못 깎는 거네유. 이건 할 얘기가 많아서 담에 따로 쓸게유.
오늘은 여기까지여유.
근디 왠 충청도 사투리냐구유? 히히... 동백이 땜시 그라쥬! 충청도 사투리에 완전 빠졌구먼유! 넘 재밌시유! 글치만 또 '사랑의 불시착' 보믄 북한 사투리 쓴다고 하것쥬? 사람이 원래 이래유... ㅋㅋㅋㅋㅋㅋ 동백이도 다 보는디 시간이 넘 걸렸어서 불시착은 아예 시작을 안 할라구유. 사투리 일케 쓰는 게 어색하믄 다음엔 안 할게유... 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이건 지 잡설이잖아유? 지 맘이쥬... 캬캬캬~~~
오늘의 잡설 대신 여행의 잡설을 시작합니다.
여행의 여러 사진과 동영상은 instagram.com/nomadbabymiru에서 보실 수 있고, 그 전의 여행 이야기는 브런치 북 '공항에서 당신이 한 마지막 질문'과 매거진 '나는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에서 더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