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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05. 2017

꿈과 현실의 경계선이 가벼워지는 '선잠'

깊은잠에 빠지지 못하게 만드는 '야간뇨'


밤에 깊게 잠이들지 못하는것이 버릇이 된게 육개월 이상은 된거같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나같은 경우는 '암' 이라는 질병에 따라오는 옵션중 하나로 내 생각엔 '야간뇨' 라는 증상 때문인데 낮이건 밤이건 물을 많이 마시는지라 하루밤에 적어도 세번이상은 깨서 소변을 보러 화장실을 가야만 한다. 빈뇨증상이 아닌지라 이상하게 낮에는 정상같은데 밤에만 생체기능이 빨라져 한두시간 지나면 방광이 또 차게된다.


꿈에서 화장실을 찾아 다니다 깼는데 여전히 꿈속이고 그러다 아무렇지도 않게 비몽사몽 일어나 진짜 화장실을 갖다오는일이 매일밤 여러번 반복된다. 꿈을꾸면서 화장실을 가기위해 그냥 일어나는것이 깨고나서는 참으로 이상한 일인데 현실과 꿈의 경계선이 단1초만에 아무렇지도 않게 전환된다. 덕분에 매일 꾸는 꿈들을 아침에 대부분 기억해낼수가 있다.심지어는 깬 상태에서도 눈만 감으면 꿈이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요즘은 꿈에서 살아오면서 만났던 여러 인물들이 하나둘 등장하는데 어제는 초등학교 시절 나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반에서 제일 이뻤던 아이까지 등장한다. 어릴적 그 아이와 친하고 싶었던 바램의 잔재가 남아있었던 것같고 그것이 꿈으로 올라와 재현된다. 하나하나 사람들 사이에서 아쉬웠던 기억의 찌꺼기들이 꿈을 통해 청소되는 날들이다.


요즘의 꿈들은 현실에서 의식이 얇은경계선을 두고 꾸는 선잠의 형태가 되는데 내가 그 상태에서 조금만 정신을 차리면 자각몽인 '루시드 드림' 상태로도 진입하게 된다.



루시드 드림 상태에 빠져들면 모든 감각들이 새롭게 더욱 선명해지게 된다. 중학교 시절 들었던 '아바' 나 '비틀즈' 의 음악들을 하나하나 재생해서 각 파트의 반주 부분들까지 음반 하나를 또렷하게 들을수가 있다. 루시드 드림 상태에서 음악감상까지 할수 있다는것은 잠재기억이 가지는 놀라운 재생력을 확인할수 있기에 듣고 보면서도 신기할 뿐이다. 거리를 걸으면 간판 하나하나 골목 하나하나의 미세한 부분까지 전부 또렷히 재생이 된다. 한국영화에 ' 루시드 드림' 이라는 영화가 근래 개봉한거 같은데 루시드 드림의 이런 특성을 이용한 스릴러 라고 한다. 평상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잠재의식속의 기억력을 추적해 사건의 단서를 찾아나가는 내용인듯 하다. 재밋을지는 모르겟고 기회됨 한번 봐야겠다.


루시드 드림 상태에 진입하면 이것저것 재미라도 있겠는데 대부분 선잠형태 에서는 그만큼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는 못한다. 아무생각 없이 푹 자는것이 목표인지라 그냥 흐리멍텅 선잠형태에서 화장실이나 찾다가 깨고, 나름대로 깼다고 했지만 몸은 계속 자고싶기에 그나마도 또 꿈이고 결국 방광의 현실적 압박에 아무생각없이 실제로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것이 전부이다. 하루밤에도 이런일이 두세번 반복돼니 당연히 잠을 푹잘수가 없고 항상 언제든 일어날수 있게끔 스탠바이 상태로 얕은잠의 꿈을 꾸면서 화장실 가기위해 대기(?) 하는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한두시간을 자건 몇시간을 자건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백수 환자인지라 잠을 잘 못잣다고 해서 몸이 피곤하거나 하지는 않다. 꿈도 오래꾸고 푹잔거 같은데 실지로는 한두시간 지났을뿐이다. 한두시간씩 잘라서 두세번 나눠자봤자 여섯시간도 채 안자는거 같은데도 결국 새벽에 지겨워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게 된다. 길고 긴밤과 후다닥 정신없이 지나가는 짧은 낮이 요즘의 내 시간개념이다.



2017.3.5


어제밤 자기전 몸과 대화를 시도해 본다. 몸에서 진동하는  오만가지 신호들이 전부 비실대는것 같고 힘차게 작동하는것 같지않아 맘에 들지 않는다.


"심장이 너는 뛰는게 왜 그모양이야?"

"....니가 담배를 펴서 그래."


"폐랑 혈관의 진동도 비실비실한데 너는 또 왜 그런데?"

"....니가 담배를 피잖아...."


" 위 너는 쑤시는거 이유가 뭐야"

"....몰라서 물어? 너 담배 때문이잖아.."


"................미안하다.."


자율 정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말기암환자가 담배를 계속 피는것은 미친짓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말이 없다. 이전의 습관이 나를 죽일수도 있음을 이제는 슬슬 깨닫고 바꿔야 하는데..알면서도 실천을 못하는 나약한 의지력..젊은시절부터 유럽에서 필터없는 쌩담배잎을 말아피던 습관이 지독한 꼴초로 이어지고 지금은 최대한 자제하는데도 그나마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음을 인지해야 한다. 몸의 각 장부 혈관 전부가 이구동성 담배피지 말라고 요구하는 소리를 묵살하면서 몸이 나아지기를 바라는건 뻔뻔한 도둑놈 심보이다. 몸과 흡연에 대해 타협점을 찾는 협상은 몇십년간 계속 되고 있는데 이제 정말 과감한 결단을 내릴때가 됐다.. 흡연은 식후에만, 가급적 뻐끔이로 입담배로...


오늘은 집에서 조용히 영화감상 이나 하며 안입는 옷 물건들이나 내버려야 겠다. 주변부터 청소하고 내몸도 청소하고 낡은 기억도 청소하고.. 홀가분하게 새롭게 재탄생 하기위한 준비작업들을 해야겠다.


The Vandam Project - Bilitis (Synthesizer Greates…

https://youtu.be/Fb4Ic0P5Y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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