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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Feb 18. 2024

고양이가 행복하다 느낄때..


집 고양이들은 행복할때 본능적으로 꼬리를 살랑대며 ‘그르릉’ 오토바이 엔진소리를 낸다.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다.) 꾹꾹이 라고 해서 포근함을 느끼는 물건을 물고 힘주면서 런닝하는듯한 운동을 가장 좋아한다.


*꾹꾹이는 고양이들이 자신의 것이라는 표식을 남기는 행위 이기도 하다. 발 바닥에서 자신의 체취액이 나온다.


김해의 오랜 화가 지인으로 부터 얼마전 선물받은 대형 새 그림과 사정상입양해 키우게 된 성인고양이


길양이 출신이라 겁이많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무척이나 예민한 녀석과 며칠전부터 동거중이다. 지인이 새끼때 길거리에 버려진 녀석을 데려와 키우다 건강상 사정이 생겨 다 큰 녀석을 내가 떠 맡았다. 홀로 만성 우울증 상태인 녀석을 (비행기 화물로 보낸다길래) 김해까지 내려가 데려왔다.


자폐증 비슷한 성향에 숨어버리면 숨소리도 안내고 며칠씩 먹지도 않고 화장실도 안가고 무생물체처럼 있는 잠복닌자의 특수기술을 익힌 녀석이다. 술래잡기를 하면 투명체처럼 어디에 숨었는지 숨은 고양이 찾기에 번번히 진다.


100% 동거인을 신뢰할때만이 고양이들은 옆에서도 편하게 널브러져 잔다.


환경이 바뀌고 경계심을 풀려면 시간이 걸린다. 무관심으로 대하는게 최선이다. 먼저 놀아달라고 하기전까진 건드리지 않는다. 내가 더이상 위협적이지 않다 판단하고 녀석이 마음을 열자 하루종일 만져달라고 눈뜨자마자 새벽부터 달라붙고 무거운 몸으로 내위에 올라타고 꾹꾹이 안마를 해준다.


긴장 풀리고 기분 좋을때 하는 꾹꾹이 기지개 같은 긴장완화 효과가 있는듯하다.

https://naver.me/5i0sGYKU


빗질을 해주면 덩치가 커서 오토바이 시동거는 소리를 낸다. 빗질하라고 명령 내리듯 여기저기 들이대면서 그르릉 힘찬 엔진소리가 난다. 깨물고 머리 비비고 팔목에 매달린다. 살아있는 생명이 살아있음 자체에 행복감을 느끼는 모습을 정말 처음 보는듯 하다.


초보 집사라 발톱깍기를 못한채 매달림을 허용한 대가다.


다 좋은데 다큰 녀석이라 달라붙고 매달리니 내 팔뚝에 상처 투성이고 옷과 집안은 털과의 전쟁이다. 집에 아이나 노인 병자 있는집에선 털과 알러지 땜에 개나 고양이 못 키운다. 그야말로 온 집안이 휘날리는 털들 처리 하느라 전쟁 치루듯 한다.


구석을 좋아하는 녀석과 동거 하자면 먼지 구덩이 쌓인곳이 없도록 구석구석 대청소를 해야하고 대형 청소기를 매일같이 돌려야 한다. 새벽부터 깨우고 밤이면 티비보는 내 옆에서 자는데 시끄러운 소리 내지않게 조심하게 된다.


동물도 동거를 하려면 사람과 똑같이 정서적 최적화가 되기까진 쌍방 생활방식을 맞춰보고 쌍방 가장 편한 방향으로 타협을 해야한다. 녀석이 눈치를 보면 나도 편치가 않다. 고양이들은 눈치가 백단이라 선을 안 넘고 적절한 타협선의 밀당을 잘한다. (반면 개들은 통제해야할 경우가 많아 목줄을 채워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녀석은 다 커서 먹이나 장난감 같은거 사줘봤자 무관심에 돈만 낭비다. 살아온 나이가 있고 홀로 오래 있어선지 사색을 좋아한다. 내 얼굴을 한참동안 빤히 쳐다보며 “근데 넌 뭔데 나에게 먹이와 잠자리를 주냥“ ”언제 나랑 놀아줄꺼냥?“ 궁금증이 생길땐 대상을 한참 주시한다.


활동은 화장실 가서 볼일본후 스크래치와 비닐 핣는짓을 좋아한다. 먹는거와 배변 훈련이 잘돼있어 혼자 알아서 먹고 싸고 뒷처리를 하니 빈집에 며칠 혼자 놔둬도 먹이만 내어놓음 크게 신경쓸건 없다. 행동 영역권을 벗어나지 않는다. 24시간 조명등 센서등 켜놓고 지내는지라 밤에도 불 안켜도 된다. 종이 다르고 사색을 즐기는 녀석인지라 때론 없는듯 있는듯 신경 안쓰는것이 서로가 편하다. 뒷처리 후는 굴려서 모래로 감추고 스크래치와 핣기로 스스로 위생관리를 엄청 신경쓰기에 별다른 냄새도 없다.


빗질해주앙 애원이냐 명령이냐 눈치 백단에 밀당 고수다. 각자 선을 정하고 서로 영역선을 안 넘도록 밀당 조율중이다. 깨무는 강도도 살살 이젠 스스로 조절한다.


몸안에 스트래스로 쌓여있던 돌덩이 같은 숙변들을 긴장이 풀리니 다 뽑아내고 몸이 가벼워져 엄청 활동적으로 변했다. 잠시도 가만 안있는다. 머리 부벼대고 깨물고 잡아끌고 만져주면 눈감고 그르릉 행복감을 소리로 표현한다.


새벽5시면 어김없이 침대밑에 쪼그리고 앉아 놀자고 일어날때까지 아앙 거린다. (침실 출입금지 시켰더니 아침마다 거실에서 오매불망 내가 일어나기 만을 기다리다 반가운 양양 인사를 한다.)일어나면 졸졸 쫒아다니며 빗질해 달라고 머리 비벼대고 꾹꾹이를 하면서 신나한다. 집안에 털날리는것 최소화 하려면 아침마다 빗질해줘야만 한다.


내가 외출할 기미가 보이면 어디론가 숨는다. 다른 사람이 집에 와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생각할수 없는 장소를 찾아내 숨는다. 아무리 좋은집을 마련해줘도 거들떠도 안봐서 돈낭비만 한다. 쿠션 이불도 그냥 고를때까지 다 꺼내놓고 자기가 선택할때까지 내버려둔다.


고양이들도 맘에 드는것만 골라 자기것으로 한다.


*살짝열린 옷장서랍 속에 액체처럼(?)흘러 들어가 빈틈없이 개어있는 옷인양 위장하고 있다. (5cm 정도 열린 옷장 서랍안에 숨어 있으리라 누가 생각하겠는가) 시트지를 뜯어내 옷장문을 스스로 여는 기술을 익혀서 옷서랍 마지막 칸은 아예 시트지 제거하고 녀석의 은신처로 내줬다.



동물들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은 그냥 본능대로 내버려 두는것이다. (개와 고양이는 본능 성향이 달라서 인간과 같이 사는 방식도 다르다.) 고양이는 생존권이 보장된 안락한 상태에서 자유가 주어지면 애정을 갈구하고 그것이 충족될때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녀석과 교감하며 배워야 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바로 생물체 본연으로서의 만족과 행복감이다. 식주 기본 생존권만 보장되면 고양이들은 만족을 하고 애정을 느낄때 행복해 한다. 정말 단순하다.


행복감은 생각과 상관없이 세포들이 본능적인 반응을 한다. 잠들려고 누워도 엔진소리를 내며 이불속에서도 꼬리가 잠들때까지 저절로 꿈틀댄다. ‘기분(氣分)‘이란 것 때문이겠다. TV볼때 옆에서 잠드는 과정을 꼬리활동으로 지켜볼수 있다.



대부분 반려동물들이 인간의 방식에 맞춰 옷입고 행동하느라 본능이 억제된채 스트래스 상태다. 털 날린다고 강제로 옷 입히고 하는것이 고양이 에겐 교감이 아닌 주종관계의 일방적 폭력이다. 인간은 놀아 준다고 착각하지만 고양이는 일진이 약한 아이를 괴롭히고 노는 학폭과 마찬가지의 스트래스를 받는다. (고양이 카페가 고양이들을 위한 카페가 아니다.). 살아있는 인형 갖고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털 날린다고 박박깍기 고문하고 미용 시킨다고 인형처럼 괴롭히며 갖고놀다 조금만 병들거나 늙고 덩치가 커지면 내다 버린다.


잃어버린게 아니라 주인도 안 나서고 순종 새끼들 제외하곤 입양도 안돼 대부분은 일정공고를 거쳐 안락사를 시킨다. 유기 반려동물 취급 업체나 기관이 하두 많아서 어디에 공고가 났는지 찾기도 힘들다. 이 녀석은 다 큰지라 집 잃음 잡혀가 안락사 당할것이 뻔하므로 밖에 내다 놓으려면 인식표 필수다. 구도만행 한답시고 집나가서 집 잃었을땐 이름표가 생명표다.


거실을 차지한채 나 잘테니 티비 그만보고 너도 들어가 자란 말이당 초저녁부터 부담을 주길래 나 티비볼때 들어가 자라고 집을 만들어 줬다.
노터치존 좋아하는 요소로 최적화 시킨 박스집이 어지간히도 맘에 들었나보다. 내부에 쿠션과 부드러운 새 담요를 깔아주니 내가 안 놀아줄때나 잠생활때 없는듯 안 나온다.


안락할때 고양이는 잠을 많이 잔다. 숨을수 있고 터치받지 않는 안전공간을 마련해 줘야한다.


바깥에는 사람들 기척만 나도 도망가는 녀석들에게 일년간 먹이를 내주고 있는데 한겨울 집밖과 집안 길양이 처지가 천국과 지옥 극명하게 갈린다. 식빵모드로 있는 고양이는 쉬거나 자는듯해도 항상 스탠바이 긴장 상태다. 같은 고양이도 길양이는 항상 긴장 상태로 생활하는지라 평균수명 2-3년이고 집안에서 잘 보살피고 하루 20시간 가까이 숙면을 취하게 놔두면 15년 까지도 산다고 한다. (녀석은 9살이라 길양이 수명 몇배이상을 산 셈이다.)


날씨가 풀리고 마당에 일광욕 하러 내 놓을때 과연 먹이 먹으로 오는 다른 길양이들과 사이에 어떤일이 벌어질지는... 친구를 사귈지 왕따가 될지.. 여름엔 일광욕 위주로 집안이 거의 오픈형이라 외출금지가 안 통한다.


갖고 놀라고 던져준 풍선을 보고는 겁먹고 다시 닌자모드로 회귀.. 풍선이 너무나 무서운 겁보 털쟁이다.


새끼였을땐 정말 귀여웠을것 같은 녀석 이젠 중장년 어른이다.


고양이도 사람만큼 다양한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한다. 길양이들은 외롭고 슬플땐 사람 애기처럼 통곡하며 운다. 발정기땐 구애의 세레나데가 간드러진다. 수컷으로 어릴때 중성화 수술을 했다 하는데 그럼에도 임신 시키는것만 불가할뿐 봄날에 되살아나는 성년 고양이 본능을 막을수는 없다고 본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호자가 있다는 인식표 제일 작고 가벼운 것으로 주문했다. 인식표줄은 최대한 착용감 없는 두꺼운 실 같은 것으로 해줄 생각인데 조금 갑갑해도 인간이 장악한 바깥 세상에서 집을 잃었을땐 살아 남기위한 생명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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