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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09. 2024

길양이 해적 어드벤처, 왜 잠을 안자?


녀석을 인계받기전 새끼때부터 8년간 키운 전주인은 녀석이 하루 20시간 가까이 자고 겁이 많아서 바깥에 나가려 하지않고 혼자 집안에 놔둬도 탈없이 안주한다고 말했다. 말 들어보니 잠시 동료가 있었을뿐 새끼때부터 집안에서만 거의 혼자 생활한듯 하다.


그런 녀석이 신세계를 발견하고 해적이 됐다.


녀석의 그럴듯한 명연기에 또 속아 또다시 허를 찔리다. 몇번째냐 자유를 갈망하는 녀석도 수법이 점점 고단수가 되간다. 자나깨나 자유를 갈망하는 빱삐용 양이다.


수도승 시위하는 녀석을 외면하고 하루 빈집에 혼자 놔두고 돌아오니 녀석 문앞에서 얌전히 이제 오시옵니꺄옹 한다. 허허 이놈 이렇게 착하고 이쁠수가. 앙탈도 없고 쓰담 손길을 피하지도 않는다. 딱딱 정석대로 고분고분 말을 잘 듣고하니 마당을 다시 열어준다. 고맙슙니다옹 녀석이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조심 마당을 누비기 시작한다.


나는 착하다옹 이렇게 얌전히 잔디위에서 놀면 되는거냥?


방문하는 길양이들한테 친구하러 직진하다 뻰찌맞고 돌아오고 계단 내려가 앞마당까지 쫒는것을 허용해도 부르면 다시 올라오고 해서 나의 신임을 얻는다.


아침부터 전주인과 녀석의 비행에 대해 어찌할지를 상의하다 또 다시 가출하면 집을 아예 마당에 내놓으라는 허락까지 받은 상태다. 여차하면 그러리라 했는데 말을 하도 잘 들으니 기특해서 녀석이 순둥이로 돌아왔음을 보고하는데.. 그 잠깐사이.



망했다.


이제 집안으로 들어가 얌전히 발닦고 실내생활을 하면 되는데 녀석이 작심하고 뛰쳐나가 바로 풀장에 다이빙 하듯 흙밭으로 직진 뒹굴기 시작한다. 어떤 말을 해도 쌩까고 또다시 맘껏 비행을 저지르는것이 문 닫히기 마감직전에 작심한게 분명하다. 목욕 고문을 피할수 없다는것을 너도 알고 저지르는 짓이렸다. 엎질러진 물이기에 그래 너 맘껏 자유를 누리거라 하고싶은 대로 놔두고 대신 집과 화장실을 마당에 내놓고 현관문을 닫는다.


날씨가 따뜻하니 녀석 귀가해서 상황을 살핀후 쫄거나반성은 커녕 자유다 아랑곳없이 또 신나서 뛰쳐나간다. 허허..



그렇게 녀석은 저녁 6시부터 열시간 가까이 지난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생애 처음 자유를 만끽하는 해적 놀이를 했다.


혹시라도 길을 잃은게 아닐까 우려하면서 밤새 시간마다 나와보고 집안에 손을 넣어 보고 가출한 자녀 부모심정이 그러했을 것이다. 중간에 똥하고 화장실 난장을 부려놓고는 또 나간게 집을 잃어 버린건 아니고 신나서 온동네 돌아 다니는 거다. 너 가출한 사이 야밤2시경 너가 오매불망하던 이쁜이가 와서 니밥먹고 간거 너 모르지? 나도 갸가 밤참 오는시간 너 기다리느라 첨 알았다.


고양이는 야행성 동물이라는것을 뒤늦게 알았다. 낮에는 겁나서 못 다니는 길도 밤에는 미친듯 활보하는게 고양이다. 우리애는 절대 그럴리가 없을리가 없다란 말 믿어라. (도심에선 밤에 문열어 놓으면 뛰쳐나가 안(못)돌아올 확률 크다.)


흙먼지 투성이 녀석 씻기고 다시 집양이로 돌아오게 하기위해 새벽에 둘이 난리를 친다


새벽 4시에 머드축제를 즐기고 귀가한 녀석이 문을 열어라 야옹댄다. 다시 집안에 들어오고 싶으니 내 기꺼이 목욕을 감수하겠노라.. 녀석도 이왕 저지른거 마음껏 놀고 이제 담담히 댓가를 치룰 맘의 준비가 된듯 나를 씻기거라 목욕도 순순히 받아들인다. 너 독립운동 했니? 끔찍히 싫은 목욕일텐데 왜 이리 당당한거니.


녀석이 순둥이로 돌아와 물혹 물빼는것도 성공하고 녀석이 실내를 선택했으니 집과 화장실을 원위치 시키고 1박2일 굉장한 어드벤처를 마치고 너 자라 나도 잔다 시계보니 새벽6시 아침이다.


8시에 눈뜨니 2시간 잔건데.. 녀석이 거실에서 내 기척 소리를 듣고 또 일어나라 양양댄다. 너 왜 잠을 안자니?


해적깃발 날리고 녀석은 또 나가 놀게 해달라고 조른다.


어제 하루종일 안자고 뛰어 놀았으면서 지치지도 않는거냐. 하나에 꽂히면 몇박며칠 안자고 몰입하던 마치 너 나 젊었을때 같네.


두시간 자고 내가 모닝흡연과 커피마시러 마당에 나오자 녀석도 또다시 자기도 문 열어달라고 양양댄다. 아 오늘은 안돼. 너 자야돼. 너의 노련한 연기보다 난 너의 본능을 믿기로 했다. 전주인인 지인과 한참을 논하며 아이 키우는 것에 대해 많은것을 배운다. 그러나. 사람과 동물은 사회구조가 다르다. 녀석을 죄인처럼 강금해서 너도 안행복하고 감방간수 짓을 하는 나도 안행복한 일을 왜 해야 하나. 노는거 참아서 대학갈것도 아니고 저축해서 집살것도 아니고 내일이 아닌 오늘이 중요한 너인데 말이다.


난 너의 자유를 억압하고 강금하는게 아니란다. 나는 너가 살아있는 동안 행복 하기 바라고 나 또한 그것을 공유하려 함이다. 너가 그걸 위해 최상의 선택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조금이라도 오래살려면 자유를 누리더라도 집냥이의 안락하고 안전한 길을 버리지는 말라는거다. 나가 놀더라도 선을 넘지말고 룰을 지키란 말이다. ‘사람도 그렇지 않겠니?’ 신님이 말씀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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