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아는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인간 사회 카르마중 가장 치열하면서 태생적으로 직접 대면하게 되는 기초 굴레는 남여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면서 형성되는 '가족' 이라는 혈연으로 맺어진 매듭이다. 관계에선 선택의 여지도 없고 자식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 구조에서 벗어 날수도 부정할수도 없다. 사회적 위치 또한 어린시절 부터 가족을 기반으로 해서 대부분 엮여져 나가며 모든 사회의 근간 기본은 가정으로 부터 시작된다.
어머니가 정성껏 담아준 김치를 "맛있니?" 하고 물었을때 솔직하게 말한답시고
"굉장히 맛없어. 괜찮아. 익는거 보고 버리던지 찌개 끓이던지 하면 돼. 먹다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 가볼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
나름 포용력을 발휘 하겠다고 이렇게 싸가지 없는 대답을 해도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건 오로지 혈연으로 맺어진 친가족 외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내나 장모 시부모한테 그런식이면 가정을 깨고 이혼하겠다란 말로 들린다.
<아는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tvN 드라마는 제목을 너무 정직하게 짓는 바람에 주목을 끌지 못한 경우 같은데 온통 범죄 재벌 이야기로 꾸미는 막장 드라마들 속에서 넷플릭스에 올라와 보게된 16부작 훈훈한 드라마다. -가족이란 진짜 어떤 관계인가? - 질문을 던진다.
케이블 방송이면서도 방영 당시 5%대 시청률로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 다만,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내용이라 제목을 좀더 간결하게 지금 제목을 부제 정도로 표기 하고 다른 간단한 자극적이고 유치한 제목을 지었으면 반응이 좀 더 열광적으로 달라질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 생각이다. (유치한게 싫어도 대중들은 유치해야 좋아한다.)
<아는건 별로 없지만> 가족 입니다.
작은 오해들이 쌓여 수십년간 한 가정을 지옥속 생활로 끌어 들이는 가족간의 불통의 실체를 작가가 집요하게 분석해서 잘 묘사해 냈다. 매일 같이 붙어 살면서 가장 가깝지만 실제로는 서로간 아는것이 별로 없는것이 부부지간 부모 형제 자식간 가족이다. 모여서 빚어내는 불행의 실체를 알지 못하니 사랑하면서도 각자 오해속에서 스스로 지옥속을 거닐고 카르마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른채 부대끼며 살아간다.
무뚝뚝하게 매일같이 화를내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외부에 배다른 자식(?)을 두고 두집 살림을 하면서 월급도 절반만 갖다주는 트럭을 모는 무식하고 폭군적인 남편, 평생 남편에 대한 원망속에서 살아가다 노년이 다 된 어머니 (원미경 분)는 늙어서 결국 지옥같은 결혼 생활의 종지부인 졸혼을 선언하고 갈라 서겠다는 결심을 한다.
가정붕괴에 직면한 최악의 상황에서 아버지가 자살(?)을 시도하고 산에서 실종된후 기억상실에 걸려 22살 청혼할때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22살 의식에서 바라본 아버지는 눈앞의 막장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혼란속에서 모든 상황과 문제들이 본격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모든것이 작은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되돌리고 싶어도 이미 불통속에서 흘러간 수십년의 세월들... 문제의 발단같던 아버지의 악덕 행동들이 사실은 가족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희생이라는 반전으로 계속 이어진다. 각자가 오해속에서 반평생을 허상과 싸우며 스스로 지옥같은 가정생활 을 만들어낸 것이다. (예로 아내는 봉사 요양원에 갖다줄 과일을 따로 챙겨서 싱크대 밑에 보관 했는데 남편은 자신이 다쳐 돈을 못버는 형편에 아내가 자신 못먹게 과일을 숨겼다고 생각해 과일봉투를 집어 던지고 내내 혼자 서러움의 상처를 안은채 살아간다.)
아버지의 유독 큰딸에대한 집착적인 희생과 편애도 친자가 아니라는 비밀이 밝혀지자 도리어 딸 입장에선 아버지가 한때 큰딸에게 도움받은 것이 미안하다고 돈을 모아 쥐어 주는 것이 차별과 단절로 느껴져 서러움에 오열한다. 가족을 위한 희생도 '가족'이라는 자격이 있어야만 불편하지 않고 당당한 것이된다.
'가족은 남이 찾지 못하는 급소를 너무 잘 알고있다. 언제든 강력한 한방을 날릴수 있다.'
성격이 전혀 달라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자매의 감정싸움 역시 치명적인 한방을 먹일수 있는건 오직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가족간 이기에 가능하다. 뼈때리는 말들이 튀어나오는 가족간 말 싸움은 남들과의 갈등보다 더 감정선을 건드린다. 모진말로 받게되는 상처를 두고 동생은 "언니는 말로 연쇄살인도 가능하다" 고 비꼰다.
대부분의 가정 문제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붕괴되는 현실에서 <아는것은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드라마는 이미 형성된 가족간 대부분 갈등의 문제와 해법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수작 드라마 라고 하겠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소통이 우선이다. 서로가 사랑함에도 모든 불행의 사건들이 작은 오해로부터 시작된다. 나이가 차 실체를 알게되면서 드라마속 그들은 후회를 하고 가족이라는 의미의 참뜻을 배워 나간다
중년때 갈라서 서로 원망만 하다 말년에 요양원에서 재회하고 화해한 우리 부모님들의 일생이 이 드라마와 판박이다. 모든것이 마무리짓는 말년이 되니 성향이 완전 다른 두 집안의 대립과 전쟁도 의미가 사라졌고 남은건 그 결과를 물려받은 자식인 나와 형제들이다. 내가 젊은시절 내내 결혼을 안 하겠다고 가정 꾸리는것에 흥미를 잃고 거부한 이유도 부모님의 불화를 보며 자란 영향이 가장 크다.
병마로 죽음 앞에선 나에게 사람들이 괜찮냐 물을때마다 지금 죽을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죽음을 포기한 이유도 내가 쓰러지자 동시에 돌아 가시려고 위기를 맞았던 부모님 때문이다. 내가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부모님 두분 보호자가 되어야만 했기에 위기 수습하러 돌아 다니느라 항암맞고 뱃속을 다 잘라내는 대수술을 몇번씩 하면서도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고 편안한 병상 생활을 해보질 못했다. (올 여름도 어머니가 넘어지면서 갈비뼈가 7대나 어긋나 골절되는 바람에 회복 기간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좀 했다.)
인구 절벽 시대의 가족 문제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현대는 통계상 선택받은 소수만이 결혼을 하고 정상 가족을 이룬다. 출산율은 점점 더 떨어지고 결혼을 안하거나 가정이 붕괴돼 혼자 사는 중년의 1인가구 증가는 수년내 노인들만 득실대는 나라가 될것임이 확실하다. 게다가 OECD 국가중 노인빈곤 1위인 나라가 또한 한국이다. 첩첩 산중이다.
예전에 신분제로 운영되던 조선시대에도 노비 천민들은 신분상승의 기회가 원천 차단되 있음에도 자식을 줄줄이 낳아 노비 상놈의 대를 충실히 이었다. 6.25 전후 세대와 기득권은 과거를 그리워하며 천민계층 에게도 예전처럼 무작정 자식을 낳으라고만 강요하는데 현대인들은 사회적 차별이 안겨주는 설움을 대를 물려 잇기를 거부한다. 모두가 잘살아보세 했던 새마을 운동 시절도 아니고 신분제에 대한 사람들 인식이 바뀌었는데 과거의 방식을 무조건 고집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책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문제의 핵심을 짚지 못하니 계속 제자리 걸음이다.
가족의 개념에 대해 고찰해 보고 왜 현대인들이 과거와 같은 결혼과 출산, 가족 꾸리기를 부담스러워 하는가? 그 실체를 인정할때 비로서 정상 가족의 개념이 다시 재정립 될것이고 인구절벽의 해법이 보일것이다. (사실 해법은 항상 있었지만 가질수록 그렇게 안하려하는 인간들의 이기심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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