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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31. 2024

고양이의 이기적 얌체과 본능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스스로를 주인이 아닌 ‘집사’ 라고 자칭하는 이유가 있다. 고양이는 개처럼 주인에 대한 충정과 봉사로 우정을 쌓아가기 보다는 애교로 사랑받는 동물이다. 인간이 뒷치닥거리 하면서 모시고(?) 살아야 한다.


좋고 싫음이 분명해 같이 살려면 인간이 어린아이 키우듯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 맘에 안드는것은 아무리 비싼 빌딩(캣타워)을 사줘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자신을 보살피고 돌봐주는 대가로 가끔 자신의 몸을 쓰다듬거나 안는것을 허락하는 정도 자비심을 베풀고 자기몸 청결과 털단장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깔끔함 떠는 왕자 공주과 깍쟁이다.


* 반면 길거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양이들은 생존이 전부인 험난한 삶을 보내니 천국과 지옥이 인간과 함께사는냐 아니냐로 극으로 갈린다.



인간이 반려동물과 동거하려는 이유는 심적 위안감을 주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경우는 말라붙어 가는 사랑을 발산시킬 대상이 필요해서다. 교감을 나누는것에 있어 개와 사는것이 맞는 사람이 있고 고양이와 사는것이 더 편한 사람도 있다. (털 날린다고 동물 자체를 질색하는 경우도 많다.) 종이가진 특성에 따른것인데 아들과 같이 축구놀이를 하고 싶다면 개가 어울리고 딸의 사랑스런 소꼽장난 바라보면서 독서를 원하면 고양이가 어울린다. 고양이는 개와달리 눈치가 빨라 자신이 지켜야 할것들을 파악하면 대부분 자율적으로 선을 넘지 않는다.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가장 중시하며 이기적 성향이 강하다. 개는 사람과 노는것을 좋아해 주인이 부르면 달려오지만 고양이는 다가가면 도망가고 자기가 필요할때만 달라붙는다. 우직하게 주인을 따르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매사에 밀당을 하며 주인이 애정을 주어 신뢰를 얻어야 다가온다. 개처럼 훈련 시킨다고 괴롭히면 성격 삐뚤어지고 우울증 걸린다.



새끼때부터 길들이기에 따라 특이한 성향의 개냥이 변종들이 많지만 (고양이도 인간에게 더 사랑받기 위해 진화하는 것이다.) 독자적 활동을 중시하고 영역권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 동물이라 개처럼 산책시킬 필요도 없고 목욕시킬 필요도 없다. 은신처 제공하고 먹이주고 하루한번 빗질에 화장실만 청소해주면 혼자 알아서 생활하고 잘 논다. 은퇴한 노인들의 적적한 생활에서 함께 느긋히 생활하기에 적당하며 활동적인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아이들과 놀기에 고양이는 맞지가 않다. 적당한 선을 지키고 아무때나 인형놀듯 안으려 하기보단 평상시 거리를 둬야 고양이가 스트래스를 안 받고 편하다. 원할때 주기적으로 애정표현을 해주고 믿음을 주어야 안정감을 느끼고 안기며 행복감으로 골골소리를 내며 꾹꾹이를 한다.


고양이는 오랜시간 보살핀다 해서 개와 달리 인간에 대한 충성이나 봉사 의리같은것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자기 보호본능이 언제나 우선이다. 겁이 많아서 집에 도둑이 들면 나서서 주인을 지켜주는건 개이고 주인보다 먼저 도망가고 숨는게 고양이다. 길양이들에겐 수년간 먹이를 내줘도 경계를 풀거나 정을 주는 경우 거의 없다.


이미 다 자란 고양이를 입양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성인 고양이는 환경변화를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 한다.


녀석은 어릴때부터 8년 키워준 엄마(?)가 발톱과 물혹치료를 위해 방문하자 도망가고 쌩까는 뻔뻔함을 지녔다.


녀석의 손톱과 물혹을 내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쩔쩔매는것을 해결해 주고자 녀석을 어릴때부터 키워준 엄마가 비행기타고 김해에서 부터 북단끝까지 날라왔다. 자식 문제로 서울에 볼일보러 상경한김에 일부러 날잡아 들른거다. 믿을만한 사람이 나외엔 없기 때문에 맏겼지만 8년 키운 심정에 아직 마음은 자식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지금도 먹는 사료와 사용하는 모래 전부 전주인이 보내준것을 쓰고있다. 내가 라면 먹을때 옆에서 수시로 연어먹는 호사를 누구 때문에 누리는지 녀석이 알리가 없다.)


녀석이 옛 주인을 다시 만나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옛 식구들이 궁금한지라 동영상을 찍어 보내 달라는 주문까지 다들 내심 감격의 재회 장면을 기대했음이 분명하다.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는데 키워준 은공도 모르고 옛 주인을 철저하게 타인 대하듯 숨고 피해서 쫒고 쫒기는 추격전 끝에 내 침대밑에서 안 나오고 공성전으로 대치상태를 이어간다. 싫어하는 청소기 들이밀고 막대기로 몰아도 버틴다. 결국 최후 수단으로 침대를 분해해 들어내고 강제로 제압해 발톱을 깍고 물혹의 물을 빼냈다. 침대를 들어내는 바람에 집안이 난장판이 된다. 사랑이 뭔가를 얻어타고 뮤직큐 분위기 상상했다가 펼쳐진 전쟁터 상황에 모두 벙 쪘다..


*극렬한 저항으로 악세사리용 목줄 인식표도 끊어져 아웃도어용 가볍고 튼튼한것으로 갈아 주었다. 밖에서 집 잃었을땐 인식표가 생명줄이다.


8년 키워준 부모 은공도 모르고 뻔뻔한 녀석 잘못한건 아는지 옛주인이 가고나자 기가 죽어 내 눈치만 살핀다.


새끼때 입양이 아닌이상 환경이 바뀔때 성인 고양이는 심적 충격을 받는다. 이 녀석은 자신을 또 다른데로 데려갈까봐 (아니면 다시 옛집으로 데려갈까봐) 두려운 것이다. 변화가 싫고 안주하고 싶어하는 노인들 특성 그대로다. 새 보금자리가 만족스러우니 나를 데려가지 말라는 적극 투쟁이자 극렬 시위다. 지금 변화된 환경에 완전히 적응해 만족스럽기 때문에 혹시라도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이냐? 공성전을 통해 거부를 드러낸 것이라고 공통의 결론을 내린다. (접근을 허용한 주인이 늘어난것이 아니라 의지처를 바꾼것이다.)


그만큼 달라진 환경에 적응을 잘했다 라고 엄마는 위안 삼으려 해 보지만 암만 그렇다해도 어릴때부터 수년간 키워준 주인을 타인 대하듯 외면 하는것에 대해선 다들 충격 할말을 잃는다. 다 커서 늙었다고 내쫒았다 생각해 서운한건지.. 새끼때 길거리에서 데려와 8년간 애지중지 나름 연어 통조림 먹이고 영양 발란스 까지 신경써주던 부모를 한방에 쌩까는 뻔뻔함에 야단을 쳐야할지 한대 때려줘야 할지 허허참나.. 지금도 빈방을 보면 녀석이 있을거 같은 생각이 든다며 정든 이별에 허탈해 하는 인간 부모의 심정을 알기는 커녕 가슴에 못을 박다니..


* 반대로 나이들거나 병 걸리면 갖고놀다 내다 버리려는 사람들이 많은것도 사실이다. 성인 고양이의 눈치는 상상이상으로 예리하다.



서운한 마음으로 엄마(?)가 돌아가고 난뒤 눈치 보기 시작하는 녀석 자기가 뭔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아는 눈치다. 얌전하게 내 눈치를 살피더니 별탈이 없는것을 확인하고는 뻔뻔하게 퍼질러진다. 안심이다. 오늘도 무사히냐?


주눅들어 눈치보기 시작하면 서로 더 골치 아파질거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새끼때부터 키워온게 아닌지라 내 눈빛을 항상 살피며 녀석은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조금만 수상하면 바로 식탁밑에 숨는다. 나이가 들면 이미 배어버린 성향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영악한 동물이라 철없는 새끼들과는 달리 자신을 보살펴 주는것에 대해 수시로 한참을 빤히 쳐다보며  골골송과 얼굴 비비기로 감사를 드러낸다.


녀석이 밀당을 걸어올땐 적당한 선에서 받아줘야 한다. 고양이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가끔씩 확인시켜 줘야 안심을 한다. 안정감을 느낄때 골골송을 부른다.


그렇게 자잘한 티격태격 녀석은 앙탈과 애교를 섞어가며 새로운 환경에 맞춰간다. 녀석으로 인해 잡다한 살림이 늘어나고 모래와 스크래치로 마루바닥 도배를 하고 난장판을 벌리면서도 정이 드는것이 그런거다. 새벽에 빨랑 일어나 빗질과 마당에 나가자고 계속 조르는 소리가 귀찮지도 싫지도 않다. 커피 마시는동안 빗질해 달라고 얌전히 자세를 취하고 느긋하게 대기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집사 맞다. 난장판 속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심정이 아마 비슷할거다. 고양이 수명에서 몇년을 더 살지 몰라도 나는 너를 기억하겠지만 너는 나를 잊어도 괜찮다. 넌 고양이고 난 사람이니까.. 각자 생긴대로 둥굴게 적절히 선을 지키며 함께 사는게 행복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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