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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01. 2024

새 화장실과 친해지기 까진..

자신의 체취를 중시하는 고양이


고양이는 자신의 고유 영역을 가장 중요시하는 동물이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자기것으로 하고 싶을때 낮선 느낌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체취를 묻히는 뒹굴기를 한다.


고양이 용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제1 항목이 화장실이다. 먹이는 아무데나 담아줘도 되지만 변은 익숙한 자기 화장실이 아니면 안된다. 화장실만 살펴도 매일 그날의 녀석 기분과 컨디션 상태가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예민한 동물인지라 소화기관 작동이 기분따라 조절되는것 같다.


변의 모양과 양도 기분에 따라 매일 달라지지만 화장실 뒤처리 하는것으로 녀석은 그날그날의 기분을 표현한다. 히스테리를 부릴때 가장 만만한게 화장실 모래 뒤엎어 바깥에 퍼내는 짓이다. 나 화났어 짜증나 그런 의미다. 얌전하게 변을 숨기는건 자신이 뭔가 쫄릴짓을 하고 눈치 살필때다. 스트래스를 받을땐 변비증상을 보여 딱딱한 토끼똥 같은 변을 조금만 보고 잘 뛰놀고 난 후는 시원하게 굵직한 변을 본다.


녀석이 새끼때부터 써왔던 화장실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몸집이 커진만큼 좁은것이 확실하다. 변을 감추기 위해 모래를 덮으려 하니 온통 바깥으로 튀는 바람에 초보 집사로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다 이리저리 대처 방안을 생각해 본다.


사막화 방지 벌집매트란 것이 있는것을 뒤늦게 발견 벌집매트를 깔아두니 거실 바닥에 흘리는게 좀 나아졌다


지붕이 달린 밀폐형을 고려했으나 덩치가 커서 사용하지 않을듯 보인다. 천정에 등이 닿을수도 있다. 변화를 싫어하고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건 거들떠 보지도 않는 녀석인지라 섣불리 새것을 살수도 없다. 용품을 사기전 녀석이 원하는 취향을 파악해야만 낭비를 줄인다.



그래서 생각해낸것이 익숙한 화장실 주변에 천막을 쳐주는 것이다. 천막을 쳐줌으로 바깥으로 모래가 퍼지는건 막을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새끼때부터 키워온것이 아닌지라 뭘해도 녀석이 내 눈치를 본다는 점이다. ( 갓난아이 시절을 지나 친부모가 아님을 아는 입양아들 심정이 그렇다. )  천막을 쳤으니 맘껏 난리치며 놀아도 되는데 행동은 정 반대다. 자신이 저지른 난장 때문에 내가 고민한다는걸 녀석이 눈치채고 얌전하게 변을 처리하면서 배변 양이 조금씩 줄기 시작한거다.


*내가 자기 때문에 고민한다는걸 알면 녀석도 고민을 하고 스트래스를 받는다. 눈꼽딱지 때어주느라 매번 실패하는 나를 답답하게 참더니 어느날부터는 자기가 스스로 문질러 눈꼽을 땐다.


고양이들은 화장실에서 스트래스를 받으면 배변 활동을 멈추고 변비 모드가 되기 시작한다. 잘먹고 잘 싸던 놈이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눈치를 보더니 급기야는 배변 활동을 멈추길래 어쩔수 없이 원상복귀 했다. 천막을 치우니 다시 정상 배변 활동을 한다. 하지만 익숙하다 해서 언제까지 좁은 화장실로 난장판을 벌릴수는 없는지라..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크기에 어울리는 큰 통으로 바꾸었다.


지저분한 창고방 문을 열고 생활하는 대신 실커튼을 쳐서 절반만 가려주었다.


분명 이전보다 크고 넓어진 화장실이 더 좋은것이 맞지만 익숙치가 않기에 눈치를 살핀다. 자기것이 아닌것이다. 내거 어딨어? 웅가랑 쉬마려운데..


새 모래를 깔아주니 조금 놀다가 찔끔 소변을 보고 콩알만한 변들을 찔끔 싸더니 얌전히 내 행동을 관찰한다. 그래도 (싸도) 되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내가 반가워 바로 처리해주자 자신 땜에 내가 신경쓰는것이 달갑지가 않은듯 변비모드가 되더니 급기야는 먹은것들을 그대로 소화시키지 못한채 토해내기 시작한다. (토하는건 시위 방법중 하나인데 어디에 토해 놓느냐가 메세지이다. 항의땐 일부러 잘 보이는곳에 토한다.)


8년간 익숙한 내 화장실이 어데간고양 응가마려옹


잘먹고 잘 싸고 잘 자는게 고양이들은 잘 사는 짓이다. 아주 단순하다. 새 화장실이 확실하게 자기것이고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것을 알게 하려면 관심을 끄고 녀석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신경쓰고 부담을 줄수록 고양이는 도망간다. 고양이는 자신의 체취가 베어야만 비로서 자기것이 된다.



녀석이 새모래를 깔아주자 참았던 긴 변을 한덩이 뽑아내곤 평상시 같음 변을 보고 발톱을 닦느라 스크래치를 한참 하곤 하는데 스크래치 판을 내 앞에 끌고와 내던지곤 잽싸게 탁자밑으로 숨어서 내 반응을 지켜본다. 처음으로 새로운 통에 제대로 응가를 했음을 알리고 내 반응을 지켜보는 거다. 나의 첫반응이 새 화장실을 계속 쓰냐마냐 녀석에겐 결정짓는 순간이다.


당연히 나는 박수를 쳐주고 칭찬을 해준다. 똥쌌다고 박수치고 칭찬해 주는 짓이 녀석과 교감하는 과정이다. 녀석이 나 잘한거야? 야옹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한다. 새 화장실과 친해지는 첫 걸음을 때었다. 조금씩 자기것이라는 익숙함이 더해지면 먹은만큼 똥똥할것이다. 커진만큼 확실히 새 화장실을 점점 마음에 들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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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큰통으로 바꿔준후 이전 화장실 모래를 깔아놨던 헝겊에서 자신의 향취를 발견한 녀석 그리운(?) 추억에 잠기는듯한 … 거의 캣닢에 취했을때의 반응이다. 화장실 모래 깔아논 헝겊에서 나는 향취라 해봤자 자신의 배변 냄새 일테지만 익숙한 냄새에 잃어버렸던 자기 보물을 찾은양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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