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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07. 2017

밑바닥이 없는 추락 '무저갱'

인체에 잠재된 '무저갱' 팬텀 매트릭스 시스템


성경에 등장하는 밑바닥이 없는 지옥 '무저갱' 시스템은 인체의 몸에도 장착되어 있다. 블랙홀 시스템과 같은것으로 팬텀 매트릭스 라고도 불리운다. 끝도없이 밑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은 어떨까..인간의 두려움중에서 가장 두려운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는 말에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식구들이 옆에 전부 앉아 TV를 보는데 자신은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고 소리를 지르려 해도 몸은 굳어있고 끝도없는 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겁이 없게도 나도 경험해보고 싶다란 마음이 들었다. 유체이탈 경험이 아닐까 혼자 착각한 덕분이다. 매일같이 무저갱에 빨려 들어 간다던 그 아이를 당시 나는 단순 빈혈환자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몸안에 종양이 있는 환자로 지금 내 생각에 그것은 암 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옆에서 지켜보니 가위눌린듯 꼼짝못하고 빨려 들어가는 와중에 발버둥을 쳐서 겨우 벗어나곤 하는데 옆에 사람이 보기에는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것 같다. 나이트메어 처럼 자신이 보기에 신음내고 좀 이상한것 같으면 지체없이 흔들어 깨워달라는 부탁을 받고 밤새 지켜보기도 했다.



무저갱의 공포에 잠도 맘대로 못자는 아이의 손을 잡아주면서 나는 그 친구가 겪고있는 무저갱이 밑바닥이 진짜 없는지 그 바닥을 확인해 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그런거에 나는 겁보다는 호기심이 더 많은편이다.


감당못할 불쌍한 아이에게 그런거 느끼게 하지말고 차라리 나에게 오라.. 나는 고통스러워 하다 간신히 내품에서 잠든 그아이의 손을 잡고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그 아이손에서 뭔가 하얀 돌 같은것이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손으로 꾸물꾸물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야 신기하다 신기해.... 그러고 5년이 흐른지금, 그 아이는 완치됐는지 꽉찬 나이의 막바지 연애에 바빠 연락도 끊었고 나는 말기 암환자가 되어 그 아이가 겪던 무저갱을 실제 경험할수 있었다.


단순한 몸살 만으로도 하루종일 비몽사몽할 정도로 면역력이 약한것이 암환자이다. 아침에 일어나 대충 걸치고 콩나물 국밥을 사먹고 딸기를 사가지고 들어왔는데 찬바람을 쐬서 그런지 몸이 으실으실 몸살기운이 들었다. 몸살 기운이 있을시 몸이 끝없이 꺼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피곤하다고 계속 누워있다가는 영영 못 일어날것만 같다. 죽을힘을 다해 일어나 거실에 앉아 있으면 또다시 몸이 땅속으로 꺼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또다시 침대에 눕는다. 한번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면 못 빠져나올것 같은 느낌에 일반 환자들은 충분히 두려움을 느낄만 하다.


어디까지 가라앉나 보자, 못 빠져나오면 그것도 내 운이다.. 차라리 맘편하게 먹고 끝없는 추락속으로 잠겨든다.


어제는 그렇게 꿈과 현실 비몽사몽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 하루가 지나갔다. 하루종일 나는 브런치에도 글을쓰고 인터넷 쇼핑도 했으며 친구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 모든것이 꿈이자 환상들 이다. 현실은 그냥 침대에 누워있고 나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하루가 무저갱속에 빠져 들면서 하루 생활을 꿈내지는 환상으로 때웠다고 볼수있다. 화장실도 자주갔고 중간에 일어나 식사도 했으며 의식은 또렷하기에 완전한 꿈이라고 볼수도 없는데 그 많은 논쟁과 갈등, 후회, 전부 현실이 아니었다.


어떤게 현실이고 어떤게 꿈인지 하나하나 차분히 구분해 보니 현실은 화장실 오간거 중간에 식사한거 빼고 나머지 전부 환상내지는 꿈이다. 현실이 아니란 점에서 다행스러운 점도 있고 꿈이란것이 아쉬운것도 있고 ,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기울여 브런치에 오랜시간 글을 쓰기도 했는데 환상이었다.) 현실과 꿈의 경계선이 완전하게 무너진 하루였다.


24시간 가까이 그렇게 몸살로 비몽사몽 앓다가 새벽에 땀흘리고 일어나니 몸이 개운하다. 깨어나서 몸에서 엄청난 양의 비타민C를 요구 한다는것을 알았다.


오늘은 아버지가 병원에서 퇴원하시는 날이라 모시러 병원에 가야하고 날씨는 아직도 내가 원하는만큼 풀리지는 않은지라 가급적 방콕을 지향할 예정이다.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할것인가..고민해본다. 병원에 간김에 나도 CT 검사나 해볼까 싶은데 워낙 의사가 시체보듯 난리치며 당장 암센터 입원하라고 성화 했던지라.... 지금은 시기가 아닌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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