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승연 씨의 이방인 일기 2022년 9월 9일
씩씩한 승연 씨의 이방인 일기 #09
2022년 9월 9일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은 지금 시각이 오후 6시 15분.
저녁 만들어야 하는데 그 전에 책을 끝내서 다행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종일 책을 읽었다.
어젯밤 새벽 2시까지 읽어서 상권을 끝냈고
오늘 아침 미루를 학교에 데려다준 후 운동 겸 산책을 할까 했지만
바람이 쌀쌀한데 반팔 티만 입어서 추웠던 관계로
배짱부릴 것도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은 후 바로 하권을 읽기 시작했다.
중간에 유튜브 영상 보며 필라테스 했던 시간과
하교한 미루가 ‘코코타키’라는 카드 게임을 하자고 조르길래
방탄소년단 음악을 BGM으로 깔고 같이 했던 시간만 빼고는 내리읽었다.
소설의 제목은 ‘레슨 인 케미스트리’고 작가 이름은 ‘보니 가머스’다.
올해 예순다섯 살이고 이 책이 데뷔작이라고 한다.
세상엔 꼭 이런 사람들이 있더라.
데뷔작으로 대박 치는 사람들.
지난번 말했던 박민규 작가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데뷔작이고,
천명관 작가의 ‘고래’도 데뷔작이고,
룰루 밀러 작가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데뷔작이고...
사실 데뷔작의 성공은 축복이자 독이지.
이 책은 위에 명시한 세 작품처럼 경이롭진 않지만
예순다섯에 낸 데뷔작이 상업적으로 초대박을 거뒀으니
‘인생 모르는 거야!’ 주먹 불끈 쥘 만하다.
내용은 여성 인권이 바닥이었던 1960년대 미국에서
타협 없이 자신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의 이야기이다.
빠른 속도감과 통통 튀는 문체로 후루루룩 읽을 수 있다.
바로 애플 티비에서 브리 라슨을 주인공으로 시리즈를 만든다고 할 만큼
사랑, 투쟁, 출생의 비밀, 판타지, 고구마, 사이다 등 상업성을 제대로 갖췄는데,
읽으면서 바로 세트, 화면 구성, 대화 장면 등이 상상되는 걸 보니
작가가 작정하고 드라마 만들기에 딱 좋게 쓴 것 같다.
역시, 이제 작가가 돈 벌려면 이렇게 써야 한다.
정세랑 작가의 ‘보건 교사 안은영’도 그렇고,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도 그렇고,
어휴,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는 말해 뭐해.
이슬아 작가도 드라마화를 목표로 ‘가녀장 특집’ 글을 쓰는 걸 보면
글쓰기 노동자로서 제대로 돈 버는 방법은 이게 최고이지 싶다.
여자 주인공 역으로 제시카 체스테인을 상상하며 읽었는데
브리 라슨이라니,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그래서 추천하냐고?
여성 캐릭터의 영웅 서사가 주는 짜릿함에 몰입해서 읽었지만
내 취향으로는 전개가 좀 대놓고 헐리우드스러워서
끝에는 살짝 질려 빨리 넘겨버렸다.
그래도 영화 ‘히든 피겨스’도 생각나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생각나는 재미있는 책이다.
‘나도 한 번 소설 써 봐? 이 작가도 예순다섯에 썼다잖아’라고 생각하는 찰나,
배가 고프다.
무지 고프다.
안 되겠다.
더 쓰고 싶지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소설이고 뭐고 간에 ,
일단 먹고 보자.
그런데 뭐 만들지?
P.S 1
어, 그런데 유니콘 얘기를 안 썼네.
지금 이 녀석은 카밀과 나의 침실 옷장 앞에 떡 서있다.
왜냐고는 묻지 말라.
P.S 2
종일 누워 책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하자.
누구는 팔자 좋구나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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