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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13. 2017

요양 Season 2, 주제는 영혼의 충만함.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


모든것이 그대로이다. 한달반 동안 집에가있었던 시간들이 없었던 일처럼 마치 어제도 계속 이 방안의 어둠속에 있었던것 같다. 가로등은 아직도 꺼져있다. 아침도 똑같다. 정글속에 들어와 있는듯 어마어마한 양의 새소리가 눈을뜨면 쏟아지기 시작한다.


시골의 하루일과는 단순하다. 해가뜨면 시작이고 해가지면 적막속에 잠긴다. 보통 여름엔 새벽5~6시 사이면 농사짓는 분들은 이미 논밭으로 나가 일을 시작한다. 저녁6시 정도면 요즘은 해가지는데 하루일과 마무리하고 9시 정도면 잠자리에 든다. 새벽4시 넘어서까지 잠못자고 어둠속에 잠겼던것도 이전과 똑같다. 그리고 아침7시에 새소리 폭격에 눈을뜨고 일어난다.



반가운 녀석들.. 많이도 기다렸나보다. 어제 도착하니 한밤인데도 짐을 내리는 동안 하나둘 밥달라고 모여들기에 짐풀기전에 길냥이들 밥부터 주기 시작한다. 이젠 겁내지도 않는게 내가 없어져 버리니 밥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은것 같다. 이제 그만.. 나도 자야겟어.. 밥그릇을 치우고 방문을 닫는순간까지 아쉽게 녀석들이 바라본다. 밤새 니들 먹이만 주고 있을순 없잖아... 사료도 바닥이 나가는 상태인데..이제 맹 겨울도 지나고 하니 알아서들 생존하라고 신경 끄는게 맞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나부터 살아야 되는게 맞는거 같으니까..



정말 멀다.. 세상과 단절되는 오지속으로 하루를 꼬박걸려 내려왔다. 내려오는 동안 고속도로 타기전 비빔메밀을 먹고 휴게소에선 커피만 마셨다. 거치는 휴게소 음식들 왼만한데는 다 들러서 먹어봤는데 정말 먹을만한게 없어 가급적 휴게소에서는 식사를 안하는쪽으로 하기로 했다.


방안에 있으면 자연속에서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주는 포근함..이곳에선 누구의 눈치도 볼것없이 내가 하고싶은대로 뭐든지 할수있다.새로운 요양 플랜을 짜기 시작한다.필요한 기본 음료 먹거리등을 온라인으로 일단 주문한다.


우선, 먹는것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건 맞지만 이전처럼 우왕좌왕 식당 찾아 다니는데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자전거는 아직 체력이 안될거 같아 싣고오지는 않았다. 조만간 체력이 된다 생각됨 다시 집에 올라가서 가져올 예정이다. 여행한다 생각하고 자주 왔다갔다 할 생각이다.



' 그것도 없다' 라는 관점과 '그것도 있다' 라는 관점


시골에서는 도시생활속 편리함을 생각하면서 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서비스를 찾는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게 따지면 있는것이 없다. 내가 있는곳은 시내를 나가도 왼만한 식당도 극장도 없고 쇼핑할 브랜드 매장도 없으며 찜질방도 없고 세탁방도 없고 다이소도 없다. 편의점도 없으며 와이파이존 같은것도 없다. 1인가구가 살기에 도시는 최적화된 서비스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 생활에 고정된 친구는 나보고 좀 멀지만 근처 대도시에 나가서 그런것들을 해결하라고 조언하지만 실제 살아보면 그런식으로는 시골생활을 견디질 못한다. 시골에 있으면서 혼자 도시인 행세를 하며 불만을 가지고 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인데 시골에도 사람사는 방식은 나름대로 다 있다. 없다에 초점을 맞추면 일반인들은 시골에서 못산다. 반대로 있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시내에 나가면 5일마다 한번씩 열리는 재래시장도 있고 빵집도 있고 기본생활에 필요한것들은 그래도 다있다. 작은 서점 규모의 도서관도 골목길 안에 있다. 심지어는 유일한 패스트푸드점 이자 브랜드 매장인 롯데리아 까지 하나있다.장터에 나가면 70년대 온둣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있다에 초점을 맞추고 시골생활에 적응하면 도시생활이 주는 편리함보다 얻는것이 비할바 없이 많다.비록 담배하나를 사기위해, 두부 한모를 사기위해 십키로를 운전하고 나가야 되는 불편함은 있어도 그런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면 전혀 불편하지 않게 된다. 선진국인 북유럽 국가들에서 저녁5시 이후에 매장들이 문을 닫아 저녁엔 물건을 못산다고 생활이 불편하지 않는것과 마찬가지 이다. 24시간 편의점 체제는 비록 편리하기는 해도 사회적으로는 무한경쟁이 불러온 한국의 비극이라 본다.


없다라는 관점대신 그것도 있다 라고 생각하면 자연속에서 사는것은 불만대신 즐거운 생활이 될수있다 식당이 없다라는 불만보다는 이십킬로만 나가면 백반을 파는 기사식당도 있다..라는 생각으로 도시속 편리함을 잊어야겠다.



시간이 정지된듯한 느낌이므로 오늘 내가 무엇을 할지는 내가 결정하면 된다. 방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하거나 장날엔 장구경을 가고 주변 관광지들을 여행 다녀도 되고 무엇보다 온천을 꾸준히 다닐 생각이다. 요양 시즌1이 당장 죽음에서 살아오기 위해 먹는것에 올인이었다면 지금은 몸은 굶기지만 말고 무리하지 않고 자연히 내버려둠 알아서 좋아질테고 나는 영혼의 충만함에 시즌2초점을 맞추기로 한다.가만히 물만 마시고 숨만 쉬고 있어도 게르마늄 생수와 피톤치드속에 잠겨 사는데 괜한 걱정으로 스트래스 받을일은 없다. 왼만한 인스턴트 음식도 주식만 아니라면 충분히 커버하리라 본다.


*참고로 내방안에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이 지역의 게르마늄 생수와 루르드 기적의 샘물과 성분비교한 자료가 있는데 내가 마시는물이 열배이상 더 좋은 성분이 많다고 나온다.


요양 시즌2 주제는 영혼의 충만함으로 '진정한 내가 되기위한 삶' 이다. 성공이 될지 이전처럼 실패가 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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