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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14. 2017

의료난민 환자가 갈길은...

병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말기 환자..


내가 병원을 싫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말기암환자가 되고보니 더 확실하게 왜 병원 오기가 싫어지는지를 경험하게 된다. 이래서 내가 병원 오기가 싫어...


단순하게 상태진단을 위해 찾은 병원이지만  일단, 가는곳마다 자신들이 책임지지 않으려고 다른데로 넘기려는 의사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핑퐁신세가 되는것이 짜증난다.


국내 최고 권위의 암센터라는 국립암센터라고 다를바 없다. 이전 병원에서 검사한 조직 슬라이드와 각종 검사자료들을 모조리 등록한후 영상CD를 등록하게 되는데 담당하기로 예약이된 의사가 영상 CD를 보고난뒤 상담도 하기전에 바로 핑퐁이 시작된다.


진료예약 시간이 좀 남은지라 병원안에 있는 카페겸 빠리바케트 빵집에서 간단한 요기와 커피를 마시기로 한다. 암센터안에 있는 빵집 이라고 해서 암환자들에게 좋은 빵들을 파는것은 아니다. 침만 꿀떡꿀떡 삼키고 집을까 말까 고민되는 빵들만 잔뜩있다. 환자들 보다는 보호자들과 방문객들이 주로 이용하는곳이라 그렇다.



시간 넉넉하니 편하게 요기하고 오라던 간호사가 커피가 나오자 마자 급하게 전화로 나를 찾는다. 모든 스케쥴이 바뀌어서 나의 허락이 필요한 상황이 된것..


담당 하기로 예약이된 선생님께서 CD영상을 보시곤 자신보다는 최고 대장의 특진이 필요한 환자같다고 상담을 부드럽게 거부(?)한 것인데 특진을 받을지 어차피 담당이 바뀔거 같은데 그냥 집에 돌아가던지 예약된 선생님이라도 만나서 단순 상담이라도 받을건지를 결정해 달라는거다. 거부 이유는 자신은 항암전문이라 외과적 수술의 최고 권위자가 보는것이 낫다라는것..어차피 온김에 그냥 집에 가긴 뭐하고 예약된 의사의 상담도 받고 특진도 받기로 했다.


상담은 말 그대로 그냥 작년의 상황을 설명하고 CD 와 자료는 작년것이라 지금 상태를 알고싶으니 새로 검사를 진행해 달라는것과 배를 가르지 않아도 되는 양성자 치료가 가능한지를 타진해본다.


양성자 치료는 대장암은 해당이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비싼 비용에 비해 별 효과가 없단다. 직장으로 암이 번졌는지를 일단 확인해 보겠다며 손가락을 똥꼬에 찌르겠단다..ㅋ 병원에 가면 환자는 의사가 하라는대로 일단 승락할수밖에 없다. 


태어나 처음으로 남의 손가락이 똥꼬를 파헤치는 고통을 경험해봤다. 다행히 직장에 암은 없단다..그러고 나서 바로 핑퐁..다음은 바로 예정돼 있지 않았던 특진 수장에게 넘겨졌다.


영상 CD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나이 지긋한 의사님은 그 이후로 내가 아무런 치료도 받은적이 없다는것을 확인하고는 일단은 당장 입원부터 하라고 한다. 내가 보호자도 없고 입원할 상황이 아니라고 하자 크게 혼자말로 내 면전에서 불평하듯 짜증을 낸다. 간호사를 불러 야단을 칠 기세다.


" 나보고 뭘 어쩌라고 이 환자 도데체 왜 나한테 보낸거야 .."

" 왜 뭐가 잘못됐나요? "


일단 자신은 상황이 스케쥴이 밀려 수술을 못한다고 못부터 박는다. 국립암센터에서 한파트 수장이면 국내에서 대장암 수술엔 최고 권위자라 해도 무방하다. 그런 사람이 자신은 수술을 못한다고 처음부터 못을 박아 놓으니 다른 젊은 의사들은 말할것도 없겠다. 한마디로 책임지지 못할 환자는 안맡으려는 심리같은데 충분히 이해는 간다.


내 개인 생각에 자신들 판단에 수술이 가능하지도 않고 살 환자가 아니므로 힘없는 뒤치닥거리 전문 의사가 내 담당이라는 의미로 느껴진다..나를 맡을 시간에 살릴수 있는 환자 한명이라도 살리는게 낫겠지..


물론, 내 개인 생각이고 오해일수도 있다. 하지만, 작년 친척의사 부부가 솔직하게 말해준 내용과 일치하는 의사들 반응이기에 예상했던 대로이다. 한마디로 기존 의료체계에서 마무리로 항암으로 버티기 외에는 손쓸수 있는 단계가 지나 죽음을 기다리는것외에 방법이 없다는 희망고문을 제거한 가족끼리 만이 할수있는 솔직한 조언이었다..


*의사들이 나같은 환자를 맡기 싫어한다는 말은 내 개인 느낌이고 표면적 이유들은 다 나를 위한 조치라고 한다. 1차2차를 거쳐 진단 받는동안 총 다섯명의 의사가 자신은 맡지 않겠다고 다른데 넘기는 핑퐁을 했는데 나의 오해일수도 있고 사람들 심리를 잘 파악하고 눈치가 빠른 내가 문제일수 있으니 최선을 다하려는 의사분들에게 괜한 오해는 안하셨으면 한다.


내가 지금 상황이 더 중요하지 않냐고 당시는 움직이지도 못할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혼자 활동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해보지만 가당찮은 소리라고 비웃듯 자신있게 단언한다.


" 암이 아무런 치료없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는 없어요."


다시 보게된 작년의 끔찍한 내시경 사진들..일단 내시경을 다시 해보자는 말에 내시경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어 내가 거부한다. 의사는 카메라를 내 장안에 들이밀어 눈으로 직접 상태보기를 권하지만 단순히 크기와 상태진단은 CT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예약이 꽉차있지만 대장의 지시로 급하게 CT 자리를 만들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간호사가 명령을 받고 담당자와 전화를 하더니 내일 당장 빈자리가 만들어 졌다. 오늘 내가 아침부터 굶었다면 당장이라도 찍어주려고 하는데 아침도 먹었고 조금전에 빵까지 먹었기에 할수없이 내일 찍기로 했다.


대장의 특별 명령이기에 오후로 일단 예약은 해놓지만 촬영전 최소 몇시간 이상은 금식인지라 금식이 힘들테니 일어나서 그냥 오전중에 와도 특별히 찍어주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내일 아무때나 와도 무조건 찍어 주겠다는말. 검사가 급한 응급 환자이므로 특혜라면 특혜이다.


그러고 월요일 오전, 결과를 진행할 다른 선생님을 담당으로 붙여주는데 운없이(?) 오늘 안나온 여자 선생님이 당첨이다. 내 개인적 생각엔 두명의 남자의사가 핑퐁으로 나를 오늘 안나온 만만한(?) 여의사에게 넘겼다고 의심되는데 여자이면서 나이도 젊은 의사라면 내 추측이 거의 맞을것이다.


노인 환자가 대부분인 대장암 파트에서 여의사가 고지식한 노인들에게 신뢰를 얻기가 쉽진 않을텐데 가망없는 말기환자만 맡는 의사가 아닐까..란 쓸데없는 의심도 든다. 핑퐁으로 넘겨지면서 맞는 여섯번째 의사이다. 국립 암센터에서 더 큰병원으로 가라고 더이상 쫒아내지는 못하므로 진짜 막바지 라고 보면 되겠다.



채혈을 하고 또다시 지긋지긋 하면서 뻔한 병원의 검사 시스템을 시작한다..하필 며칠전 닭탕수육을 먹고 출혈이 생긴 상황에서 채혈을 하게되다니..빈혈이 위험수치라고 또 수혈을 강요할까봐 겁난다. 새로 검사 하기도 전에 이전 결과만 가지고 핑퐁만 두번 당하고 보니 병원 치료에 더 신뢰가 안가는것은 어쩔수 없다.


의사들 스스로가 자신있게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수술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 아마도 입원을 권유하고 이것저것 항암제를 투입하는게 유일한 치료일텐데 양성자 치료에 내심 기대를 걸었던 것마저 불가하다고 얘기들으니 더더욱 병원에서 내가 치료받을것이 없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수술하면 금방 낫는다라고 자신있게 말해줄 의사라도 만난다면 내심 솔깃해 졌을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의사는 없다..새로나오는 검사 결과를 가지고 월요일날 만나게 될 담당 의사는 뭐라고 할지..최고 권위자가 이유야 어쨋든 자신은 수술을 못한다고 면전에서 못박은 이상 수술에 대한 가능성은 접었다..작년에도 충분히 느꼈지만 사진만 찍고 또다시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의료난민 신세가 될것같다는 생각이다.


이젠 진짜 기존 의료계 에서는 믿고 갈데가 없다. 역시 내몸을 살리고 믿을건 나 자신 스스로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내가 아무리 작년과 다른 내 상태를 설명해도 거짓말 이라고 생각하는지  '암이 아무런 치료없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는 없다' 라고 단언하는 의사들에게 그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앞으로 내가 살아서 보여주는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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