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토요일, 시골 아줌마가 백만 년 만에 암스텔담 대도시(!) 나들이. 까서방에게 '이야~ 거긴 운하도 엄청 넓더라! 역시 대도시야!' 했더니, 눈도 안 마주치고 시큰둥하게 ‘그거 운하 아니고 강이거덩’ 했다는. 칫, 잘났어 정말.
-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되도록이면 내 소개를 적게 하려고 하는데 (설명이 길어지므로) 그래도 하게 될 때, 상대가 이해하기 쉬운 가장 효과적인 표현은 ‘(한국에서 살 때 제외하고) 한 장소에서 3개월 이상 살아본 적이 없다’다. 토요일에 간 모임에서도 이 말을 하게 됐는데, 역시나 우와~ 하는 반응에... 쩝, 여기서 벌써 1년 5개월이나 산 마당에 참 민망해지면서, 내 체면이 남북회담이야... ㅠㅠ 이젠 민망해서라도 계속 여행해야 할 판. 앞으로 저 말 하지 말아야겠어.
- 나 외에 3명의 더치 아미들이 있는 왓츠앱 채팅방 이름이 며칠 전에 한국어로 ‘보라 언니들’로 바뀌었어. 내가 제안했어. 다음에 방탄이 유럽 투어 하면 같이 가자며 벨린으로 갈까 파리로 갈까 엄청 채팅으로 수다 떨었는데, 중간에 내가 한국어 쓰면 좋아서 난리. 덕분에 네덜란드어 많이 연습 중. 어디 갈 것 없이 방탄이 암스텔담으로 오면 좋겠네! 그런데 콘서트 가격이 얼마지? 나 너무 무턱대고 당근 가야지! 떵떵 소리쳤나? 이 친구들 진심인 것 같은데... 아미가 진지하면 정말 진지한 거야.
- SNS만 보면 내 주변 사람 다 출간하고 전시회하고 공연하는 것 같지만, 그래서 난 뭐야? 하게 되지만, 알고 보면 내가 다 그런 사람들만 팔로우/친구 먹어서 그런 거야. 즉 내가 만든 버블 안에 있는 거라고. 졸지 마. 그냥 너 페이스대로 가. 다 너랑 똑같아. SNS에 올라온 지인들의 여러 홍보들을 보며 나름 정신 승리 중.
- 며칠 전 저녁으로 브로콜리 수프를 만들었는데 아이가 너무 맛있다며 잘 먹는 거라. 그러면서 어제 또 해달라고 조르더라고. 가끔 내가 만든 음식을 잘 먹을 때, 얘가 진정 내 애가 맞나 의심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제 그거 좀 버리자. 아무리 내가 요리에 관심이 없는 요알못이라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음식에 자신감 좀 가지자고!
- 밤에 잠꼬대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너무 귀여워서 웃지 않을 수가 없어. 또박또박 아빠에게 뭔가를 요구하고 있어. 나한테 뭔가를 요구하는 잠꼬대는 한국어로 하겠지.
- 수요일 아침에 킥복싱 수업이 있어서 그전에 좀 몸을 풀어놔야 하는데, 종일 머릿속으로만 요가하고 달리기하고 홈트 하고 아령 들었다는. 그런데도 충분히 몸 푼 것 같은 나의 상상력, 놀랍고도 놀라워라~~
- 솔직히 말할게. 기대에 가득 차서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를 읽었는데... 안타깝게도 내겐 그 전개가 너무 산만해. 논지는 알겠으나 줄기가 안 잡혀서 아직도 3/1에 머무르고 있어. 하나 반가왔던 건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코필드에 대해 나랑 비슷하게 느꼈다는 거. 얘기 나온 김에 잭 케루악의 'On The Road'에 대해서도 말해주면 좋겠어. 내겐 정말 배부른 백인 남자들의 치기 어리고 전형적인 허영으로 보였거든.
- 류승완 감독이 이번 청룡영화상 수상 소감으로 ‘버티면 좋은 날이 옵니다’라고 했다던데, 사실 참 뻔하고 흔할 수 있는 말임에도 이상하게 힘을 준다. 상황이 상황이어서 그런가?
- 우씨, 또 원형탈모... 몸 다른 곳에 이상은 없고,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건데, 생길 때마다 이상해. 항상 ‘잉? 내가 스트레스를 받나?’ 이러거든. 무의식 스트레스, 뭐 이런 거 있는 건가? 가리느라 가르마를 이리 넘기고, 저리 넘기고... 으헝~
- 가끔 이방인/여행자라는 위치가 사람 참 비겁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는데, 특히 정치를 말할 때가 그렇다. 내 나라의 정치는 몸이 떨어져 있으니 체감이 안 되고, 사는 나라의 정치는 딱히 내 얘기가 아니란 생각에 관심이 덜 가기 때문이다. 여기든 저기든 붕 떠서 무정부주의자가 된 느낌. 빨리 재외국민 투표 신청해야지.
- 요즘 내 말버릇: '주변에 나 같은 사람 딱 한 명만 더 있다면 소원이 없겠네!'
여기까지. 너무 길어진다.
월요일 아침, 한 주의 시작.
날이 흐리지만 뭐 놀라울 것도 없고, 그냥 아침부터 라면 한 판 때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