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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08. 2017

내년 겨울을 기약하며..

낡은 짐정리와 새로운 시작의 준비


나는 신발이 꽤 많다. 아직 박스채 한번도 안신은 새신발도 십여켤레는 된다. 지난 겨울엔 시골에 내려가 있고 집에선 방콕하느라 거의 신을일이 없었다.한때는 전부 더이상 신을일이 없을거라는 생각에 정리해서 버리려고도 했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서 내년 겨울엔 꼭 다시 신으리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환자용 옷과 신발은 일반인들의 복장과 많이 차이난다. 옷은 무조건 부들부들 추리닝 잠옷계열만 입게돼고 신발도 끈없는 막신위주만 신게된다. 아무때나 누워 뒹굴수 있는 복장인데 정장계열과 캐주얼등도 전부 불편해서 여간해선 입게되질 않는다.


자신이 죽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눈에띄는 행동중 한가지가 주변 짐 정리이다. 만약에 내가 내년을 맞이할 맘을 잃는다면 남들에겐 쓰래기가 될 물건들을 올해 전부 내다 버렸을것이 확실하다. 신발,옷, 수천장에 이르는 영화DVD 랑 잡동사니 들이 방 두개를 가득 메우고 있어 내가 없으면 누구도 처분해줄 사람이 없다. 어릴때부터 애지중지 모으던 물건들이 한순간 쓰래기가 되는 경험들을 몇번 겪고보니 짐 없이 홀가분 하게 살아야 겠다란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데 어쩌다보니 또 짐이 많아졌다.



집안이 안정될때 하나둘 가구나 생활도구등을 사모으는 재미가 있겠지만 집안이나 사업이 망해본 경험이 있는분들은 그 모든 재산, 물건들이 한순간 쓰래기가 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특히나, 덩치큰 가구들의 경우는 아무리 고가일지라도 들여놓을 장소가 없으면 돈들여 없애야 하는 애물단지가 되기 쉽다. 나 정도 나이돼면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망해서 짐을 처분하는 경우를 몇번은 보게된다.


사무실은 망했는데 하나에 백만원 넘는 사무책상 의자 수십세트가 아깝다고 재기할때 쓴다고 창고를 임대해 보관만 하다 결국 창고비용까지 빚지고 몽땅 버린 경우도 봤고 수백평 호화빌라에서 수십평 임대로 망해서 가게된 경우 고가의 장농을 들고가겠다고 고집부리는 어머니에 맞서 친구가 도끼로 장농을 부수는 경우도 봤다. 사람이 있을 공간도 부족한데 가구를 쌓아놓고 살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친구맘이 이해가 갔다. 집이 없는 입장에서 한평이라도 임대해 사용하려면 도시에서는 만만치 않은 돈이 드는데 물건 쌓아놓는데 평수를 사용하는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같은 경우도 대형 아파트와 사무실, 스튜디오 ,오피스텔까지 한번에 망해서 싹 다 정리한적이 있다. 가구와 집기들 살때는 다 거금이 들지만 처분할때는 대부분이 돈들여 치우는 쓰래기가 된다. 쉽게 남에게 맡길만한 일이 아니다. 요즘은 그런일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곳이 여러군데 되나보다.


어머니가 이번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시자 그런 업체를 알아보라고 하셔서 내가 정색을 했다. 일이 생기면 형이랑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텐데 쓸데없는 신경 쓰시지말라고 했다. 어머니가 내가 아픈걸 몰랐던 작년초엔 추억어린 사진 수백장을 전부 없애버리셔서 내가 화를 낸적도 있다. 자기 죽고나서 남의손에 자기 사진 돌아다니시는게 싫으시다고 한박스를 다 찢으시는데 자식입장에서는 부모님이 죽을준비 하는 모습에 기분이 참 안좋았다. 자식들에겐 훗날, 부모님에 대한 추억이 될 소중한 사진이 될수도 있는데 말이다. 다행히 내가 아프다는걸 아신 이후엔 마음을 고쳐 잡으신듯 하다. 나때문에라도 더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신듯 하다.


시골 내 거처에도 몇달사이 또 한살림이 차려져 버렸다.생활하려면 필요한 것들이라 어쩔수 없지만 평상시에도 홀가분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다시든다. 물건은 사는것보다 버리는것이 더 어렵다. 필요하지 않은것은 무조건 버린다. 사지않는다 가 앞으로의 내 생활방식이다.


자다가 지겨워 새벽부터 일어나 버릴 옷과 이제는 들어가야할 겨울옷 정리를 하는데 시간을 보니 4시 30분 정도다.어제 12시 정도에 자서 화장실을 4번을 갔다. 평균적으로 보자면 한시간에 한번 일어났다는 말이된다. 지겹게 잔거 같은데 한시간 지났고 그런식으로 네번의 잠을 나눠서 잤다. 일반인 같으면 잠을 제대로 못자 피곤할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다르다. 시간을 늘려 정말 지겹게 잤고 마지막엔 뭔가 예지적인 꿈까지 꾸었다.



봅슬레이 같은 경기에 엄청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어린아이들 까지 단체로..수많은 인파속에서 파트너 손을 놓치지 않기위해 인파속을 제치고 참가신청 하는곳까지 갔는데 내 신분증 사진들이 전부 이상하게 뭉개져 내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없는 꿈이었다. 모든 신분증과 지난 사진들에서 내 얼굴들이 지워져 내가 나라는 사람을 증명할길이 없어진 꿈인데 그러다 깼다. 좋은일이 생길지 답답한 일이 생길지는 두고봐야 알겠다. 이왕이면 병이 나아 이전의 병마를 짊어진 나는 없어지고 완전히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좋은 의미였으면 좋겠다..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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