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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Feb 20. 2017

죽음의 길로 인도한 무책임한 의사의 말한마디.

의사가 모든것을 아는것은 아니다.


내가 대량 출혈로 쓰러져 수혈받기 이전, 배가 계속 아픈지라 병원에가서 검사를 받기 시작할 무렵이다. 단순 장염일거라는 생각에 정기검진 지정 동네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 선생님은 일단, 누워서 찍는 X-Ray 를 찍어 보자고 하고 내눈을 까 보더니 배 아픈거는 둘째치고 빈혈이 심각하다고 큰 병원을 찾을것을 권했다. 거의 한달간 배가 아프니 뭔가 아무런 조치라도 취해달라는 내 요구에 의사 선생님은 단호하게 다른말 없이 큰 병원을 가보라며 소견서를 써주기만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경륜이 지긋해 보이는 그 의사 선생님은 감으로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직감했던것이 분명하다. 배 아프다는 말은 무시하고 피검사를 하지도 않은채 엑스레이만으로 빈혈이 심각하다고 큰 병원으로 무조건 보낸것은 암인게 확실하지만 내 입으로 말할수는 없다라는 의미였다. 내 입장에서는 만성 장염이니 약이나 한봉 처방해줄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빈혈만을 언급하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다.


그 병원 소견서를 들고 시립병원에 가서 제대로 검사를 받기 시작했는데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기전 CT,MRI, 등을 차례대로 받게 하였다. 아예 처음부터 대장 내시경을 하면 다 필요없는 절차일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병원에서 요구 하는대로 단계를 전부 밟았다.


흰 약물을 주사하고 사진을 찍었더니 대장 왼쪽 횡행결장에 거대한 흰 덩어리가 찍혔다고 의사는 설명했다. 그게 뭔지는 자신도 모른다며 그것이 빈혈의 원인일거 같다는 설명이었다. 단순히 숙변 덩어리나 뭐 그런것일거라는게 내 생각이었고 의사는 내시경 검사전 까지는 모르겠다는 말만 했다. 절대 암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은 내비치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명씩 찾아오는 검진에서 절대 책임질수 없는 말은 안하겠다는 직업정신이 투철한 젊은 의사였다.


진단후 조언은 장이 거대한 뭔가에 의해 막혀있으니 출혈을 없애려면 부드러운 음식을 먹으라는것 하나였는데 나는 빈혈로 기력이 없어진것에 대해 음식을 가려먹어야 한다면 어떤게 좋을지를 자문하게 되었다.



"혹시 운동할때 먹는 고용량의 초코바 같은것을 먹어도 될까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


젊은 의사는 아직 결과가 나오기 이전이므로 책임이 없다는듯 내말에 맞장구를 쳤고 나는 집에 오는길에 바로 마트에 들러 쵸코바를 왕창 구입해 하루종일 외출시에도 항상 대량으로 소지하며 먹어댔다. 기력을 찾기위해 의사가 동의해준 바이므로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 의사는 내가 암일지도 모른다는것을 전제로 음식에 대해 조언했어야만 한다. 내가 이주동안 기력을 찾는답시고 의사의 동의하에 매일같이 왕창 먹어댄. 고용량의 당분인 초코바는 암세포가 환장하게 좋아하는 1급 영양소로 내 몸안의 암 세포는 그 기간에 맘껏 급속도로 확장되었고 다음 검사때까지 이주가량의 기간동안에 결국 나를 장폐색으로 막판까지 몰고가게 했기 때문이다.


피를 한양동이 쏟아내고 기절할때 까지도 병원에서는 암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은 입밖에 내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대장 내시경을 하고난 다음에도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는 식이었다. 결국은 아무런 치료없이 한달간 검사만 받다 결론은 악성으로 자신들은 손쓸수 없으니 더 큰 전문 암병원으로 갈것을 통보받은것이 다이다.


처음부터 환자에게 암일수도 있다는 의견은 의사에게 큰 부담이 될수 있음은 인정한다. 하지만, 비록 결과가 나오기 전일지라도 최악의 상황으로 암일수도 있다라는 전제하에 의사는 환자가 해야할 일이나 먹는 음식에 대해 조언하는것이 맞다. 기력을 찾기위해 초코바를 먹는것이 좋다고 동의한 의사의 말한마디로 실상은 암환자였던 나는 급속도로 암세포가 팽창해 장폐색까지 몰고가 생사를 오고가야만 했다.


내 잘못이고 아직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이니만큼 의사가 잘못한것은 없지만 환자의 목숨이 오갈수 있는 문제에 대해 무책임한것에 대해서는 의사 역시 반성해야만 한다. 의사는 그냥 지나가는 말 한마디로 암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수도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암환자에게 고용량의 당분은 독극물과 다를바 없다.


"음식을 못먹는데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초코바를 먹으면 어떨까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의사와 나눈 이 짧은 대화 한마디가 나를 실제로 죽음의 급행열차를 타게만든 결정적 말이었던 것이다.


https://brunch.co.kr/@yemaya/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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