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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10. 2017

벛꽃이 만개한 전국을 가로질러...

봄날속을 드라이빙 하다..


한달여만에 집에 왔다. 정말 멀다. 벛꽃이 전국적으로 만개한지라 서해안 고속도로가 아닌 내륙쪽으로 전국을 관통하는 360킬로가 넘는 대장정을 여섯시간 좀 넘게 걸려 끝마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바람한점 없는 날씨가 너무 퍼펙트 해서 왠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그리고 .. 자전거가 타고싶어진다. 부랴부랴 아침으로 빵을 챙겨먹고 이것저것 보충제들과 소지품들을 꾸려 집을 향했다. 어차피 집에 한번 가려면 하루가 꼬박 걸리는데 너무나 빤한 서해안 고속도로를 하루종일 타기엔 지루할듯 싶어 내륙쪽을 선택한다. 거리는 비슷한데 논산까지는 국도로 논산부터 고속도로를 탄지라 시간은 좀더 걸린다.



예상대로 논산을 비롯, 전국에 벛꽃들이 만개하다. 국도에는 휴게소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늦게 점심을 먹게됐는데..이안이라는 휴게소에 들러 올해들어 처음으로 냉면을 시켜본다..'봉평메밀 비빔냉면' 이란 제목을 가진 녀석인데 먹고싶어 시켜놓고는 한입먹어보고 정말 울뻔했다.


내가 바보고 내가 미친놈이다. 휴게소 음식이 어떤지 알면서도 냉면같은걸 시킬 생각을 하다니..삼계탕과 냉면은 절대적으로 단품메뉴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만 먹는다란 나만의 규칙을 어긴것을 후회하지 않을수가 없다. 음식이 금방 나오는 대신 면을 삶아놓은지가 오래돼 면이 불어터져서 입에 닿자마자 후두둑 끊어져서 떨어져 내린다. 내용물은 면에 무 몇조각 오이몇조각 배한조각 계란 삶은거 반개에 상추몇장이 다인데 고추장이 너무 많아 딸려나온 육수국물을 다 넣어도 짜고맵다. 태어나서 냉면을 다 못먹고 남겨본건 처음인듯 하다.



나들이 나온셈치고 냉면의 악몽을 커피한잔으로 씻어내린다. 시골 같았음 한끼 먹는것을 위해 하루를 소비해야 하므로 엉터리 음식을 만나면 정말 억울해 울고싶었을 테지만, 도시로 가는 길엔 맛있는 음식점들은 널리고 널렸기에 한끼 정도는 그냥 그러려니 해도 된다. 앞으로 얼마던지 맛있는것들을 사먹을수 있을테니 말이다. 논산 입영훈련소 앞을 지나쳐 와보니 그 앞에 즐비한 자장면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치킨. 피자등 군인들이 먹고싶어하는 메뉴들이 어떤것인지 그 앞에 늘어선 음식점들만 봐도 쉽게 알수있다.


논산에서 딸기 축제를 하는중인가 본데 올봄에는 딸기를 질리도록 먹은지라 오늘 아침에도 냉장고에 남은 딸기들을 먹어치울까 고민하다 억지로 먹는것은 탈이날듯 싶어 다 버리고 왔다. 당분간은 딸기 NO..


그런데 집에 와보니 엄마가 내가 온다고 일부러 딸기를 잔뜩 사다 테이블에 떡하니 올려놨다..내가 한달전 시골 떠나기전까지 딸기를 끊이지 않고 먹어댔던지라 지금도 딸기를 잘 먹을거라 생각하신거다.. 지난 여름 포도가 싸다고 박스채 사다놓고 질리게 먹어대서 올해까지 포도생각이 안나는데 딸기도 그렇게 될듯 싶다.



아파트 집앞에 가끔 오는 맥반석 전기구이 통닭.. 한마리 6천원 두마리 만원, 시골 통닭들은 전부가 밀가루와 빵가루를 입히고 저질 식용유에 튀긴 닭들이라 먹을 엄두가 안나는데 이건 기름 하나도 없이 꼬챙이에 꽃아 전기로만 빙글빙글 돌려 닭기름을 쪽빼고 굽는닭이라 내가 부담없이 먹을수 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트럭이 눈에 띈지라  두마리를 사들고 들어가 엄마랑 저녁을 닭으로 때운다. 이 통닭 파는 아저씨가 언제 올지는 그 아저씨 맘이므로 보일때 안사면 못산다. 통닭이랑은 안 어울리는 안경낀 선생님 포스의 아저씨인데 몇시간만 팔고 후딱 사라져 버린다.


폭신한 침대에 오랜만에 누워보니 하루종일 운전한 피로가 노곤노곤.. 풀리기 시작한다. 특히나 서서울 톨게이트 지나면서 부터 밀어닥치는 교통체증 스트래스..전국을 하루종일 운전해도 그다지 피곤하진 않은데 도시속 운전은 몇킬로만 달려도 욕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스트래스가 시작된다.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도시속 운전은 역시나 가급적 피하는것이 환자들에겐 좋다.


집에 와서 앞으로 해야할일들.. 우선 자전거를 탈수있는 체력이 되는지 부터 점검..그리고 온김에 암센터도 들러 사진도 찍어보고 현재, 몸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 그리고 친구들도 만나 지난번 보다 멀쩡한거 자랑도 좀 하고..영화들 다운받아 하드에 쟁기고..심야영화도 좀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점 찾아 다니기.. 도서관 가서 읽고싶은 책 빌리기...뭐 그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며칠 보낼 생각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례 또 시골 내려가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 온다. 정해진 일정보다는 되는대로 해 나가기로 한다.


이 좋은 봄날에 어디서 무엇을 하건 행복해지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듯 싶다.. 봄날만이 가지는 마술같은 힘이랄까.. 청춘이라면 마음속이 살랑살랑 짝짓기 바람이 불텐데 중년의 환자인지라 그런 시기는 지났고 그냥 벛꽃잎이 휘날리는 것만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니 봄바람은 봄처녀뿐만이 아닌 누구에게나 설램과 행복을 주는것 같다. 그것을 누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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