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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10. 2017

죽음의 음식 마무리..치킨과 콜라

요양 시즌2 준비..


2017. 3. 10


대장암 환자에겐 죽음의 음식인 양념 후라이드 치킨,  전지현이 선전하는 '맛초킹' 이 머릿속에서 어제 두 시간을 나를 고문해댔다.


죽으려고 먹었다. 콜라도 따라오길래 에라 먹고죽자 사약마시듯 마셔버렸다. 굶던 암세포들이 환장하면서 반기며 어김없이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곧 죽을지도 모르므로 심야영화는 포기하고 다가올지도 모르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잠이 들었고 새벽에 일어났다. 안죽었구나...이번달에도 한번은 먹으리라 했는데 잘 치뤄냈구나..주기적으로 한달에 한번정도는 자장면 탕수육 양념치킨등 죽음의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이번주말에 다시 시골로 내려가기로 했다. 환자라고 집에서 챙겨주던 식사도 지금은 없어졌고 처음 올라올때 반가워 하던 어머니도 지금은 귀찮은지 내가 빨랑 눈앞에서 안보였으면 하는 눈치다. 한달간 집안에서 어슬렁대며 겉보기는 말쩡한 모습을 보였으니 아마, 이번에 내려가면 이전처럼 안절부절 걱정하지는 않으실듯 하다. 치킨 시켜먹을까 고민하는 암환자 아들을 말리기는 커녕 밥차리기 귀찮아서 옆에서 시켜먹자고 더 부추긴다. 자장면도 마찬가지.. 서운한 맘도 들고 에라 먹고죽자라는 맘이 안들수가 없다.


서로 밥상 차리기 귀찮아 락앤락통에 말라비틀어진 김치와 오래된 밑반찬들이 계속 나오면 뚜껑도 안열게되고 먹게되지가 않는다. 그러고 어머니는 자신은 입맛없다고 컵라면을 드시고 나는 차려진 밥상을 안먹고 나가서 외식을 한다. 유일하게 딸기만 집에서 맛있게 먹는 음식이 되어버린 지금...시골로 다시 내려가야 하는 시기가 딱 된듯하다.



뭐든지 익숙해지면 그렇게 된다. 안보일땐 말기암 환자인 아들이 죽지는 않는지 걱정하시던 부모님들도 막상 옆에서 있으면 음식챙겨주는 돌봄이 이번에 경험해보니 이주를 넘기지 못한다. 어머니가 어제 나보고 입원이나 요양원 들어가는게 어떠냐고 하는데 더이상 밥차려주기 너무 힘드니 밥주는 병원에 가서 하숙하라는 소리이다. (이번에 아버지가 한달가량을 그렇게 병원에서 하숙 생활 하셧다.) 장기적으로 환자를 간병해주는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인지...나는 그런 간병인이 없으므로 스스로 챙겨야만 산다.  


집안에서도 아무도 나를 환자로 대접해주질 않고 단지, 밥차려줘야 하는 귀찮은 존재로 대하는듯 해서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든다..나 진짜 당장 죽을수도 있는데..ㅜ  환자는 자신이 아프다고 계속 주변사람들에게 인지시키고 광고를 해야 주변에서 잊지않고 계속 챙겨주고 알아주게 된다. 내가 워낙 엄살 부리는것을 못하고 아픈티를 내지 않아서이니 서운해 하지말자. 내가 자초한 일이다.


한달간 집에와서 잘 쉬었고 본격적으로 살기 요양 시즌2, 다시 시작이다. 새벽에 일어나 해장국을 사먹고 오늘부터 이틀간은 다시 시골 내려갈 준비들을 한다. 진짜 밥주는 병원이나 요양원에 들어가 하숙이나 할까...생각해본다. 밥만주고 항암제나 링겔같은거만 안 맞아도 된다면야 입원도 조금은 할만하지 않을까.. 아 주사도 싫고 약먹는것도 빼고..밥만 주면 되는데 그런 병원은 없을것이다.


* 후라이드 양념치킨이 나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음식이란것은 이번의 실험으로 확실해 졌다. 나는 한달만에 찾아온 극심한 통증으로 현재 후회속에서 누워있다...종양이 멍든것처럼 콕콕 쑤시는 새로운 종류의 통증이다. 이런 종류의 통증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직은 나도 모른다. 말기암 환자는 후라이드 치킨,자장면,생크림빵류,아이스크림등은 목숨걸고 먹어야 한다는 내말이 맞음을 이번에도 나는 내 몸으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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