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Apr 15. 2017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CT 검사를 마치고..


어제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정말 환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병자들이 모인 병원이라는 거대한 에너지가 ' 나는 환자다' 라는걸 나에게도 상기 시키게 되는데 암환자들만 모이는 암센터는 모든 환자가 암환자라서 분위기가 일반 잡다한 환자들이 모이는 병원보다도 더 엄숙한(?) 분위기가 난다.


어제 병원 카페서 빵먹고 있는데 휠체어를 탄 열살정도 꼬마가 환자복을 입고 들어와 빵들을 고른다..'저 어린 나이에...' 보는순간 안쓰러워 눈물이 울컥울컥 치솟는데 지금도 생각만 하면 눈물이 막 나오려 한다. 중년 성인인 나도 겁나서 못맞는 독한 함암제를 맞으며 어린 나이에 주사바늘을 몸에꽂고 투병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울컥 눈물이 쏟아지려 하는데 휠체어를 밀고있는 부모맘은 어떠할까...저 어린것이 무슨죄가 있어서..한참 뛰놀 나이에 저런 고통속의 삶속에 처해있나..


아이는 나처럼 자신의 육체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거나 결정할 선택권이 없다. 그냥 이유도 모른채 고통을 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결국 눈물이 난다. 그냥 그 꼬마만 떠올리면 눈물이 핑돌고 막막한 슬픔에 잠기게 돼서 급하게 다른곳으로 주의를 돌려버린다. 내가 환자가 되어보니 이전엔 나와 전혀 상관없다고 여기고 무관심 했던 고통받는 환자들의 세상이 보이고 그것이 피할수없는 육체를 가진 인간들의 숙명임을 깨닫는다. 정말 맘에 안든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CT 촬영을 위해 병원을 다녀왔다. CT 촬영 역시 내시경 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하기싫고 몸에 부담가는 검사중 하나이다. 한번 촬영할때 마다 피폭되는 방사능의 위험성도 그렇지만 폐가 아닌 복부 골반 부위를 촬영할때는 조영제라는 약물도 맞아야 한다.


나의 경우 전이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폐, 복부, 골반 세부위를 촬영했는데 복부 촬영부터 나른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조영제가 투입된다. 원래는 오후 3시 예약인데 아무때나 오라길래 아침에 갔더니 다른 대기자들을 제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간다..새치기 같아서 좀 미안하긴 하지만 응급실처럼 급한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위급성으로만 서열을 따지면 암환자중에서도 내가 짱먹는다.



두달 정도 암환자인 나에대해 심심할때마다 브런치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는데 방문객이 점점 늘어나더니 어떤날은 8천명을 육박하는 날도 나왔다. 세상에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글도 아닌 '암' 이라는 주제만으로도 하루 천명정도에 어떤날은 수천명이 방문하는걸 보면 우리나라에 암환자가 얼마나 많은지를 알수있다. 개인 기록 차원으로 시작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문객 수치이다.


암과 싸우는 많은 환자들에게 비록 항암제를 나눠주지는 못해도 '항암 의식' 엔 조금씩 강해지도록 영향은 줄수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투병이 꼭 고통스러워야 한다는 고정관념만 바꿀수 있어도 두려움은 줄어들고 마음은 한결 편해진다.



나의 경우는 내 의식에 따라 육체도 변화폭이 크다. 이틀간 병원을 다니면서 나도 환자다 라는 생각에 빠져들자 진짜 환자처럼 몸이 아팠다. 마치 작년 쓰러질때의 상태가 그대로 이어지는 느낌..병원이라는 거대한 에너지가 주는 위압감, 많은 환자들의 집단의식에 나 역시 함몰되었다.  거기다 며칠전 양념닭 탕수육 이라는 불량식품을 먹고 탈이나서 출혈과 통증을 겪는 와중에 병원까지 검사를 위해 가야하니 완벽한 환자 기분이 들수밖에 없다.


오늘 CT촬영을 마치기전까지 몸도 그런 환자 상태였는데 부담가는 CT촬영이 끝나니까 비로서 조금씩 기분이 나아지고 몸도 편해지기 시작한다..주말 독서를 하면서 이틀간 병원 에너지에 함몰돼 환자라고 인식된 내 의식을 복구해야 겠다..


역시 나는 병원이나 요양원 체질이 아니다. 병원이나 요양원이라는 분위기속에선 안 아플 자신이 없다. 사진촬영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지 간에 입원이나 항암은 고려하지 않는게 나에겐 현명한 일이다.


나는 나의 경우 내 이야기를 하고있고 절대 다른 환자분들이 나를 무작정 따라하려는 분들은 없기를 바란다. 브런치 방문객이 많아질수록 부담또한 갈수밖에 없는게 일반인들 보다는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암환자 분들이 주로 방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당부하지만 누구나 자신이 믿는쪽으로 자신에게 맞는 치유법을 찾는게 가장 빠른길이고 성공할 확율도 높다. 나는 내 방식대로 나를 살리는것이고 실패한다 해도 조금도 후회없고 아쉽지 않다. 내 이야기와 기록은 나라는 생명이 살아가는 이야기 이지 치유에 있어 무엇이 맞고 틀리고의 내용이 아니라는것을 알아주면 되겠다. 자신이 어떤 의식을 가진 존재인가..무엇이 옳은 치유인가 보다 나에겐 그것이 더 중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의료난민 환자가 갈길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