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
답지 않게 오랜 휴가를 가졌던 여름이 마침내 복귀하려나 봅니다. 올해는 오월 중순까지 선선한 날이 지속된 터라, 늦은 저녁이 되도록 창 너머 바깥이 환하다는 게 꽤 새삼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여름을 떠올리면 쨍쨍한 볕과 한껏 차오른 채도와 명도를 자랑하는 풍경들이 떠오릅니다. 정작 여름이 다가오면 냄비에 들어간 찐만두처럼 밀려드는 열기와 습기를 맞이해야 하지만요.
그래서 여름에 하는 사랑은 기적 같습니다. 피부가 살짝만 닿아도 짜증이 날 정도로 불쾌 지수가 치솟는 계절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정말로 커다란 마음이 아닐까요. 그러나 때로는 작렬하는 열기와 습기 속에서, 뜨겁게 차오르는 숨과 핑핑 도는 머리를 사랑의 한 증상으로 착각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여름에 하는 사랑은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습니다.
여름을 닮은 사람.
너무 추상적인 감상이지만,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계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여름을 닮았다는 말은 쉽게 생각하면 아주 뜨겁고 열정적인 사람을 떠올리게 하지만, 제가 생각한 여름을 닮은 사람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여름의 색채가 어울리는 사람도 있고, 여름밤의 냄새가 떠오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쩌면 나에게 여름은 '선명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름만큼 선명한 사람들이, 여름을 닮았으니까요.
더위에 약한 나는 여름을 줄곧 싫어했는데, 대체로 여름을 닮은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그들이 가진 여름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여름을 싫어하지 않게 됩니다. 나에게 여름을 주는 사람. 여름을 닮은 사람들은 꽤 자주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그들의 선명함이, 나를 자주 웃게 합니다.
그리고 진짜 여름.
그러나 여전히 더위는 싫고, 습기는 더 싫다는 생각을 버리진 못했습니다. 이제 겨우 여름의 문턱에 섰을 뿐인데, 나는 벌써 도망칠 궁리를 합니다. 재작년 여름에는 하와이와 뉴욕으로, 작년 여름에는 삿포로로 도망을 쳤기 때문입니다. 열기가 없는 곳, 최소한 습기가 없는 곳을 찾아 어디로든 도망가려던 작년의 나를 떠올립니다.
자주 그리고 쉽게 도망치는 나를, 떠올립니다.
올 여름은 멀리 도망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여름을 사랑할 궁리를 해야겠습니다. 이번에 택한 도망의 방법은, 아주 싫은 여름을 사랑해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