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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Feb 23. 2017

의사와 나눈 평행 대화

접점을 찾을수 없는 의사와의 상담..

 

작년에 죽음과 대면하느라 경황이 없어 산정특례 라던지 진단서등을 미처 챙기지 못했기에 암 진단받은지 7개월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나를 알아보고 마치 시체를 본듯 너무 놀라했는데 그동안 내가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국립 암센터에 가서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황당해 하며 나를 보자마자 흥분해 강력하게 설득하기 시작했다.


수술은 못해도 요즘 나오는 약들은 좋아서 효과가 상당하다며 자신들도 대장암 수술하고 항암치료 하고 다 하는데 효과가 옛날같지 않다고 현재 의료기술이 무척 발전했음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입원이 한시가 급하다고 하면서 자신들도 대장암 수술과 치료를 하지만 자신들은 받지 않겠다고 등 떠미는 것을 환자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지..그렇게 항암의 효과를 확신한다면 자신들은 왜 치료를 거부하는지...국립 암센터 라고 더 좋은 항암제를 쓰고 자신들은 덜 좋은걸 쓴다는 말인지...내 판단에 의사의 말은 앞뒤가 잘 맞지가 않는다.


말은 그럴듯 하지만 냉철한 현실은 나 같은경우 1차,2차 병원에서 차례대로 그냥 쫒겨났다고 봐도 된다. 말 그대로 의료난민이 된셈이다. 4기 암환자가 의지해 갈곳은 온갖 독약을 투입하는 마지막 도살장 국립암센터뿐이다. 온갖 독약투입이 끝나야 비로서 말기 판정이 내려지고 환자는 죽던지 살아남던지 결판이 난다.



자연치유를 원하는 환자와 병원 의사와의 대화는 계속 같은 평행선을 갈수밖에 없다. 결코 접점을 찾기가 불가능하다. 의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잘라내던지 항암이라는 극약을 투입하던지 다른 옵션이 없다. 만약 항암제와 수술효과가 의사 말처럼 그렇게 좋다면 궂이 국립암센터로 가야만 한다고 시립 병원에서 암환자를 등떠밀어 쫒아낼 일도 없다. 그말은 암센터가 일반적으로 손쓸수 없는 암환자의 마지막 최종 종착지라는 말이고 내가 거기에 해당된다는 의미이다.


요즘 항암제 효과가 아주 좋으므로 당장 암센터에 입원 하라는 의사의 말이 내 입장에서는 달콤한 말로 꼬드겨 도살장으로 인도하는 소리로만 들렸다.


어쨋든, 산정특례 대상자와 암환자 등록, 진단서등은 작년에 진단받았지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처리되었다. 산정 특례 대상자라고 해서 병원에 입원하거나 항암제를 투입할 맘은 절대 없다. 단지 , 이것저것 혜택을 알아보기 위해 서류상 암환자라는 증명서가 지금의 나에겐 필요할뿐이다.


6개월후 또 병원을 찾아가면 의사가 그땐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궁금하다. 지금도 시체보듯 하는데 그때도 과연 암센터 입원과 항암치료를 지금처럼 강력하게 권할지는 두고봐야 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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