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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un 04. 2024

굉장히 유치한데 진지해 ’나 잡아봐라‘

고양이 암수간 밀당이란게.. 말이지.


<나잡아 봐라> 장면은 6-80년대 한국 멜로 영화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본씬 이다. 당 시대 청춘 남녀들의 로망이 나잡아봐라 다.


70년대 일단 바닷가, (70년대는 청춘 남여가 당일치기 불가, 기차나 고속버스 갈아타며 바닷가 한번 가는것이 평생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한 엄청난 이벤트다.)


바닷가 도착하면 서로 이름을 메아리쳐 부르며 달리기 시작한다. 영희- 철수C.eeee…  미친년처럼 여자가 웃으며 혼자 막 달려가면 남자가 한손을 앞으로 쪽 뻗고 영희 으영희 하면서 5미터 내외 간격에서 쫒는다. 물론 달에가서 우주인 걷는것처럼 슬로우다. 그러면서 여자가 ‘나 잡아봐라 ’ 하는것인데.. 지금보면 이것들이 미쳤나..


https://youtu.be/0L_YrXG7MP4?si=LTzVupOgYdWwNoW7

나 잡아봐라 광고


90년대 들어서 사람들은 이런짓 안하게 됐다. 드라마 보면 가끔 나오긴 하는데 웃기려고 패러디 하며 노는거다. 그때 배우들이 다 늙어선가? 2천년대 엽기적인 그녀처럼  ’나 안잡음 죽어!‘ 강제로 협박 당하지 않는이상 여자들도 미친년처럼 갑자기 뛰는일 없고 남자들도 너 뭐하냐? 도둑년 아닌이상 안 쫒는다. 한마디로 유치해 관심없음 이다. (유치할수록 당사자들은 좋아 미치는게 사랑인지라 제대로 연애란걸 안해본 (나같은) 사람은 내심 속으로 부러워 한다.)


암수가 영역을 공유하니 둘이 안 친해도 안정감은 생기고 집안엔 평화로운 기운이 돈다.
마냥 바라만 봐도 흐믓한 탐군
모든것이 마냥 신기하고 새로운 첼양 자신의 영역권을 조금씩 확보중이다.


진지한 나 잡아봐라 놀이가 어떤건지 두마리 암수 괭이를 보면서 잘 관람중이다. 이게 진짜 나 잡아봐라 놀이인거다.



얘들 등쌀에 오늘은 새벽 3시에 기상했다. 탐군은 5시였는데 첼양은 3시다. 3시에 침대로 뛰어들어 열심히 꾹꾹이 안마를 해대고 탐군은 밤새 문앞에 대기중이고.. 이것들 여름되니 둘다 노는데 정신이 팔려 잠잘 생각들을 안한다. 얘들 땜에 새벽부터 부지런히 마당 청소다. 흙바닥은 아니라지만 혹시 몰라서 진드기 방지제 곳곳에 뿌리고 쓸고닦고 빨아들이고 얘들 햇살 즐기는 댓가를 내가 치뤄야 한다. 둘다 운동량이 많아지니 잘먹고 잘싸긴 한다.



평화롭긴 한데 매우 단조로운 나잡아봐라 놀이의 연속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둘 사이가 안좋아 싸워대는줄 알거다. 사실은 첼양의 하악질이 경계라기 보다는 “아이 귀찮아 다가오지마” 정도고 계속 까이면서도 탐군이 잘 질척댄다. 그러다 무심한듯 풀죽어 있으면 첼냥이 또 먼저 다가가 나 잡아봐라 그러고 도망치는 친해지기 위한 정석 과정이다.



암컷 입장에선 일단은 싫은척 튕기고 수컷의 애탐을 당연한 권리로 알고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즐기는데 둘다 집냥이라 가능하다. 길양이들 사이에선 발정기에 지배돼 진짜로 쫒고 쫒기면서 힘으로 수컷이 도망치는 암컷을 제압해 관계를 가지거나 발정난 암컷의 적극적 유혹이 아무 수컷이나 덤벼들게 하거나 이다. 그 이후의 애비없는 새끼들 줄줄이 출산 반복이 대부분 암컷 길양이 들의 삶이다. 녀석 둘다 중성화 한데다 암수 끌리는것이 발정이 아닌 본능적 친구찾기 외로움이라 평화로운 나 잡아봐라 놀이가 가능하다.



한 녀석은 집사와 친해지기 위해 애교가 늘어가고 한 녀석은 신입을 꼬시기 위해 개그가 늘어가고 녀석 둘다 올 여름 생애 처음 경험하는 신세계로 인해 흥분 상태다. 나는 얼떨결에 지인의 고양이를 맡았다가 갑자기 벌어진 일들이라 아직 발톱도 못깍고 약도 못 먹이는 초초보 집사다.


겨울은 어찌어찌 탐군 맡으면서 전주인의 조언과 코치가 있었다지만 지금 여름의 상황은 전적으로 내가 어떻게 세팅하는가에 달렸다. 셋의 동거에 있어 가장 평화롭고 모두 행복한 방식을 찾는중인데 지금 상태로도 상당히 안정적이고 만족 스럽다. 둘 사이가 좋고 나쁘건 둘 사이 풀어야할 문제고 싸우지 않고 사람한테 의지해 양양대는것이 없어졌고 한마리 키울때보다 알아서들 신나게 노니 관리하는 인간 입장에선 상당히 여유로워 졌다.



모든게 초기 세팅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렸다. 지금은 셋다 새로운 동거룰을 익히는 과정이다. 속보이는 개그와 놀이들 내가 니들 땜에 웃는다. (확실히 암컷을 들이니 녀석 행동이 안정감 생기고 확 달라졌다.)


사이가 안좋은거 처럼 보여도 친해지려고 그러고 노는거다. 진짜 <나잡아봐라> 놀이에 빠져 둘다 신났다. 인간은 이쯤에서 슬쩍 빠져주는게 도와 주는거다. 난 니들 털과 먼지 덕분에 청소나 열심히 하자.


https://youtu.be/xmTHpAbMFb0?si=7haltlLexP1kjj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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