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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27. 2024

외로운 성주 ‘스쿠르지 고양이’


봄날이 되면서 녀석에게 마당을 공개한다. 시골 장점이 여름엔 24시간 문 열어놓고 생활해도 된다는 점이다. 때론 잘때도 열어둔다. 어차피 여름날 되면 집안 전체를 오픈해야 할것이므로 지금 문 닫고 못나가게 한다고 될일이 아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인거 녀석도 이미 (성인이 된지라) 감 잡았다. 막상 자유롭게 열어두면 호기심을 채우고 하지 말아야 할것들을 익힌후 일광욕이나 하며 안정권으로 적응하게 된다. 빗질도 마당에서 하면 집안에 털날림 청소도 한결 수월하다.


새끼때부터 아피트 집안에서만 갇혀 생활하던 녀석에게 야외는 별천지 세상이다. 햇살은 물론 비오는것 눈오는것 바람부는것도 직접 맛보는중이다.


고양이는 영역권을 사수하는 동물이다. 봄날이 됨에 겨울내내 먹이 먹으로 오던 길양이들과 마당을 둘러싸고 접촉에 따른 마찰을 피할순 없다. 어떻게 진행될지를 그저 지켜본다. 모양은 같은 고양이 인데 인간을 두려워 하고 피하는 종과 인간과 함께 사는법을 배운 문명을 접한 종간의 만남이다. 길양이 관점에서 자신들과 달리 인간을 두려워 하지않고 비비적대는 별종 녀석에게 같은 동료의식을 느끼긴 힘들것이다.


짬밥으로 따지면 새끼때부터 오던 내가 선배란 말이양 뒤에 백만 없으면 이런 샌님은 그냥 확.. 씸꾼 길양답게 가소롭다는 표정이다.


*고양이들도 사람처럼 대화를 한다. 얘는 텃세에 주눅이 들어한다.



작은 녀석들은 호감을 가지고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데 자신과 같은 덩치들에겐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듯 대립모드로 일장 으름장을 놓는다. 주인(나)의 백을 믿고 그러는것 일지도 모르지만 길양이들이 눈치만 보다 먹이를 포기하고 달아나는 상황이 연출된다.


녀석의 본심은 호기심에 단지 놀자고 하는 접근일텐데 길양이 입장에선 기득권의 텃세 내지는 갑질이라 여길듯 하다. 배려를 모르는 녀석은 단순 호기심이지만 사료를 먹는것이 길양이들에겐 생존이 걸린일이다.


내가 관여 한다해서 길양이들이 눈치를 안보게 되는것도 아니다. 녀석이 상황이 다른것에 대한 배려를 배우던지 길양들이 경계심을 풀고 당당하게 주어진 자신들 몫에 대해 맞대응 하던지 해야한다. 녀석은 항상 사료가 비치되 있는 전용 식당이 있으므로 당연히 마당의 사료에는 관심이 없다.



녀석의 위협이 단지 놀자고 하는 호기심어린 장난(?)이란 것은 길양이들이 도망가고 난후 계속 오매불망 재방문을 기다리는 녀석의 태도를 보면 안다. 녀석이 쫒아내는것도 아니고 따돌림도 아니다. 각자의 보호본능이 가로막아 친해지는 방법을 모를뿐이다.


녀석은 다른 길양이들의 처절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안락함에 대해 자각한다. 앙탈이 줄고 애교가 늘었다.


걔들이 너 스쿠르지 같다고 볼거야.. 안과 밖, 다른 환경속에서 지내는 고양이들의 마당을 둘러싼 겉돌기 분위기가 어떻게 변할지.. 길양이가 녀석을 따라 사람의 빗질을 수용할지 녀석이 야생의 길양이를 따라할지.. 먹이를 두고 다툼하는것이 아닌지라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


마당에서 느긋히 햇빛을 쬐는것과 눈치를 보며 사료를 먹고 도망가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자신들의 선택일 뿐이다. 내 역할은 환경을 조성해주고 사교가 이루어지도록 방관 분위기 조성이다. 녀석들의 만남도 운명이 아니라 나의 허락된 연출이다. 인간사회에서 부모는 자식이 길거리 부량아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할테지만 고양이다. (중성화 까지 당했다.) 물든다해서 범죄 저지르고 그런짓 안한다. 대학도 안보낸다. 밥주고 잠자리 내주고 햇살쬐고 놀게 놔두면 고양이로서 더 바랄것 없는 최상의 삶이다.



어차피 길양이들은 자신들 몫인 사료도 주인이 안보이는 새벽에 도둑처럼 방문해 도둑질 하듯 먹는것을  가장 편안하게 여긴다. 용기있는 고양이가 먹이를 먹는다. 알아서들 조율해 모두 해피한 봄여름날들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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