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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09. 2017

불치병에 순응하는 어머니..

인간의 나약함에 고민하며 날밤을 세우다.


내가 환자가 돼서 그런것인지, 나이가 들면 아픈것들이 정상처럼 되는것인지.. 요즘들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부모님이 고령에 병을 달고 사는것이 예전엔 나이들면 당연한 순리인듯 받아  들였는데 내가 몸이 이 지경 되고나니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특히나, 어머니의 경우 당뇨에 따른 합병증으로 녹내장이 심하신데 병원에서 시력이 얼마 안 남았다고 점점 악화돼 가면서 회복은 불가하니 남은 시력관리에 전념하라는 말만 갈때마다 계속 듣는다고 한다. 악화되기만 하고 나을 가망이 없다는 말에 어머니는 우울증 비슷하게 하루종일 TV앞에서 중국 드라마 보는것으로 하루를 때우신다. 본 드라마를 또 보고 또 보고 밥 먹는것도 귀찮아 하시고 아예 눈 관리는 포기한듯해 집에 와있는 나와 가끔 트러블을 일으킨다.


인스턴트 커피에 담배에 컵라면.. 하루종일 평균16시간 이상의 TV시청, 녹내장에 피해야할 극악 요소들만 골라하셔서 옆에서 지켜보는 자식입장에선 걱정이 안될수가 없다. 얼마전 본 영화 '야행성 동물' 에서 계속 줄시가를 물고있던 보안관이 자신이 폐암환자 인것을 알면서도 더 피게되는 자포심리 와 같은것이다. 어차피 난 죽을거니까 상관없다 라는 심정..



작년에 실명위기에도 하루종일 몇년동안 거실에서 TV 중독증에 빠진 어머니를 보면서 화가나 TV를 깬적도 있는데 하루종일 우울증에 걸린듯 사는 낛을 포기하는듯한 모습을 보이셔서 어쩔수 없이 다시 사드릴수 밖에 없었다. 50인치 이상이 아니면 보이지도 않으신다. TV중국 드라마를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짓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유일한 낛이라 하시는데..자식 입장에서 걱정이 돼서 TV시청 자제를 말하면 자기 유일한 사는 낛은 건드리지 말라고 못을 박으신다. 사극만 보시는 덕분에 우리나라와 중국 황실 역사에 대해선 줄줄 막힘이 없으시다.


어머니를 자포자기 하게 만든것은 전적으로 몇년간 계속 반복된 의사의 진단때문이다. 병이 나을 방법이 없다는 말에 대부분의 노인들은 남에게 짐이 되느니 삶을 그만 살아야겠다는 심정을 갖게된다. 환자가 철저하게 의사말만 믿는데 의사가 희망적인 말을 안하고 환자가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면 옆에서 어떤 도움도 줄수가 없다.


내가 다시 시골로 내려가면 그야말로 혼자 어찌 사실지 심히 걱정이 된다. 그나마 자식이 당장 죽을병에 걸리고 아프다니 생각을 고쳐먹고 자식 먹인다고 음식도 하시고 같이 이것저것 보충제도 열심히 챙겨드시는것 같은데 혼자계심 또 컵라면과 호빵으로 때우며 수면제로 잠들고 하루종일 TV만 볼까봐 걱정이 된다. 옆에서 어머니를 돌보는게 맞는것도 같은데... 옆에서 난리를 치고 설득해서 그나마 TV도 낮에는 잠시 끄고 수면제도 끊으시고 보충제도 제때 챙겨 드신다.



시골로 내려가기전 눈마사지기를 주문해 사용방법을 알려드리고 몸 관리에 신경을 써줄것을 약속받는다. 중국산이 아닌 국산으로 무거운 건전지 대신 충전방식으로.. 사실 이런 장난감 같은것으로 눈이 좋아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어머니에겐 자기몸을 돌볼 시도를 하는 마음자세가 생기는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발, 의사말만 믿지말고 맘먹고 노력하면 그까짓 눈이 안 좋아지긴 왜 안좋아지겟어.. 최소한 악화되지는 않을거 아냐.. 나를 보면 알잖아. 의사말만 믿고 드러누웠으면 나는 이미 죽었을테지만 봐, 멀쩡하잖아.."


작년까지는 내가 말하면 무조건 역정내면서 니가 의사냐며 코웃음치던 반응은 보이지 않으신다. 내말이 맞다는걸 내가 직접 눈앞에서 증명하고 있으니 이제는 인정 안하실수 없는 모양이다.


나도 환자인데 주위가 온통 아프면 이제는 화가난다. 남들 아프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나는 아파도 엄살도 못부릴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부모님도 두분다 그렇지만 친한 지인분들도 몸들이 안좋단다. 내가 아픈 상태로 보자니 그야말로 내 주변에 아프다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다들 나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님에도 전부 심각한듯 말을해 내가 병자라는 말도 꺼내기 힘든 상황이 된다.


나이들면 인간들은 대부분 그렇게 되나보다. 다들 고장난 육체에 의식이 함몰돼 고통받고 자포하는 식이 된다. 타인이 그런 경우와 지인이나 가족이 그러는 경우는 또 다르다.  내몸 아픈것에 대해서 신경쓸 여력도 없이 부모님과 주변 걱정 하느라 간만에 날밤을 샜다. 6시넘어 잠들어 3시간 정도 자고 아침 9시 정도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오늘은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간 영화를 보러갈까.. 영화는 혼자 보려면 심야영화가 제격이다. 수목원을 갈까.. 딱히 하고싶은것도 먹고 싶은것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여행이나 갈까.. 현재 상황에서 내가 아프다고 해서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나를 위한 일은 무조건 내가 해야한다..날씨는 영상권인거 같은데 바람소리가 무섭게 나는걸 보니 외출할 맘은 싹 사라진다.


인간의 나약한 육체와 의식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가 될거같다. 생각이 많아 진다는 것은 현재 상태가 불만족 스럽다는 말이된다. 결론은 언제나 동일하다. 일단, 내 몸부터 챙기고 남걱정 편하게 해야겠다..말기암 환자인 내 상황에서 남 건강걱정 하고있는 자체가 코메디 아닌가.. 웃기지도 않는 주제넘는 짓을 내가 하고있다. 알았으면 화나니까 이제 하지말자. 나부터 건강해지자 ..


환자라고 함부로 대함을 당했을때, 환자라서 외부적으로 아무것도 할수없을때, 무기력한 자신에 대해 적당한 분노는 건강에 대한 열망의 자극제가 된다. 오늘은 왠지 짜증나서 정말 그냥 확 건강해져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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