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들의 왕 제천대성 ‘손오공’ 이야기
전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중국의 고전 소설은 ‘서유기’ 입니다, 인터넷과 택배가 없었던 시절에 군번에 밀린 막내스님 삼장이 수년간 걸어서 책 가지러 (붓다가 태어났다는) 인도까지 심부름 갔다온 이야기 인데 호위 요괴 3마리와 함께 서역으로 유랑 떠나는 이야기라 해서 ‘서유기’ 입니다.
중국은 손오공 이야기 하나만으로 수천편의 영화들을 우려먹고 또 우려먹고 똑같은 스토리를 어떻게 재탕하고 리메이크를 해도 관객은 몰리니 서유기야 말로 중국의 No1 불멸의 국가적 컨텐츠 자산이라 하겠습니다. 각 나라 버전으로(서양에서 까지) 매년 새로운 서유기가 쏟아져 나오지만 오리지널 향취는 언제나 중국입니다.
서유기의 주인공들 각 캐릭터에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 에고들의 특성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적 통찰력과 깊이에서 말 그대로 신의 영감으로 쓰여진 불교 경전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똑같은 스토리가 반복됨에도 모두가 계속 재밌어하고 끊임없이 공감합니다.
현 시대 인류 에게도 불성을 찾아나설때 내면에서 마주치게 되는 무지와 순수 교만과 탐욕등 인간 에고가 극복해야할 기본 성질들을 서유기의 각 캐릭터가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 인류를 상대로 서유기가 끊임없이 재생산 되는 이유일 겁니다.
서유기의 주인공은 하늘도 무시하고 온갖 신들을 골탕먹이며 제멋대로 날뛰는 원숭이 ‘손오공’ 입니다. 전세계 만화계를 정복한 일본의 ‘드래곤 볼’ 역시도 서유기의 손오공을 주인공으로 한 내용입니다. 손오공은 만물의 영장입네 하고 깨달았다 자부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일 인간 에고의 교만을 상징 합니다.
오로지 불심을 얻기위해 불도에 입문한 삼장법사는 구도를 향한 에고의 순수함을 상징합니다. 단지, 참과 거짓, 요괴를 구분하는 안목이 없고 순박하기만 해서 스스로를 방어할 아무런 능력이 없습니다. 손오공이 없으면 요괴들의 식재료가 될뿐임에도 항상 요괴에 홀려 자신을 보호하려는 손오공을 구박하고 쫒아내고 요괴들에게 잡히면 손오공에 의해 구출받는 현실감각 제로의 암 유발 캐릭터가 ‘삼장’ 입니다.
그러나 삼장의 순수함을 잃으면 3마리 모두가 요괴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불성에서 끝까지 가장 지키기 힘든 항목이 바로 삼장이 가진 ‘순수함’ 입니다. 지키기 위해선 선악을 분별하는 모든 지혜가 갖춰지고 능히 악을 제압할 능력이 따라줘야 합니다. 마지막 까지 지켜야만 하는 구도의 순수성을 상징하므로 4마리중 서열 1 이 됩니다.
No3 저팔계는 돼지 요괴로 인간의 원초적 탐욕을 대표하고 막내이자 물의 요괴인 사오정은 이리 저리 근성이 없이 바보같기만 하고 별 특색이 없어 보이는데 허영만의 날아라 슈퍼보드 에서는 동문서답 말귀를 못 알아듣는 코믹 캐릭터로 가장 인기를 얻었기도 합니다. 인간의 어리석음 ‘무지’를 대표한다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모든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No2 손오공 이며 손오공이 온갖 재주를 부려 삼장을 요리해 먹으려는 요괴들을 물리치고 동료들과 함께 무사히 (부처님이 몇마디 한걸 적어놨다는) 책을 중국 절간에 배달했다는 내용이 서유기 입니다. (요즘 같으면 그정도 일은 이메일 한통이면 끝냈을것 입니다. 받아도 스팸으로 인식하고 휴지통으로 직행할지도 모릅니다.)
주인공 손오공은 모든 생물체들중 가장 재주도 많고 강한만큼 굉장히 교만합니다. 힘과 교만을 상징하는 캐릭터라 하겠습니다. 이 지독한 말썽쟁이 원숭이는 어떤 지옥불의 형벌로도 소멸되지 않고 맘에 안든다고 도리어 하늘로 쳐 올라가 제멋대로 행패를 부리는데 누구도 그 난동을 막지못해 하늘은 ‘제천대성’ 이라는 감투까지 주며 달래보려 합니다.
에고의 성질중 가장 끝까지 하늘의 권위에 맞서고 교만한 원숭이가 바로 요괴들의 왕인 손오공 이라 하겠습니다. 목줄 채우기가 일반 신들은 어림도 없습니다. 어떤 지옥불 용광로에 집어넣어도 소멸되지 않는 (활화산에서 태어난) 돌 원숭이라 오로지 붓다의 왕인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만이 (영화에서 보면) 왕손으로 잡아서 돌산속에 가두고 목줄대신 경거망동을 못하게 머리띠를 채울수 있습니다.
손오공처럼 인간 에고는 스스로 잘났고 힘을 가질수록 교만도 함께 자라납니다. 그래서 아무리 신을 부리고 온갖 재주를 부린들 원숭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스스로를 지옥불 용광로 속에 가두고 아무리 소멸을 기원해도 결코 죽지않는 교만한 원숭이 ‘손오공’을 잡아 머리띠를 채울수 있다면 그제서야 보살이라 말해도 될것 입니다.
말세인 지금은 인터넷이 있고 경전 책한권 얻겠다고 서역만리 떠나는 서유기의 시대가 아닙니다. 누구나 앉은 자리에서 경전을 쉽게 접할수 있고 교만으로 날뛰는 원숭이 손오공을 잡는자 만이 불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시대로 건너갈수 있는 말세기 입니다.
요괴를 구분 못하는 무지한 삼장이 끌려갈때마다 손오공이 구해준다는 서유기는 원시 인류가 유치원 놀이 할때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테스트인 말세는 길을 떠난자들의 무지가 요괴인지 미녀인지 판단하지 못한다 변명을 해도 수많은 선택권과 갈림의 결과에 대해 스스로가 책임져야 합니다. 손오공은 삼장의 선택을 존중할뿐 구해주지 않습니다. 공부 시간이 끝나감에 여정을 마친 최종 답안지를 내고 역량껏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시간대라 그렇습니다. 손오공 역시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들 우주와 대 자연의 순환 앞에서 그 알량한 재주가 통하지 않는 한낱 교만한 원숭이 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여의주를 일본 만화에서는 소원을 들어주는 ‘드래곤볼’ 이라고 합니다. 물론, 점점 스케일이 확장되 감에 따라 나중에는 애들 장난감만도 못한 취급을 당하지만 드래곤볼도 드래곤볼을 찾아 나서는 과정까지가 훨씬 재밌습니다. 어린 아이와 함께 누구나 볼수있는 동화는 거기에서 끝이 납니다. 초 사이언인이 등장하면서 부터 그 이후의 이야기는 폭력과 파멸, 생사를 다루는 어른들의 실제 전쟁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더이상 한가하게 드래곤볼이나 찾아다니던 유치원 아이들의 소꼽장난 동화가 아니게 됩니다.
아무리 철부지로 교만해도 결국 미워할수 없는 캐릭터가 손오공 입니다. 요괴의 왕 손오공이 가장 강하다고 나대면서 온갖 말썽을 부리고 짖궂은 장난질은 좋아해도 약자를 보호할줄 알고 천성이 악하지 않기에 수많은 손오공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주인공이 되는것일 겁니다. 성장을 위해선 고삐를 채워야 하지만 잡기가 힘든 최대 강적인 ‘교만한 원숭이‘가 교활하고 악하기 까지 하다면 그야말로 자라나 ‘대마귀’ 가 될것 입니다.
끝없이 교만을 소멸 시키는자가 요괴의 왕이자 원숭이인 손오공을 잡아냅니다. 자만과 교만을 제거당한 손오공 일행이 무사히 임무를 마친 보상으로 삼장은 보살로 승급되고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은 성불 한다는 것으로 고전 서유기는 끝을 맺습니다.
붓다의 가르침 책 내용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경전을 나르는 여정에서 내면의 동물적 본성(요괴)들과 싸워가며 이기고 얻은 깨달음이 진짜 불심으로 가는 수행이라는 은유적인 가르침이 바로 ‘서유기’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 서유기 원문에서도 관세음은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순식간에 경전을 가져 오는것을 금하고 걸어서 가도록 명합니다.
삼장은 그 많은 시련과 유혹에도 끝까지 구도에 대한 순수함을 유지합니다. 손오공은 무지한 식재료 삼장에게 억울한 누명을 계속 쓰고 굴욕과 수모를 당하지만 그로인해 교만을 잠재우고 인내와 대의를 위한 수용을 배워 갑니다. 저팔계는 동물적 탐욕과 계속 싸우며 사오정은 사람 잡아먹던 요괴에서 해야할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인간 법도를 알게 됩니다. 수행의 단계별로 서유기의 서열이 매겨집니다.
* 신성이란게 뭔지 감을 좀 잡는걸 ‘견성’ 이라 합니다. 현실에선 불성 공부 하겠다고 나선 많은 불자들이 경전들 좀 읽다 말귀좀 알아듣는 사오정 (견성) 단계에서 깨달았네 도인행세하며 교주 선생질 해먹겠다고 어깨힘주고 마귀짓으로 슬슬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다들 고만고만 도토리 키재기라 그렇습니다.
서유기를 기준으로 나눠 본다면 4단계 중에서 1레벨 밟은것인데 그마저도 안되면서 사술에 탐닉해 마귀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 단계는 대부분 아무리 고상하고 경전을 줄줄 외운들 병 걸리고 몸 아프면 끝납니다. 몸에 좋은거 먹고 건강이나 잘 챙기며 사는게 남는장사 입니다.
저팔계를 넘어야 하는 2레벨은 육체가 동물적 본능 (식욕 성욕 수면욕등) 등을 스스로 통제 조절할수 있어야 하며 3레벨 손오공을 잡으려면 온갖 재주를 가지고도 교만하지 말며 대의적 희생과 인내를 배워야만 합니다. 손오공을 잡아 머리띠를 두른후에도 삼장처럼 한결같이 유혹에 눈돌리지 않고 불성에 전진할수 있다면 보살 자격이 된다 하겠습니다.
“무지에서 벗어나고 탐욕에 빠지지 말며 교만하지 말고 끝까지 순수함을 지키라” 서유기의 핵심 교훈 입니다.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불교 역사를 보고 현실을 봐도 현 동물적 인류에겐 지키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인듯 합니다.
해피앤딩 이어서 돌고돌고 아이때부터 성인이 될때까지 언제봐도 재미있고 계속 또 보게 만드는 이야기가 ‘서유기’ 입니다. 불성을 찾아서 순박하지만 어리석고 우스꽝 스러운 요괴들의 치고박는 이야기가 재밌어서 같은 이야기 임에도 매년 새로운 버전이 쏟아져 나오고 껍데기만 달라졌지 같은 내용을 전세계 인류가 보고 또 보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8-90년대 특촬 방식인 주성치 버전을 좋아합니다. 해마다 계속해 새로 나오는 서유기가 디지털 그림이 아무리 화려해져가도 아날로그 맛이 좋은 중년세대 많은이들이 그러할겁니다. 그 시대를 직접 체험하며 살았던 ‘추억‘ 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