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다던 카페가 문을 여는 이유

- 우리 동네 작은 카페의 위대한 생존기

by 노란 잠수함

우리 아파트 정문 앞에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집이던 건물을 개조해 문을 열었다.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일 때, 나는 그 앞을 지나며 응원보다는 걱정을 먼저 했다.

장사의 기본은 수요인데, 이 일대엔 삼백 세대 남짓한 아파트와 요양병원 하나가 전부다. 유동 인구도 없는 골목 어귀.


'손님이 얼마나 오겠어. 금세 문 닫겠구나.' 나는 혀를 차며 혼잣말을 되뇌곤 했다.


오픈 첫날,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

가게 안엔 연세 지긋한 노부부와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있었고, 손님은 나뿐이었다. 커피 맛이 특별히 뛰어나지도, 가격이 파격적으로 저렴하지도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며칠 뒤 근처에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선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그때도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결국 오래 못 가겠구나.'


나의 비관적인 예상은 틀리지 않는 듯했다.

카페의 영업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오후 여섯 시면 불이 꺼졌고, 주말에도 문을 닫는 날이 늘었다. 물을 주고 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내놓아도 서서히 시들어가는 화초처럼, 카페는 생기를 잃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금방이라도 폐업 안내문이 붙을 것 같던 그 카페는 문을 닫지 않았다. 활기는 없어 보였지만, 끈질기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물론 자기 건물이어서 임대료 부담이 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손님이 거의 없는데도 매일 아침 문을 열고, 기계를 닦고,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은 어떤 고집스러운 신념처럼 보였다.


요즘 우리 동네 풍경은 쓸쓸하다.

내가 자주 가던 빵집, 미용실, 작은 마트까지 하나둘 사라졌다. 텅 빈 가게 창문엔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처량하게 붙어 있고, 거래가 얼어붙은 부동산 중개소조차 불을 끄고 떠났다.


하지만 그 황량한 풍경 속에서도 버티는 이들이 있다.

손님이 드문 수선집은 여전히 재봉틀을 돌리고, 장사를 접은 듯 보였던 문구점도 새 학기 공책을 들여놓았다. 골목 끝 구두방에서는 아직도 낡은 굽을 두드리는 망치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는 "이쯤에서 접는 게 낫지 않겠어?"라고 충고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도 보란 듯이 셔터를 올렸다.


며칠 전, 카페 앞을 지나는데 무언의 다짐처럼 새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동네 주민 선착순 반값! 조조·심야 50% 할인! 주말 정상 영업!”

카페에 내걸린 현수막

색이 바랜 간판 아래 줄지어 놓인 작은 화분들, 깨끗하게 닦인 유리창, 그리고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현수막. 그것만으로도 카페는 다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 카페가 버티는 이유는 단순히 건물주여서가 아니었다. 손님이 없어도 매일 문을 열고, 커피 향을 피우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 꾸준한 행위 속에 ‘살아낸다’는 치열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도, 화려한 대박이 아니어도 좋다. 오늘 하루를 묵묵히 이어가는 그 일상이야말로 세상을 향해 “나, 아직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삶의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


나는 요즘 그 카페 앞을 지날 때마다 습관처럼 불빛을 확인한다.

오늘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기를 바라며 창문 너머를 살짝 들여다본다. 세상이 다들 문을 닫으라고 아우성쳐도, 어떤 사람들은 묵묵히 문을 연다. 그 불빛엔, 그 안에서 하루를 견뎌내는 사람들의 온기가 서려 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 세상을 버티게 하는 건 거창한 희망이나 기적이 아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하루를 성실하게 열어가는 사람들의 단단한 의지, 바로 그것이다.

문을 여는 이들의 그 마음이 남아 있는 한,

이 동네의 밤도, 우리의 삶도 여전히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독자님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인사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미지 출처 : 노란 잠수함,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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