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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un 06. 2024

[탐과 첼] 의 아름다운 첫 데이트

에덴의 마법이 이루어 졌어.


녀석둘다 생애처음 아름다운 밤의 첫 데이트를 경험하다. 고양이들의 야행성 본능과 분위기, 수없이 까이면서도 마냥 순둥이로 단 한번 맞대응하지 않은 탐군의 끈질긴 인내의 승이다.


* 암컷 원래 이름이 ‘체리’인데 ‘체리야’ 부르면 아이폰 시리가 자기 부르는줄 알고 계속 끼어들어 줄여서 ‘첼’ 이라 부른다. 오랜 지인이 사정에 의해 맡긴 ‘탐군’도 원래 이름은 ‘타미’다. 둘다 원주인이 지어준 이름들이고 둘다 새끼때부터 혼자 집안에서만 커오다 파양당한 상처를 지닌 (9살,3살) 성묘들이다. 둘다 중성화를 했고 성묘라 해도 둘다 사교경험 전무, 연애경험 전무, 나에게 오기전까진 햇살아래 야외 경험이 없었다.



무더위 속에서 한 여름밤 이정도 분위기 내주면 아무리 중성화 했어도 성묘끼리의 만남이다. 둘다 이성에게 뭘해야 할지 몰라 나 잡아봐라 유치원 아이들처럼 술래잡기만 하며 놀았지만 둘다 처음 맞는 아름다운 여름밤 흥분해 들떠서 몽롱한 상태다. 내가 너 행복하게 만들어 주마 약속했잖아. 난 약속을 지켯어.


심오한 의식에 빠져있는 탐군 어제부터 첫 데이트 성공후 침묵 모드다.
깨뭄에 첼양을 데려온 나에대한 고마움과 밤되서 첼양을 집안에 불러들인것에 대한 아쉬움 원망이 같이 담겨있다. 아홉살 성묘가 드디어 청춘맞고 소원성취 했다.


사실 저녁이 되기 바로 전까지 어젯밤 탐군의 난동 사건이 터져 모든것이 파토나는 분위기 였다. 탐이 텐트안에서 밤에 집안에 들어가기 싫고 첼양이도 같이 놀게 내보내라고 시위를 벌리다 내가 강제로 집안에 들여놓는 과정에서 앙탈을 부린건데 상남자 끼리야 일상 아웅대는 앙탈이지만 신입인 첼양 눈에는 탐의 신경질적인 앙탈이 처음 겪어보는 공포였는지 내가 탐군 강제로 안고 들어오니 무서워 비명을 지르고 내 다리를 문다. ( 애 니까 우는거고 고양이니까 무는거다. 고양이가 놀라서 물었다고 인간이 화내면 관계는 악화 파국으로 간다. 원만한 관계를 원한다면 밴드하나 붙이고 화내는 대신 달래주고 진정 시켜야 한다.)


나는 위험한 놈이 아니예요 손을 앞으로 묶고 배를 발라당 보이며 꼬리를 흔드는 말춤개그 탐군이 안 까이려고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스킬이다.


탐군이 말춤까지 춰가며 노력한 보람도 없이 진짜로 ’ 너 싫어 무서워 다가오지마!‘  이번엔 완전히 대차게 까인거다. 영역권을 가장 중시하는 성묘들의 영역권 분쟁이 시작되면 합사실패 동거는 바로 파토난다. 첼양이 심하게 불안심리를 보이면서 가출하려는듯 안절부절 파토직전 자리를 못잡는 와중에 마법이 펼쳐졌다.



태양열에 의해 놀이동산에 자동 점등 불이 들어옴과 동시에 분위기에 취해 첼양의 발정 본능 마법의 포텐샬이 갑자기 터진거다. 야행성 고양이들의 발정 본능이 터지면 누구도 못말린다. 둘다 중성화 한데다 사교 경험들이 없어 뭘해야 하는지는 몰라도 흥분해 날뛰면 뭐라도 하면서 논다.


*발정 본능이 터지면 암수 둘다 굉장히 괴상한 그르릉 소리를 내며 본능적으로 안절부절 아무거나 붙잡고 몸부림을 친다. 중성화 했어도 기본 본능은 남아있다. 암컷은 교태를 부리지만 수컷의 발정은 폭력적일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 (길양이들 끼리는 발정난 암수가 울음으로 서로를 부르거나 발정난 수컷이 폭력으로 지배하는데 관계가 끝나면 바로 헤어지고 암컷이 계속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 몇년살지 못한다.)


첼양이 갑자기 탐군에게 달려가 나잡아봐라 수작을 건다. 발라당 누워주기 까지 해도 탐군은 뭘할지 모른다. 결국 날라 다니는 벌레 사냥에 첼양이 빠져들고 나잡아봐라 하다가 조용하길래 뭔 사건이 벌어지나 몰래 훔쳐 봤는데 둘다 뭘할지 모르고 그냥 멀뚱이 앉아서 난생 처음 겪어보는 핑크빛 분위기에 취해 있다. 암컷이 발정나도 번갈아 술래돼서 달리거나 어색해 딴청 부리는게 전부다. (반대로 수컷혼자 발정나면 폭력 사태로 번져 바로 파토날수 있다.)



반전을 거듭하는 녀석들의 청춘 드라마를 지켜보며 나도 같이  분위기에 취했다. 내심 야한 사건이 벌어지겠거니 했는데 결국 뭘하고 놀아야할지 모르는 유치원생들 첫만남 같다. 둘다 성묘이면서도 생애 처음 경험하는 이성간의 데이트로 녀석들에겐 절대 잊을수 없는 아름다운  밤으로 남을것이다.


첼양의 야생 본능이 때맞춰 터져주고 내가 열심히 마련해준 분위기에 순둥이 탐군의 초인내심의 결과다. 탐군이 한번이라도 첼양의 하악질에 맞대응 했다면 바로 파토인데 순둥이라 물러나 주고 또 들이대고 물러나고 집요한 인내가 결국 데이트 소원성취다. (인간 사회에서 그랬다간 싸이코 스토커로 수십번 신고 당했을것이다.)


녀석들은 둘다 파양의 트라우마를 안고있어 보호자 사랑에 목말라한다. 가장 두려운것이 또 버림받는것이다. 이동가방 보면 경끼 일으킨다.


집사의 사랑을 절반 빼앗겼다 생각할땐 질투와 갈등이 시작되고 집사의 사랑과 이성 친구의 사랑을 동시에 얻는다 생각하면 행복감이 두배가 된다. 녀석들은 두배의 행복을 택한것이다. 집사 입장에서도 형제가 어린동생 돌봐주듯 부담이 줄거나 돌볼 대상이 두마리가 되서 부담근심이 배가 되느냐 갈림길이다.



다음날 역시나 새벽 3시부터 첼양이 내 침대로 뛰어들어 꾹꾹이 안마가 시작되고 탐군의 문앞 조르기 양공작전이 벌어진다. 두 녀석의 양공 등쌀에 역시 안 일어날수가 없다. 4시에 모닝커피와 흡연을 위해 마당을 나와보니 아직 소등이 되지 않은 상태인데 녀석 둘다 미친듯 뛰어 나간다. 불과 5시간 전에 그렇게 뛰어 놀고도 .. 첼양도 다른 냥이와 같이 뛰노는게 처음 인거다.


모닝커피 마실일도 없는것들이 신나서 둘다 새벽부터 흥분해 뛰어 다니며 나잡아봐라 놀이가 시작된다. 전력질주로 왔다갔다 집안과 마당을 격하게 쫒고 쫒기면서도 숨소리도 안 들리는것이 그만큼 둘다 놀이에 집중하고 있다. 침묵모드로 번갈아 술레돼서 쫒고 쫒는 진지한 나 잡아봐라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둘다 뛰는 속도도 빨라진다.



새소리와 길양이들의 처절한 통곡과 울음소리 천국과 지옥의 소리가 동시에 울리는곳이 시골마을의 새벽이다. 길양이들 통곡이 멈추면 새소리만 울리는 평화로운 아침이 온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녀석들에게 바라고 꿈꿨던 이상적 형태다. (더 나아가 서로 그루밍 (털 핣아주는것) 까지 해주면 안정적인 가족이 되는거다.)



다른거 바라는건 없다. 둘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을 누리거라. 너희들 덕분에 새벽 모닝커피와 함께 에덴의 천국을 보고 있노라.. 둘다 진정으로 행복해 하니 찜통 더위속에 열심히 마당 물청소한 보람이 있구나. 화목함 속에 평화와 안정이 찾아 오도다.


https://youtu.be/AhUb31Octxs?si=FRfmIL0G31TZxz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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