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에서 내면으로의 긴 여행
내가 요양중인 시골마을에 집앞에 설치돼있던 가로등이 어느날 꺼져버렸다. 십여가구가 뜨문뜨문 사는 마을에서 그야말로 저녁때 불을 끄면 단 한줄기 빛도없는 완벽한 어둠이 펼쳐지게 된다. 내가 일찌기 경험해 보지못한 완벽한 침묵과 어둠이다.
나는 겨울인지라 저녁 여섯시만 돼면 펼쳐지는 어둠속에서 가만히 누워 다음날 아침 대략 9시까지 그속에 포근하게 잠기는걸 좋아한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나자신을 잊고 내면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일종의 망가진 육체의 복구에 대한 정신적 힐링타임 이라고 보면 된다. 여행을 마치고나면 대략 새벽4~5시쯤 돼고 그제서야 잠이 들기 시작한다. 이미 죽은사람 인증으로 아무런 사회적 구속과 제약이 없기에 시간에 대한 구속따위도 없다. 사회생활을 할때라면 잠이 안오는것에 대해 불안하고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겠지만 지금은 아무때나 원하면 자고 원할때 일어나면 그만이다.
뇌파가 안정된 세타파를 지향하게 되면 육체와 상관없이 아주 편안한 상태가 되는데 내면으로 들어가다 보면 자신을 도와주는 가이드를 만날때도 있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라고 느낄때 나타나 도움을 주는 이런 가이드들은 상당히 고마운 존재들이다. 지금의 내입장에서는 사람을 만나는거 보다 훨씬 즐겁다.가이드와 나눈 정확한 말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슴이 벅차오르는 핵심 메세지와 느낌만은 또렷히 남게된다. 오랜시간을 그렇게 가이드와 대화를 나누다 문득, 가이드란 존재 자체가 내가 만들어내는 상상이 아닐까 의심이 되었다.
나는 이름을 물었다..가이드는 대답했다 "아리엘" 이라 불러 달라고...대화를 마치고 바이바이 한후, 나는 혼자 가이드의 형상도 보고싶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이쁜처자 모습이면 더 좋겠다는 바램도..이름까지도 내가 만들어낸 상상일수도 있다란 의심은 여전했다.
그러고 대략 일주일후, 친한 화가 지인분이 갑자기 카톡으로 사진한장을 보내왔다.. 자신이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그린 천사 그림을 사진찍어 보여주며 제목을 지었는데 "마리엘" 이라고..머리속에 마리엘 이란 단어가 그냥 떠올랐단다. 그전에 천사같은 그림은 그렸던적이 없는분인데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그리게 됐고 완성되자마자 나에게 보여준 것이다.
나는 내가만난 가이드에 대해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사람들과는 상관없이 나만이 가진 작은 비밀이었다. 단지 형상이 보고싶다란 생각을 했을 뿐인데 바로 그림으로 나에게 전달돼어 온것은 자신의 존재가 나의 상상속이 아닌 실제임을 알아달라는 뜻이다.. 이름이 아리엘이 맞는지 마리엘이 맞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두개를 합쳐서 "아마엘" 이라고 하는 십년전 과거의 메세지도 갑자기 어디선가 포스팅돼 인터넷에 올라왔다. 희망의 대천사라나...
나는 나를 찾아온 가이드의 존재를 의심했던것에 대해 사과했고 앞으로 찾아오면 좀더 잘해줄거라 생각했다. 그 이후 길을 잃고 헤맨다는 감정은 들지 않아서 가이드를 다시 찾는일는 없어졌다. 그냥 가끔 고맙다는 안부정도 메세지를 날릴뿐. 내면으로 가는 여행에서 가이드의 존재는 꼭 필요할때 이외엔 도리어 여행에 방해가 된다. 가이드들의 말들을 전문으로 받아적는 채널러 라는 직업도 외국에는 있지만 그런것에 나는 별로 관심이 없어 그 많은 대화들을 귀찮게 일어나 일일히 기록할 맘은 없다. 핵심 느낌과 메세지만 기억날뿐 나머지는 바로 전부 잊어버렸다.
가이드가 나에게 전달하려 한 가슴벅차게 정신없이 휘몰아쳤던 한가지 핵심 메세지만은 또렷히 기억난다.
이 우주에서 모든 존재들은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것, 우주에서 내가 얼마나 큰 사랑속에 있는지 깨닫게 되는 벅찬순간 이었다...대충 유명한 말로 번역해보자면 바로 이거다. 한마디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란 것이다.
자신이 불행하다는건 에고의 착각일뿐 모든 존재는 우주안에서 모두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 그것을 거부하고 아니라고 착각하고 있다는것, 단지, 우주 자체가 사랑으로 이루어졌음을 깨닫는가 아닌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Andrea Bocelli, Ariana Grande - E Più Ti Pen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