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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un 03. 2024

[70년대 vs MZ 냥이] 둘의 연애 스타일

촌스럽고 싱거워도 순박하니 흘러간다.


녀석은 연애를 해본적이 없다. 다른 냥이들과 사교조차 해본적이 없다. 새끼때부터 집안에서 성묘로 늙기까지 9년을 혼자 생활해온 터다. 이제서야 친구를 찾고 다시 사춘기적 흉내를 내며 회춘(?) 중이다.


녀석이 하는짓을 보니 중성화 해도 암컷에게 끌리긴 하는데 뭘해야할지 몰라 무작정 들이밀고 허둥대기만 한다.  60-70년대 한국의 까까머리 교복남들 하던 행태다.


낮선 성묘끼리의 만남은 암수 이전에 영역권 다툼이 우선이다. 합사가 실패하는 이유가 사소한 영역권 분쟁으로 부터 시작된다. 서로 적대감 없는거 같길래 맞대면 시켜주려고 둘다 좋아하는 츄르 다과 자리를 마련해 본다. 결과는..


완전히 예상밖이다.


녀석둘 자리 만들어 주려고 설치다 깔판 이불짐만 한가득 생겼다.


둘다 각자 집안으로 도망가 아무도 츄르를 건드리지 않는다. 그나마 잘 나가나 싶다가 갑자기 분위기는 반전 냉기가 흐른다. 하던일도 멍석 깔아주면 멈춘다는 속담이 100 들어 맞는다. ‘뭐야? 내가 뭘 잘못했지?’  츄르를 거부하는 경우를 처음 당해본다.



녀석들의 밀당 스타일을 보아하니 서로 눈만 마주치며 눈치만 본다. 냥순이는 겁나서 경계하는거고 냥돌이는 도망갈까봐 감시(?) 하는거다. 길양이들에게 계속 까인바 있어 무작정 들이대는짓은 안한다.


그러다 냥순이가 자리를 뜨면 황급히 쫒게 되는데 매번 냥순이가 화장실에서 일보려는 중에 허겁지겁 들이대고 마주치면 서로 당황 하는터라.. 나댈수록 꼬여가기만 한다.


 “너 좀 쟤가 다가올때까지 가만있어 기다리란 말야” 야단치면 자기도 알아서 순순히 물러난다. 반복 반복이다.


내 침대를 사용하려면 그만한 댓가는 각오해야 한다. 마당 뒹굴기도 포기해야 한다. 진드기 방지 살포제 주문했다.


아침에 냥순이가 침대위로 뛰어든다. 그리고 드디어 첨으로 골골송과 함께 꾹꾹이를 한다. 이불 쥐어 뜯어 넝마 만드는거 쯤이야 얼마던지 해도 된다. 막 잠에서 깬 내 머리와 가슴 사이로 파고든다. 드디어 나를 보호자로 인정했다는 신호다. (분리 시키느라 임시로 침실에 둔것인데 앞으론 어찌해야 할지 고민좀 해본다. 이 녀석도 목욕은 싫어할테니..)


몸에 손대고 빗질을 허락 한다는 말 인지라 빗질부터 하고본다. 짧은 털 이지만 스핑크스 종이 아닌이상 털은 빠진다. (털 우적우적 씹어먹을 각오 아니면 고양이 함부로 키우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낮에는 냥돌이와 있는것 보고 다시 나까지 경계한다. 무서운 놈한테서 지켜주는게 아니라 같은편 이라고 생각하는거다. 냥돌이와 빨리 친해지지 않으면 나도 같이 넘어간다.



냥순이가 하악질을 안하면 녀석도 무력으로 싸울일이 없을거 같아 둘이 알아서 하라고 냅둬본다. 녀석이 방에 쫒아 들어가 잠잠 하길래 잘 꼬시고 있나 가 봤더니 이 녀석 젠틀맨 되기는 글렀다. 막상 쫒고나선 뭘할지 몰라 딴청인데 냥순이 집에 들어가 있다던지 냥순이 화장실서 뒹굴고 있어서 냥순이는 침대밑에 숨어 지켜만 본다. 한마디로 들이대고선 한다는짓이 냥순이 자리 빼앗고 행패(?) 나 부리는것이 녀석의 애정 표현이다.


여자아이 울리면서 친해지길 바라는게 유치원 말썽꾸러기 남자 아이들 모순된 심리다. 유치원 남자 아이가 맘에 드는 여자아이 고무줄 끊고 아이스케키 하며 놀리는거 그런건가? 어쨋든 자기들식 밀당이긴 한데.. 녀석이 나댈수록 사이는 멀어져 가는거라..



둘을 무탈하게 관리하려면 집사의 위치에서 남여공학 기숙사 사감의 위치로 전환이다. 두 자녀이상 가진 부모맘이 그럴것 같다. 옛날에는 열명씩도 낳았으니 아이들도 방임 길양이들 비슷한 생활이 될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세대가 그러했고 우리세대도 베이비붐 세대에 속한다. 3-5명으로 자녀들이 줄어들긴 했어도 서민들은 방임의 형태가 비슷하다.



냥돌이는 완전히 60년대 무식한 남자 스타일이고 냥순이는 신세대 스타일이라.. 고양이 한테 상대 배려나 그런것까지 바라는게 어쩜 더 웃긴거다. 냥순이 기세가 장난 아니라서 둘이 잘 맞는다.


사감이 끼어서 통제하고 막는척을 해줘야 녀석은 반항 한답시고 적극적으로 구멍을 찾아내 들이 대려는거다: 다 허락하고 자리 마련해주면 하던짓도 못한다. 자신도 첨이라 뭘해야 할지 몰라서다. 모솔남 타입으로 자유연애는 절대 못할 타입이다. 반면 냥순이는 적극적 성격이다. <엽기적인 그녀> 버전이다. 순식간에 전세는 역전되서 냥돌이가 숨기 시작한다.


모닝 커피 마시는 동안 사고만 치지 말거라 암컷은 질척대는것이 싫은듯 좋은듯 안 쫒으면 자기가 또 나오고 쫒고 쫒기는 놀이중
냥순인 새들 날아가는거 보고 신기해서 쫒느라 냥돌이가 쫒아 다니는거 크게 신경 안쓰는 분위기다.
스핑크스 자세. 영역권 밀당에서 냥순이가 마당을 차지하고 냥돌이는 집안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엽기적인 그녀 스타일, 공간을 공유한다는것이 공동생활의 첫 단계다.


서로 적대감 안 가지고 물리적으로 싸우지만 않음 그럭저럭 흘러는 간다. 연애하는 방법은 몰라도 룰에서 어긋나지만 않음 시간이 다 해결해줄 것이다. 인간은 이제 빠져줘도 지들끼리 알아서 될듯 싶다.


경험이 없다는게 죄는 아니다. 대신 순박함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냥돌이는 또 까이고 반성중인데 재도전 기회는 얼마던지 있다. 중매결혼 장점이 첨엔 안 맞아도 같이 살수 밖에 없어서 대부분 무탈하니 가족간에 사랑하며 산다는 것이다. 인권 유린이란 비 인도적 관습임에도 자유연애 낙방생들에겐 반대로 ( 부모와 사회적 제도가 알아서 다 해줬으니 )희망적 제도였을 것이다. 제각각 장단점이 있다. 생활은 디즈니식 해피엔딩이 끝이 아니다.


쟤 왜 나랑 안 놀아줘? 다시 양양 거려도 난 무시다. 너가 깨우치고 배워야 할 몫이다. 처음 온 냥순이는 완전히 신세대인데 너 처음 왔을때를 생각해 봐라. 너가 뭘해야 할지 알것이다.


https://youtu.be/sjFNeQyUfQg?si=O7g_1Cyj8cFgLU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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