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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책들

by 황서영

최근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그간 읽은 몇 권의 책들에 대하여 기록 차원에서 적어둔다. 큰 감흥이 있는 책들은 아니었다. 물론 그것은 내 눈이 어두운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1. 아니 에르노, 『바깥 일기』

『바깥 일기』는 『남자의 자리』와 『부끄러움』을 통해 사회적 위치 이동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았던 아니 에르노가 1985년부터 1992년 사이에 작성한 기록이다. 그것은 제목 그대로 일기이되, 우리가 생각하는 일기와는 다르다. 일단 그것은 날짜가 없는 일기이다. 그의 기록은 날짜에 따라서 배치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해 단위로 묶여있다. 내용에서 묘사되는 풍경 등을 감안할 때 대체적으로 계절의 순서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반드시 작성된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또한, 그것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 기록이 아니라 나의 바깥 세계를 관찰한 기록이다. 전철역, 신문기사, 미용실 점원과의 대화, 마트에서의 상황 등 자신이 바라본 특정한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듯 짧게 묘사하는 것이 전부이다. 실제로 그는 “사진을 찍듯 실재를 기술하는 글쓰기를 실천하려고 애를” 썼다고 고백한다. 이런 작업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풍속의 기록? 한 세대 전의 사진첩이나 영상을 볼 때 느끼는 감상을 유발하는 것? 그는 이렇게 적는다. “내면 일기를 쓰면서 자아를 성찰하기보다는 외부 세계에 자신을 투영하면서 더욱더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는 확신이 선다.” 그는 바깥을 바라보면서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일기는 바깥을 보는 자기 자신을 보게 하는 기록이다. 그렇다면 이 일기를 읽는 독자는 무엇을 발견하게 되는 것일까? 바깥을 바라보는 작가 자신을 발견하는 작가를 읽는 독자 자신을 발견하는 독자 자신? 어쩌면 이 일기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런 발견을 위하여 나 역시 바깥을 바라보고 기록하게끔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2. 윌리엄 S. 버로스, 『정키』


3. 김성동, 『죽고 싶지 않았던 빼빼』


4. 기유정, 『식민지의 소란, 대중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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