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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13. 2017

선택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예측할수 없는 앞으로의 일들..


역시 문명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도시인들에겐 대자연속에서만 지내는것 보다 각종 사회적 문명이 주는 편안함이 더 익숙하다. 물론, 도시 생활 에서는 환자가 감수해야할 위험도 증가하기에 일장일단이 있다.


우선 인터넷이 무제한 빠르고 Wifi 가 어디든 깔려있어 하루종일 컴퓨터로 고용량 파일의 영화들을 뒤지고 다운받는 즐거움이 있다. 시골에서는 스마트폰 데이터 테더링을 해서 인터넷을 접속해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서 아예 컴퓨터를 영화보는 하드 용도로만 쓰게된다.


그리고, 각 분야별로 읽고싶은 책들이 한가득 널려있는 시립 도서관..원하는 책들을 모조리 찾을수 있다. 무슨책을 골라야 할지 도서관에 오면 행복한 선택을 하게 된다. 반면, 매달 새로운 신간이 쏟아져 나옴에도 도서 선정의 권한은 관리직원 취향에 전적으로 맡겨 한국소설과 영화DVD 만 잔뜩있는 시골 도서관은 내가 읽을만한 책들이 없다.



'Dying to be me' 의 한국어판 아니타 무르자니의 '그리고 모든것이 변했다.' 를 비롯 예전에 읽었지만 다시 생각난 디팍초프라의 노화에 관한 썰, 암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황성주 의사의 '암은 없다.' 애드가 케이시의 생각을 적은 책, 그렇게 네권을 빌려왔다. 집에 와 있는동안에 최대한 많은 책들을 읽어볼 생각이다.


외식하는 음식은 선택권이 많은대신 맛집을 찾아 다니는 즐거움과 위험성이 공존한다. 어제 닭칼국수 집에서 몇점 집어먹은 양념 탕수육이 밤부터 문제를 일으켰다..양념에 무엇을 첨가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반 양념 프라이드 치킨만큼 암환자에겐 위험한 음식임을 몸에 넣어보니 알겠다.. 간만에 아침부터 통증과 더불어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느라 돌아다니는데 빈혈증세가 온다. 그것은 음식을 먹고 장에 출혈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빨간 양념안에 암환자가 절대 먹어선 안될 독극물이 첨가돼 있는듯 하다..통증도 없고 몸도 가벼워졌다고 이것저것 줏어먹다 결국 또 사고 쳤다..


하루종일 다운받은 영화도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고 먹고싶은 음식도 많고 무엇을 해야 좋을지 너무나 많은 선택권 앞에 홀려 밤늦게까지 잠안자고 줄담배를 피며 컴퓨터로 영화보기에 매달리기도 하고..정상인들 에게는 즐거움이겠지만 환자에게는 참으로 위험한 문명속 생활이 다시 시작된듯 하다.


오늘은 외출한김에 도서관과 바로 옆의 세무서를 들러 유명무실해진 사업자 등록을 폐업 신고 했다. 어차피 당장 몇년은 경제활동이 불가하기에 이것저것 분기마다 신고해야 하고 날라오는 고지서등에서 스트래스를 받기에 당장은 없애는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일은 재점검 받을때가 된듯해서 국립암센터의 담당 의사와 첫대면하기로 예약이 되어있다. 작년에 검사한 CD 와 자료등을 전부 들고가서 다시 새롭게 등록하고 진단과 검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어떤 상태일지에 따라 의사가 어떤치료를 권할지 상담을 하게 될텐데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호전되었다고 하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런지.. 어차피 나를 유일하게 받아주는 마지막 3차병원 이므로 자기들이 죽이던지 살리던지 하겠다고 할테고 다른데 가라고 쫒지는 않을게 확실하다.


이전 병원 의사 소견서대로 당장 입원해서 항암이나 수술을 권할 확율이 100% 겠지만 일단은 사진 다시찍어보고 난후 그때 생각해 볼 문제이다. 아직까지 내가 감지하는 현재 크기로는 잘라내는 수술은 그야말로 생사를 건 도박이다. 작년 14cm 에서 그다지 큰 변화가 있을것 같지는 않다.현재 멀쩡하게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는데  장기를 잘라내고 항암제를 투입하는 그 순간부터 혼자서 몸가누기도 힘든 중환자 모드로 바뀔테니 항암이나 수술은 섣불리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러다 죽어도 책임질 사람 아무도 없다..어쨋든 현 상태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사진을 찍어보려면 병원에 갈수밖에 없고 지금 상황에선 3차병원을 가는수밖에 없는데 최후 의료기관인 만큼 나름 살려보겠다고 덤비는 의사들의 집요한 강요를 감당해야 할듯 싶다.


사진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는 상태이기에 아무런 예측도 할수가 없다. 실제 상태가 작년보다 많이 호전돼서 의사가 상태를 아주 낙관하고 자신만만한 치료태도를 보인다면 솔깃해질수도 있다. 아님, 그 반대 상황이라면...비록 정상인처럼 신빨에 의지해 지내고 있지만 여기저기 더 퍼지거나 더 커졌을수도 있다..그럼 진짜 제기랄... 이다. 결과에 따라 도시에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느냐 다시 이전처럼 검사만 받고 시골로 다시 내려가느냐.. 그렇게 선택의 갈림길이 되겠다.


어쨋든 나는 살아있고 별 어려움 없이 멀쩡하게 생활하는중 이므로 그동안의 내 판단과 행동이 어리석은 짓은 아니었다고 자평한다. 앞으로 어떤쪽으로 가게될지는 지금부터 잘 판단해야만 한다..선택의 갈림길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내일 의사부터 만나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일단은 아무런 생각 안하기로... 영화는 외장하드에 저장해서 시골에 내려가 보면 되는데 책은 반납기간이 있다. 집에 있는 기간에 읽고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 시간이 아쉽다. 빌려온 책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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