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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31. 2017

맛이라도 있어야 먹게 되는데...

식욕부진의 까다로움 '입맛'


이틀동안 방문객도 오고 해서 다른 식당을 가느라 매일 출근하던 된장찌개 파는 식당을 빼먹었다.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나 9시를 살짝넘겨 식당을 찾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늦게 왔다고 야단을 친다.


방금 일하는 아줌마가 시간이 돼서 집에 간 바람에 내 입맛에 맞는 된장찌개를 자신은 끓일 자신이 없단다. 두번째 간날 내가 맛이 다르다고 한 된장찌개를 끓인것이 사장님 작품이었던것 같다. 보통때는 매일같이 내가 올때까지 그 아줌마를 붙잡아 두고 있었던것 같은데 이틀 내가 안오니 그냥 보냈나 보다.


"나는 그렇게 된장찌개 맛있게 못 끓이는데 어떡하나.. 청국장 먹어 청국장은 내가 아주 잘해"


"네, 청국장 주세요"


붉으스름한 싱싱한 돼지고기가 잔뜩 들어간 정성스런 청국장이 나온다. 자신있게 내논만큼 맛도 괜찮다. 이틀을 안오다 오니 아줌마는  혹시나 단골 떨어질까봐?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반찬도 원하는건 달라는데로 다줄 기세다. 청국장 맛있냐고 계속 묻는바람에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것으로 보답할수 밖에 없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시내로 들어가 파리바케트 커피를 주문해 사들고 마지막 온천여행을 떠난다. 커피맛은 진짜 그지같지만 2천원으로 싸니까 그나마 용서...도시에선 편의점에도 더 저렴한 커피를 팔지만 여기는 시내에도 편의점은 없기에 아침에 모닝커피를 마시려면 선택권은 빵집빼고는 없다. 커피와 와인은 사람 입맛따라 개성보다는 대부분 원가 가격이 맛을 좌우한다. 비쌀수록 맛있다는 점에서 사람들 입맛은 대개 보편적이란것을 알수있다.


서울 같은 경우는 커피는 경쟁이 극도로 심해서 가격이 싸도 맛은 훌륭해야만 장사가 된다. 맛을 위해 직접 로스팅을 하는 가게들도 많다. 좋은 원두를 사용해도 2천원 받으면 많이 남을텐데...원가는 얼마 차이는 나지않는데도 무조건 싼 원두만 쓰는 시골빵집 가게 주인 마인드가 아쉽다. 선택권 없는 시골에선 그나마 커피가 있는것에 감사하고 주는대로 마실수밖에 없다.


마지막날인 온천을 즐기고 영광 시내로 들어와 이것저것 군것질을 시도한다. 원래는 1일날인 오늘이 장날인데 1자가 오늘 말일인 31 과 내일 4월1일, 이틀이 겹치므로 오늘은 반쪽짜리 장이 열렸다.



순대파는 아줌마는 내일 나오려나 보다 오늘은 안나왔다. 오뎅과 뭔가 간단하게 먹을것을 찾다가 제법 김밥전문집 처럼 그럴싸하게 꾸며논 김밥집을 들어가 고추김밥 이란것을 시켜본다. 인테리어는 괜찮은데 '체인이 아닙니다.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만듭니다.' 란 문구가 뭔가 기대를 하게 만든다.



내가 태어나서 먹어본중에 가장 황당하고 맛없는 김밥을 만났다..그냥 밥과 김고추에 마요네즈 찍어먹는 맛이다. 마요네즈에 고추랑 밥비벼 먹는맛...거기에 가다랑이 오뎅 국물이 아닌 시래기 된장국... 도저히 맛이 있을수 없는 조합이기에 할말을 잃는다. 자신들은 이런 메뉴를 개발하고 진짜 먹을만 하다고 생각해서 파는걸까..식욕이 없는 상태에서 체력유지를 위해 억지로 먹는중인데 맛까지 없으면 정말 음식 먹기가 고역중에 고역이 된다. 특히나, 몇십킬로를 일부러 운전하고 나가서 사먹어야 되는 내입장에서 맛없는 음식을 먹게돼면 화가 나려고 한다.


일반인들 보다도 음식을 못하는 사람들이 왜 음식점을 하는지 나는 아직도 그 심리를 이해 못하겠다. 절대 성공할수 없는짓에 왜 뛰어드는지.. 김밥집을 하면서 다른집 김밥은 안먹어 보는건지..도시처럼 경쟁이 없어서인지 맛없는 음식들을 내놓는 식당이 시골엔 진짜 많다. 맛에 자격증 없으면 식당을 못하게 하는 법이라도 만들던지 해야할판이다. 도시에서는 바로 망할수 밖에 없는 맛을 가지고도 그냥 꾸준히 영업하는 식당이 시골엔 대부분이다.


예전에 오모시기 회사에서 새로 내놓는 라면마다 하두 맛이 없어서 이 회사는 제일 잘 나가는 ㅈ라면 하나빼고는 라면을 못만들게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분해서 강변하곤 했다. 신제품 이라고 다섯개 포장을 사고나면 나머지 네개는 그냥 먹기가 고역스러워 방치되곤 한다. 나중엔 아예 신제품이 나와도 외면하고 오로지 오모시기 라면은 ㅈ 라면 하나만 몇십년째 먹는다. 맛없는 신제품을 계속 내놓고 실패를 반복하는걸 정말 이해할수가 없다.


대장암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속이 편안하지 않기에 식욕이 없다. 배고프고 식욕이 땡기는 기능이 망가진 상태나 다름 없어서 그야말로 억지로 살기위해 먹어야 하는데 맛까지 없으면 정말 음식 먹기가 고역으로 힘이든다. 내가 유별나게 입맛이 까다롭다기 보다는 살기위해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힘들게 식당을 찾아 다니는것이기 때문에 맛이 없어서 먹는게 고역일경우는 정말 기분이 많이 안좋게된다. 역시 시골에서는 새로운 식당을 찾는 시도와 새로운 메뉴를 찾는 모험은 안하는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을 다시한번 내리게 된다.


어차피 두번은 안가게 되겠지만 도데체 왜 음식을 잘 못하면서 식당을 여는것인지는 진짜 이해불가이다..자신들은 정말 자기 가게에서 파는 음식들이 맛있다고 생각하는걸까... 식당을 하면서 맛있는 다른집 음식들은 안먹어 보는걸까.. 진짜 대놓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순 없고 그 미스테리에 대한 답은 어디서도 들을수 없다.. 왜일까..맛있는 식당 찾기가 너무 힘들고 매번 당하는거 같아서 음식 못하는 사람은 돈받고 음식을 팔지 못하도록 식당을 못하게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왼만하면 간판을 내걸 엄두를 못내는 맛으로 경쟁하는 대도시 식당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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