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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Feb 22. 2017

죽음으로 유혹하는 달콤한 중독의 '맛'

인간의 문명이 추구해온 '맛' 그리고 해악


대장암 환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음식중 1,2를 다투어도 될만한 음식이 바로 중국집 자장면과 탕수육이다. 성분 어디를 뒤져봐도 암환자에게 유리한 성분은 거의 없이 금해야할 성분만 여러개가 겹치는 최악의 음식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자장면과 탕수육은 어릴때부터 먹어와 대부분이 그 맛에 중독된 국민음식이라 해도 과언 아니다.


요즘들어 TV에서 미친듯 음식프로들이 쏟아져 나온다. 무심히 봤다가 등장한 탕수육에 꽂혀 결국은 참을수가 없어 시켜 먹고야 만다. 암환자들은 절대 금해야할 음식이라고 강변하면서 내 스스로는 한순간 제어가 무너지고 그것을 지키지 못한다. 인상 찌뿌리고 먹으면서 계속 '맛잇다 맛잇어 시바르~' 맛있는 음식을 마음놓고 먹지 못하는 내 처지에 화가 난다.


왜 맛있는 음식들은 대부분 몸에 안좋고 몸에 좋다는 약재들은 하나같이 맛이 쉣한걸까..이것은 아마 전적으로 혀가 불량식품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것일테지만 자연의 건강을 무시한채 혀를 위한 맛있는 가공 음식을 개발해온 인간의 문명이 가져다준 해악일 것이다.현재 내가 왼만하면 피자 콜라 햄버거 라면 삼겹살등 그간 주식으로 삼아 중독된 불량스런 맛들은 다 참고 넘기지만 끝내 못참고 죽음을 무릅쓰고 가끔 먹는것들이 있다. 바로 프라이드 양념치킨, 자장면, 아이스크림 이다. 아직 흡연도 하고있다. 그만큼 그 자극적인 맛에 중독이 깊게 돼있다라고 보면 된다.



점심은 입맛이 없어 새로 배달온 고로쇠물과 씨없는 청포도, 그리고 고구마 말랭이로 대충 때웠다. 여기까지는 암환자에게 아주 이상적이다. 문제는 맛있다고 막 먹게 되지는 않아서 말 그대로 굶어죽지 않으려고 억지로 먹었는데 암환자에게 죽음의 음식인 자장면과 탕수육은 그 반대이다.




죽음으로 인도하는 음식임을 알면서도 오랜만에 마주한 중독된 맛에 젖가락질을 쉽게 멈출수가 없다. 좀 살만해 졌다고 내안의 원숭이가 벌이는 이런짓들을 통제할만큼 나는 독하지가 못하다. 그동안 굶주렸던 암세포들이 미친듯 영양분을 원하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날씨도 눈비오고 꾸적한데 오늘낮에 병원에 들러 진단서를 받으러 갔다가 담당 의사가 없어서 헛걸음질 쳤던 스트래스도 한몫한다. 내 안에 잡아둔 거대한 암덩어리를 포로로 간주해 인도적 차원에서 당장 굶어죽지 말라고 배푸는 '죄수용 식사'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죽이려 했던 반란세포 인 암세포에게도 내 목숨을 내걸고 식사를 제공하는 나는 얼마나 인도주의적이고 관대한 주인인가..말도 안되는 논리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부여한다.. 그래야 어차피 먹은거 맘이라도 좀 편하다.


암과의 투병은 결코 쉽지도 않고 만만하지도 않다. 특히나 자신을 암에 걸리게 만든 중독된 음식들과 벌이는 먹까말까 갈등은 몸이 좀 살만해지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맛에대한 욕망과의 줄다리기 인데 그 판단과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환자가 져야한다. (반성하자 반성 ㅠㅠ)


정상인들은 하루의 고됨을 삼겹살과 소주한잔으로 푼다지만 암환자들은 먹는것으로 스트래스를 풀려 하는 행위(오늘의 나와 같은..)는 금해야한다.


왜 맛있는 음식들은 대부분 내몸에 해로운것일까 라고 한탄하며 식생활로 인해 병에 걸린 나같은 환자가 있다면 자신의 입맛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고 입맛을 바꿔야만 한다. 그게 살길이다. 내가 내 몸의 회복에 대해 자신하지만 100% 확신하지는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욕망에 춤추는 내안의 원숭이가 벌이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병원등 타인의 관리나 제어를 받지않고 독자적으로 자연치유를 선택한 암환자는 자신에게 철저하게 독해야 살고 부지런해야 산다...


일단은, 날씨 좋아지면 여행이나 갈까 궁리해대는 원숭이를 잡아 가두어야 한다. 여행 다니며 사먹는 음식 대부분이 불량식품일테고 찬바람 쐬며 보충제등을 꾸준히 챙겨먹지도 못할것이고 무엇보다 잠자리가 낮설어 몸이 편할리가 없다. 아직까지는 그런 불편함을 감당할만한 몸 상태가 아니다. 죽음으로 가고있어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철저하게 스스로 책임져야 함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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