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Apr 02. 2017

햇살이 조금만 더 강했다면...

민감한 날씨에 따라 정해지는 하루일과..


특별한 일이없는 시골에서의 무료한 하루일과는 그날 날씨가 어떻느냐에 따라 전적으로 좌우된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햇살이 조금만 따사해도 하루일과를 결정짓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하게된다.


소풍을 나갔다가도 바람이 조금만 불면 바로 숙소로 들어와 영화를 보면서 하루를 때우기도 하고 햇살이 따사해도 아직은 일광욕을 즐길때가 아닌지라 본격적인 나들이는 자제하게 된다. 요즘은 일기예보에서 매일 유심히 살펴야할 예전엔 없었던 항목 하나가 추가됐는데 바로 '미세먼지 ' 농도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세상이 온통 뿌옇다..시골인지라 아침에 안개가 끼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데 안개와 미세먼지를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나, 시골 사람들은 미세먼지를 전혀 개의치 않기에 약국에서도 차단 마스크를 팔지않고 마스크를 찬 사람들은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기에 혼자만 유난떠는 모습을 보이기도 뭐하고.. 미세먼지가 끼더라도 그냥 무시하며 살아야 한다.



이것이 안개인가 미세먼지인가.. 미세먼지라면 외출은 삼가는게 좋고 안개라면 조금있다 걷힐것인데 다행히도 오늘은 안개 이다.


매일 아침 눈뜨면 가는 식당의 아주머니는 오늘도 단골이라고 특별식을 주고싶어 안달이다. 내가 멀리서 온다는것도 알고 환자란것도 알고 하니 뭐라도 하나더 주고싶은게 시골인심인가 보다.


어제는 비싼 낙지데친것을 먹으라고 주더니 오늘은 굴 국밥을 맛보지 않겠냐고 한다. 어제는 된장찌개 달라고 하니 김치찌개를 먹으라고 다그쳐서 왜 그런가 했더니 흑돼지 좋은게 들어와서 주고싶어 그런거였다. 청국장과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불그스름한 돼지고기가 바로 흑돼지로 일반 돼지고기와는 질이 다르다는것을 모양으로도 먹어보아도 알수있다.


" 많이 먹고 건강해져서 나중에 꼭 다시와서 옛날얘기도 하고 그래 알았지?"



장날인지라 걷기운동겸 장터 구경을 한바퀴 다 하고나도 여전히 오전이다. 커피를 마시기위해 돌아다니다 보니 빵집이 아닌 롯데리아 커피를 주문하게 됐는데.. 역시나 빵집 커피처럼 맛은 기대하지 않는게 현명하다. 콜롬비아 타타마나 케냐 더블에이 같은 커피를 시골에서 기대 한다는것은 무리이다.


커피맛은 원두의 질도 중요하지만 로스팅의 시간도 중요하기에 직접 원두를 사다가 냄비에 로스팅해서 갈아먹을까도 잠시 궁리해 본다..환자가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위해 그정도 정성을 들이긴 당연히 무리라는 결론이 난다. 그 정성이면 녹즙을 갈아 마시거나 약초를 다려먹는게 차라리 낫겠지..


기다리는 동안 꼬마아이들이 몰려와 아이스콘을 계속 주문해 가는것을 보자니 도저히 아이스콘의 유혹을 참을수가 없었다. 따사로운 햇살속에서 '죽음의 달콤한맛' 을  즐기기로 하고 흡연도 즐기기위해 담배를 샀는데 오늘 담배갑에 있는 그림은 혐오감이 지나쳐서 도저히 이대로는 찝찝해 흡연을 할수 없을것 같았다.. 뭔가 해결책을 찾자..



혐오스런 담뱃갑 그림을 감춰주는 담배케이스를 구입하는것으로 해결했다. 시골 장터 옷매대 에서나 볼수있는 엉성한 폴로짝퉁이 마냥 신기하다. 아직도 저런 엉성한 짝퉁을 만드는곳이 있고 수요처가 있는것이 70년대 같다. 친구와 전화로 이런저런 잡담등을 나누면서 날씨를 보니 화창한게 오늘은 뭔가를 해도 괜찮을듯한 날씨이다.


햇살이 좋은관계로 바닷가 사정이 어떤지 일단 시찰을 나가본다. 작년에는 공사판 이었는데 어찌됐을지.. 여전히 공사판이다. 어차피 사람이 올것같지도 않은 해변에 여름까지 공사를 한다니 이곳 바닷가에서 올해 일광욕 하려는 계획은 접어야겠다. 위에 다른 해변가를 물색해 봐야겠다. 일광욕 계절이 다가오기에 작년에 부러진 것과 똑같은 빨간 이중 파라솔을 다시구입하고 무중력 의자란것도 구입했는데... 그냥 숙소마당에서 일광욕 하는것이 더 낫겠다란 생각이 든다.



이 볼품없는 해변가를 내가 찾는 이유는 딱 한가지, 소나무숲이 있어서 인데 소나무 숲을 빼면 바닷가로서의 매력은 정말 없다. 바닷가라고 하지만 시야도 갇혀있어 석양도 그다지 볼품이 없다. 서해안중에서도 손꼽을만큼 볼품없는 해안인지라 아무리 공사를 하고 시설을 갖춰도 관광객을 끌만한 요소는 전혀 없는지라 나같은 환자가 성수기에도 한적한 소나무 피톤치드를 즐기기엔 적당하다.


그래도 바닷가랍시고 제법 바람이 분다. 역시 아직도 햇살을 즐기기엔 조금 부족한 날씨이다.. 소나무 숲이 주는 싱그런 공기나 조금 마시다 다시 무료한 하루를 어찌보낼지 궁리해 보기로 한다. 햇살과 바람이 매우 어정쩡해서 밖을 쏘다녀야 할지 눈이나 비오는날 처럼 방콕으로 영화나 책을 봐야할지.. 둘다 썩 마음에 드는 날씨가 아닐때 이런 어쩡쩡한 상태가 된다.


그 중간형태인 밖에 나가서 경치좋은 곳에 주차하고 차안에서 사색에 잠기기.. 지금처럼 바닷가에 와서 차안에서만 머물기... 외출한것도 아니고 소풍나온것도 아닌 그런 시간을 보내기가 십상이다. 뭔가 좀 부족하긴 해도 방안에 쳐박혀 있기엔 아까운 날씨같아 나오긴 했는데 산책을 즐기기에도 바람이 부는지라 조금은 모자란 날씨... 햇살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3월과 4월초는 그런 어정쩡한 계절같다.


The Natural Flow Healing Circle:

https://youtu.be/IV6Wd6h7Kvg


작가의 이전글 맛이라도 있어야 먹게 되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