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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Feb 20. 2017

암환자, 먹는 즐거움을 되찾기

억지로 먹는 괴로움에서 먹는 즐거움 으로...


식욕을 잃고 기아상태에 허덕이는 암환자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되찾는다는것은 생명과도 직결된 일이다. 50키로로 말라버려 하루종일 살기위해 억지로 먹는것을 고민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식욕만큼 반가운 현상이 없다.


시골 내려가기전에 한번 꼭 찾아가 먹어봐야 겠다고 생각한 금촌의 베트남 현지인 쌀국수집을 찾아갔다. 인터넷 평을 보고 그래도 어느정도 규모는 되겠지 했는데 그야말로 재래시장 한복판에 테이블 달랑 다섯개,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 주차한후 골목길을 걸어서 찾아 들어가야만 한다. 적당한 운동도 할겸 이리저리 좁은 골목길을 쏘다니며 찾아냈다.



베트남 처자들이 단체로 몰려와 수다떠는 바람에 테이블 다섯개가 전부 만원이라 식당안이 온통 베트남말로 시끌벅적, 음식을 사진찍는것은 바로 포기했다. 한국식 입맛에 맞춘 베트남 쌀국수맛과는 조금 달라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는데 어쨌든 시골 장터에서 베트남 아주머니 혼자서 만들어 내고 딸이 서빙을 보는지라 베트남 현지맛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하지만, 내 판단으로는 궂이 일부러 촌구석까지 찾아가 먹을만큼 다른 쌀국수집에 비해 맛있지는 않았다고 생각든다.


차를 찾아 나오면서 과일트럭을 발견, 딸기가 4팩에 8천원!!! 바나나 6개에 2천원 ,대박이다 싶어 딸기 두박스를 샀다. 싼 채소 과일 가격은 지방 장터에서 만이 누릴수 있는 혜택이다. 요즘 과일을 많이 먹으려 하고 있는데 유난히 딸기만은 비싸서 선뜻 주문을 못하던중 이었는데 마침 눈에 딱 띄어 딸기파티를 벌일수 있게 됐다. 부라보!



소식을 하는 말기암 환자가 외식을 할경우, 특히나 나의 경우 , 문제가 될수 있는 부분은 정상인 용량을 먹을경우 위가 쳐지며 종양 부분을 압박, 숨도 쉬기 힘들만큼 엄청난 통증이 바로 올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식당에 가서 집에서처럼 시킨음식을 한두숟가락만 먹고 나올려면 대놓고 모욕하는짓 같아서 왼만하면 한그릇을 다 비우게 된다. 쌀국수 한그릇을 다 먹고 집에와 딸기까지 한팩 먹었더니 살짝 압박의 느낌이 전해져 온다.


그럴땐 배를 찜질하고 누워있는게 최상인지라 바로 침대에 누워 소화가 되길 기다렸더니 식곤증에 잠이 들어 버렸다. 배불리 먹고 자고 그토록 내가 바라마지 않는 살찌기 가장 이상적인 행동인데 두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상당히 만족감이 든다.


통증이 잠잠해지면 조금씩 먹는 즐거움을 되찾아 갈수있다. 정상인 만큼은 먹어줘야 빠진살도 다시 복구가 될 확율이 생긴다. 맛있는거 찾아 다니며 먹고 자고 간단한 운동을 하고 편안하게 낮잠도 자고 하다보면 정상체중으로 돌아올수도 있을 것이다. 정상체중만 돼면 암이랑 싸울 용기도 충만해 질것만 같다. 운동도 조금 더 할수있을거 같고 땀흘리는 숯불가마도 다닐수 있다.


그 모든것이 통증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달려있다. 통증을 제어한지 십여일 정도 된거 같은데 '먹으면 아프다' 라는 제한에서 벗어나 비로서 먹는 즐거움을 찾을수 있게 됐다. 먹어야겠다. 살기위해선 무조건 먹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사실은 어제 딸기를 맘껏 먹고싶다라고 말했는데 생각대로 눈앞에 척하니 딸기가 나타났다. 누군가 내말을 듣고 눈앞에 대령한듯 느껴진다. 오늘은 한겨울에 딸기를 질릴때까지 먹을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시골 요양처로 내려가는 일은 아직 처리해야될 서류 일들이 많이 남아서 당분간은 집에 있어야 한다. 그동안 더 먹는것에만 몰두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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