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은 먹이와 안락한 잠자리가 보장되고 나면 할짓이 별로없다. 놀거나 자거나다. 거기에 환경이 따라주면 자유롭게 뛰어놀고 연애를 하게 되는데.. 녀석들에겐 지금 햇살이 풍족한 여름이 그야말로 지상낙원 천국이다. 집냥이들 대부분 여름엔 무기력하게 잠들을 자는데 둘다 매일같이 흥분해 잠들을 안 잔다. (덕분에 나까지..)
녀석들은 신세계를 경험하는중이다. 한놈은 자유라는 해적놀음에 한놈은 연정에 빠져서 붕붕 떠다니는 상태라 잠잘 생각이 없는것이다. 노는게 너무 재밌어서 안자고 계속 놀고 싶은마음 어릴때 나도 겪어본바 있어 잘 안다.
*고양이들은 원래 잠을 많이 잔다고 당연한듯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환경이 그러해서 어쩔수없이 순응하는 것이다. 집안에서 한마리만 키우다 대부분 성묘되면 무기력에 우울증 온다. 탐군도 나에게 오기전까진 하루 20시간 잠만 자던 녀석이다.
아침부터 마당에서 뛰놀고 싶은 녀석들의 마음을 짖밟는 소나기가 온다. 녀석들이 지독히도 싫어하는 물이 하늘에서 대량 쏟아지니 이게 모냥? 둘다 내 얼굴만 쳐다보고 첼양은 어리둥절 탐군은 항의하듯 양양 댄다. 이 녀석은 뭐든지 나한테 양양대면 다 되는줄 아는듯.. 여자친구 까지 만들어 줬으니..
뭐? 비오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이 녀석들 그냥 냅두면 소설 소나기라도 찍을 기세다. 둘다 여름이 되니 마당에서 뛰노는 마술에 홀려 미친듯 잠을 안잔다. 탐군도 처음에 그랬듯 이번에 신입인 첼양이 흥분해 계속 한 두시간 토막잠 외는 통 잠을 안자고 마당에 나가고 싶어한다. 탐군도 며칠동안 잠 안자고 해적놀이에 빠져서 친구 찾겠다고 가출하고 난리를 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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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첼양은 암컷이라 가출 생각은 안 한다. 호기심이 왕성해 파리나 모기 나비 새들 날라다니는것 쫒는것 만으로도 하루종일 방방뜨는 첼양이다. 방안에 가두면 모기 한마리랑도 몇십분은 논다. 새 날라다니는것 쫒아 마당 뛰어 다니는 재미에 빠져 탐군 스토킹도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집안에 들어오면 불안해 쫒아 들어왔다가 금새 또 나간다. (첼양은 아직은 내가 시야에서 안보이면 불안해 한다. 그럴때마다 눈치없는 탐군 머리를 쥐어 박는다. 야 좀 잘좀 챙겨봐!)
신입 첼양이 해적놀이에 빠졌고 선배인 탐군은 열심히 꽁무니 쫓으며 스토킹 한다. 집안에서만 곱게 커온 첼양이 생애 처음 본능적 ‘자유’ 란걸 경험하는 중인거다.
첼양의 행동 습성들에서 전주인이 어떤 스타일 이었을지 짐작 가는데 새끼땐 사랑을 듬뿍 받았을 것이다. 반면 제약도 많았을 것이다.
화장실도 폭탄맞은 자리처럼 일보고 외곽으로 모는 탐군과 반대로 가운데로 산처럼 곱게 쌓아 모래한톨도 안흘린다. 게다가 고양이들 본능인 스크래치를 아예 안한다. 이것저것 사줬는데 아예 관심이 없는것이 정기적 발톱 미용을 받아 해본적이 없거나 특정 스크래치만 주인이 허용했다는 의미다. (무의식중 스크래치 자세를 취하다가 의식하고 멈춘다.) 고가 가구 많은 집에서 보통 그런식으로 키운다. 파양 하면서도 정식 기관에 나름 거액 돈을 지불했기에 안락사를 면하고 보육사 소개로 나와 인연이 닿을수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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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파양당한 성묘들은 길거리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잡혀 안락사 당한다. 보육원에 맏겨도 입양이 안돼 안락사 아니라도 대부분이 그냥 좁은 진열대(?) 갖혀서 잠만자다 생을 마감한다. 성묘 상태로 파양 당했음에도 탐군은 주인복에 원주인과 나의 오랜 인연의 은덕까지 입은 녀석이고 첼양은 귀족출신에 주인복 인연을 타고난 녀석인거다.
탐군은 요즘 매일 자면서도 꼬리가 춤을 춘다. 다 늙어 처음 맞는 사춘기적 춘풍에 너무너무 신나하고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이어 말춤 스킬을 개발해 첼냥의 경계심을 뚫는데 성공한 탐군. 스스로 뿌듯함에 자면서도 연습?
첼양은 분리가 필요해 일단 내 침실에 거처를 마련해 줬는데 잠도 안자고 새벽 3시면 침대로 뛰어들어 꾹꾹이 안마를 한다. (탐군보다 몸무게 차이로 시원한 강도는 절반 수준이다.) 발전기가 가동해 엔진이 시동을 걸고 온 몸을 떨기 시작하는데 만져보면 작은 체구에도 출력이 굉장하다. (자동차 배기량 맞먹는 오토바이 엔진같다.) 고양이들의 꾹꾹이는 ‘이건 내꺼’ 라는 표식을 남기는것으로 발바닥에서 자신의 체취 액체가 나온다. 작아도 이불이 축축한것이 생명력이 왕성하다는 표식이다.
한 녀석은 밤새 침실 문앞에서 대기하고 한 녀석은 새벽 3시부터 일어나라고 안마를 시작하고 양동 작전에 밀려 새벽 4시면 기상해 마당을 개방하게 되는데 집안에 들이면 자정 넘어도 마당 문 열어달라고 수시로 졸라댄다. 안 자고 있는 녀석들을 자게 하려고 내가 먼저 자는데 니들은 도데체 언제 자는거니? 틈날때 한시간 정도씩 각자 토막잠은 자는거 같은데 한 녀석이 나와서 노는것 같으면 어느새 또 다른놈도 나와있다.
초짜들 연애란게 사감으로서 둘 사이 막는듯 해줘야 더 적극적이 되고 친해지라고 멍석 깔아줌 도리어 뭘할줄 몰라 겁나서 피하는게 녀석들 스타일이다. 탐군의 집요한 들이댐도 막상 암컷이 가만있음 뭘해야 할지 자기가 당황해 피한다. 그냥 쫒는게 다다. 그 다음은 첼양이 쫒는다. 덕분에 매일 매시간이 변화무쌍 새롭다. 대사 한마디에 울고 웃는 청춘 드라마들이 그렇잖은가? 별것도 아닌데 녀석들에겐 천국과 지옥이 그 별것 아닌것에 달렸다. 매순간 서로의 작은 행동 하나에 울고 웃고 쫒고 쫒기고.. 영역권 동물의 본능이 있는지라 완전히 친해지기 전까진 감시의 눈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
https://youtu.be/xlvF0qXttqA?si=SvkUi5lEoooBNUqT
삶이 언제까지 지금처럼 그렇게 꿈속같은건 아닐것이다. 지금이 바로 행복을 충분히 만끽할 시간대 청춘이란다. 둘다 맘껏 즐기거라. 묘생을 살아감에 빛나고 멋진 여름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