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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17. 2024

시대를 관통한 흐름을 주시하다.

흑백TV를 보던 아이는 지금..


70년대 나는 5월5일 이면 놀이동산에 가야만 한다는 의무감을 지닌 어린이 였다. 5월5일 아침이 되면 피곤해 잠만 자려하는 아버지를 구슬러 어쩔수 없노라 국가가 요구하니 국민된 입장에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몇가지 조건을 내걸어 타협하곤 했다.


어른은 기억못해도 어린시절의 유원지 소풍한번, 부모가 같이 놀아줌이 아이에겐 평생 기억에 남는다. 그나마 남아있는 단란한 가족사의 단편들이 5월5일에 담겨있다. 조금 크고난 이후는 아버지는 그냥 용돈 조금 주고 퉁 쳤고 중학교 입학하면서 부터는 더이상 어린이라고 주장할수가 없었다. 그냥 학교 안가는 빨간날이다.


그 당시 대다수 성인 남성 가장들은 일년에 하루 국가에서 날을 정해 줘야만 의무적으로 아이들과 놀아줄만큼 자녀문제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새벽종이 울리면 일어나 잘 살아보세 피터지게 일했고 많은이들이 중동으로 몇년씩 노가다 나가고 독일가서 땅굴도 파고 그랬다. 지금 한국에 와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입장 그대로다. 나라가 워낙 못살다보니 남의나라 전쟁에 국가가 돈받고 병사들을 용병으로 파견 하기도 했고 젊은 여자들은 머리잘라 가발공장에 팔기도 했다.


70년대 부모들이 아이였을때 50년대 힌국


우리의 부모 세대는 6.25 전쟁중에 아이시절을 겪었다. 당시 어른들은 대부분이 죽거나 살거나 반타작 한다는 심정으로 아이들을 열명 가까이 줄줄이 낳았고 백일과 돌을 지나 살아남은 대부분은 길거리 고양이처럼 자라야만 했다. 그런 부모들이 자신들의 어린시절을 참고해 아이를 기르려 했고 대부분은 3형제에 방임형태가 많았다. 그 아이들이 바로 현 586 우리세대다.



나라는 가난한데 애들을 줄줄 낳기만 해서 80년대 까지도 범국가적 캠페인이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였다. 많이 낳으라는 독촉이 아니라 둘 까지만 낳고 애 낳는걸 멈춰달란 말이었다. 그러나 마땅한 피임 방법도 없고 아들 못 낳는것이 죄가 되던 시절이라 어른들은 달고 나올때까지 애 낳는걸 멈추지 않았다. (국가에선 남성 정관수술을 장려했다.) 지금은 반대로 아이를 안 낳아 인구소멸로 국가가 사라지는걸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둘은 커녕 하나라도 낳아달라 국가가 애원해야 할 상황이다.



학교에서 매년 예방주사와 변검사 한다고 똥 담아오라고 시켰고 날잡아 국가에서 쥐약을 나눠줬으며 못사는집 아이들 머리엔 ‘서캐’ 라고 하는 생물체들이 항상 거주했다. (서캐 추려내는 빗이 가정 필수품 이었고 박박 깍은 중머리 아이들도 있었다.) 그 시절엔 음식물 찌꺼기 처리와 방범벨 용도로 개를 키웠고 쥐 잡는용으로 고양이를 키웠다. 식용으로 사용 하는것도 자연스러웠으니 개 고양이도 잘살게 된 나라덕을 크게 보고있다.


워크맨 레트로 디지털 초창기 아날로그 낭만이 가득했던 그 시절 매일같이 새로운 물결이 닥치고 인류문명은 쉴세없이 점프 도약을 한다.


위 아래 전부 훝어보면 현 586세대는 근대사에서 그나마 가장 축복받은 행운의 시간대를 관통한 세대다. 산업화 시대 아날로그 문명의 전성기에서 디지털 문명으로 전환되는 모든 과정들을 다 통과해 누려봤다. 군사 독재를 경험했고 민주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을 생생히 지켜보고 참여하였다.


극빈 국가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의 모든것을 희생했던 부모세대 덕으로 워크맨 비디오 해외여행 프로야구등 물질문명의 여유를 누리기 시작했고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서 현재의 과도한 사치가 일상화된 (수치상) 경제 부국이 된 나라로 되기까지 많은 기회의 시간들을 다 겪었다.


90년대만 해도 유럽에서 한국이란 나라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 이었고 지금의 한류열풍은 당시로선 꿈도 꾸지 못할 사건들이다. 아프칸 같은 부모세대의 가난을 보았고 물질적 부유함을 맛보았고 국제적 위상이 달라져 감을 피부로 느꼈다. 물론, 그 안에서도 각자 자란 환경은 다를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 세대를 아울러 가장 균형적 시각을 가질만한 시대적 경험과 체험을 그 어떤 세대보다도 골고루 누리고 기회를 가졌던 세대란 의미다.


동시상영 극장을 즐기던 청소년기 시네마천국 옛 극장의 추억


그런 586세대의 시각에서 민주주의 토대위에 부유함 속에서 크고 자란 그 다음 세대 40대 그리고 더 부자나라가 된 그 다음 완벽한 디지털 세대인 현 청년세대들이 처해있는 현 시스템을 보면 안쓰러움을 금할수가 없다.


우리 부모 세대는 나라가 가난했어도 사글세 단칸방에서 신혼 시작해서 저축하고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소박한 자기집 정도는 마련할수 있었고 분가하는 자식들 에게도 어느정도 나눠줄 지분을 비축할수 있었다. 그런데 잘사는 나라가 된 지금은?. 나라가 가난했지만 우리 세대가 누렸던 많은 것들을 그들은 더 부유한 국가에서도 박탈 당해야만 한다. 주거 문제가 그렇고 일자리 문제가 그렇다. 심지어는 연애 결혼 출산 문제까지도..  (그렇게 만든 주역이 바로 우리세대다.)


돈신에 열광하다 보니 인간성 타락이 심각해져서 과거엔 생각지도 못했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온갖 함정과 범죄가 수없이 도사리고 있다. 모든것의 가치기준이 돈돈돈 이다보니 퇴폐 유흥가 네온사인 강남스타일을 국제 무대에 각국 정상들 앞에서 엑스포 유치 홍보물이라고 PT 하는 천박함까지.. 지금의 돈에 미친 한국의 모습이다.


지금의 현 한국 상황에 대해 노인들은 젊은것 탓하고 젊은것들은 부모세대 탓 하지만 중간지대인 586세대는 스스로가 한 짓들을 돌아본다. 그리고 돌아봐야만 한다. 나라를 움직이는 가장 힘있는 세대임과 동시에 책임감에서도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세대다. 과거를 기억하고 지금의 현실이 왜 이모양인지 정확하게 볼수있는 균형감을 가질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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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못살던 시절에도 극소수 특권층들은 있었다. (나의 어머니 외가쪽도 (7남매중) 큰외삼촌은 어린시절 바이올린 개인교습 받을만큼 여유로운 집안 이었다. 반면 아버지 쪽은 (5남매로)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커온 환경은 극으로 달랐지만 양반 가문이라 해서 중매로 결혼이 성사됐다. 60년대는 부자가 워낙 귀했던 시절이라 그것이 가능했다.)


달동네 전원일기등 서민들 궁상떠는 모습 드라마 들이 인기있던 시절의 우스꽝 스럽게 묘사되는 부자들 캐릭터가 지금은 꽃미남으로 변신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다. 시골 비포장 논밭길에서 일억짜리 테슬라가 튀어 나오고 이건희만 타는줄 알던 마이바흐를 시골에서도 목격한다. 표면적으로는 분명 어린시절에 모두가 꿈꾸던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그러나 매끼 고기반찬 먹는다해서 현대인들은 행복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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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점점 부자나라가 되도 일반 민생과 국민들 행복이 점점 박탈 당하게 되는 문제. 가질수록 커져가는욕심이 승자와 패자로 갈려 점점 빈부 격차를 벌려가기 때문이다. 인간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자본주의가 지닌 약점이 그러한데 거기에 태생으로 우열을 나누는과거 신분제 시스템까지 덮어씌우면 일반 서민들은 꼼짝없다. 현재 힘있는 자들이 주장하는 바가 그것이고 주도하는 세력 또한 특권 계층의 586세대다.


변명할 꺼리야 차고 넘치겠지만 뒤돌아 보고 좌우 살펴보고 스스로 책임감과 반성할줄 아는 세대가 돼야한다.


세월호 사건 10주기를 맞았다. 특권층의 아집이 한줌 지지자들 믿고 고집을 밀어부치니 또 다시 배가 잘도 넘어간다. 수백명 아이들 며칠동안 침수 당하는걸 눈뜨고 생중계로 지켜 보았던 세월호 기억하는 자들만 이라도 사건의 교훈을 잊지말자. 스스로 벌린 일들에 대해 인정하고 책임을 져라. 그게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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