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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y 24. 2024

누구를 위한 ‘안락함’ 인가?

생각했던것과 현실은 완전히 딴판이야


녀석이 마당에서 혼자 노는것에 한계를 느끼고 팬스를 치워달라고 시시때때 졸라댄다. 자신이 나가려고 그러는것이 아니라 다른 길양이들 방문하게 해 달라는 요구다. 한번 외도의 맛을 본 이상 친구를 원하는 녀석의 바램이 멈출 기미가 없다. 고민끝에 혹시라도 녀석과 짝을 맺어줄 녀석을 알아보기 위해 광고 요란하게 하고 시설 좋고 규모가 크다는 사설 입양센터 동물보호소(?)지점에 방문해 봤다. 새끼분양 이외에 안락사 없이 위탁보호비를 받고 파양된 아이들을 입양될때 까지 돌본다는 문구에 혹시나 한거다.


전화 통화로는 메뉴얼 상의 기계적 답변만 들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문의나 상담을 위해선 무조건 방문하는것 외엔 방법이 없다.



한마디로 광고는 광고일뿐이다. 한국사람들 어떠한지 다들 잘 알지않나. 혹시나가 역시나다. 과대광고는 규제대상 이지만 가장 안락한 환경을 홍보하는 입양센터나 동물 보호소(?) 의 경우 그 판단 기준점과 대상이 모호하다.


위치부터 번화가 상가건물이라 동물들이 뛰놀 환경이 아닌것이 좀 의아스럽긴 했는데 직접 가보니 동물이 아닌 인간이 관람 하는데 안락함을 느끼게끔 깔끔하고 고급진 인테리어에 (전화상으로 안내하던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고가가 책정된 손바닥 만한 귀한 종자 새끼들이 가지런히 투명한 박스안에 진열돼어 있다. (아이들이 보면 바로 사달라고 때쓸만큼 비싸고 이쁜 새끼들만 모아 진열해 놨다.)


무료입양 의료지원등 동물 보호 단체처럼 꾸미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물들 장난감처럼 진열해 놓고 파는 전국에 체인점을 지닌 사설 기업의 ‘팻샾’ 매장이었던 거다.


잠 외에 할수 있는것이 없다.


한쪽에 보호소라고 유일하게 성묘 한마리 암컷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진열대 위에 갖혀 하루종일 꼼짝못하고 누워만 있다. 그나마 전 주인이 파양하면서 양심상 고액의 위탁 비용을 지불한 댓가로 안락사를 면한(?) 녀석일수도 아니면 보호소란 구색을 위해 데려다 논 바지일수도 있겠다. 안락사 없는 위탁보호소란 광고문구에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설기관의 실태다. (돈주고 위탁하는 사람도 입양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얘기다.)


암컷이라 하나 덩치가 녀석보다 1.5배 큰데다 모양도 호랑이처럼 무섭게 생겨 둘이 한 공간에 있으면 덩치작은 녀석이 줘터질것 같다. 대부분 성묘의 경우 입양이 안될테니 위탁 해봤자 결국 이렇게 진열대 위에 갖혀있기만 하다 어찌어찌 생을 마감하게 될것이다. 광고 내용대로 돈주고 위탁한다 해도 안쓰러움이 길거리에 버리는것 못지않다.



다른 파양 고양이들에 비하면 전주인의 은덕을 톡톡히 누리는 중임에도 녀석은 이래저래 외롭다. 겨울내 실내에 있을때보다 그렇게 갈망하던 마당을 다 차지했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그것이다. 사람이 마냥 같이 놀아줄수는 없기에 혼자 놀아야 하는데 그러기엔 이미 해볼건 다 해봐서 더 이상 호기심이나 재미가 없다.


내막을 눈으로 확인 했으므로 입양기관을 통한 녀석의 짝 찾아주기는 일단 접는다. 다 큰 성묘끼리의 합사가 가장 까다롭고 어렵다고 한다. 새끼들과 달리 영역권에 대한 본능이 그대로 표출됨에 따라 암컷과 수컷도 성향이 안 맞으면 싸워댄다고 한다. 차라리 새끼와 합사 시키는것이 낫다는 말도 한다. 경험이 없으므로 섣불리 결정 지을수 없는 사안이다.



호감을 갖는지 적개심을 갖는지 서로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선 실제 대면 시키는것 외엔 확인할 방법이 없다.(중성화를 했음에도 녀석은 수컷은 쫒아내고 암컷은 다가가도 자기가 까임을 당한다. 자기가 쫒아내고 암컷이 달아나면 가지마! 안절부절 어찌할줄 모른다.) 팬스가 있다해서 고양이들이 넘나들지 못하는것은 아니고 단지 멋대로 선넘지 말라는 경고 싸인임을 고양이들은 안다. (낙상 사고를 막기위해 일부러 빈틈은 만들어 놓는다.) 연이 닿는 녀석이 생기는지 일단은 그저 지켜볼 생각이다.


이웃집 놀러오듯 길양이들이 가끔 방문해 녀석과 놀아주면 되지 않나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고양이 사회를 모르는 바보였던지. 고양이 사회를 모르면 그런 현실과 동 떨어진 자기식의 생각을 해법이라 안일하게 생각한다. 이 나라 현재 상황이 딱 그러하다. 굶지말고 빵이 없음 케익을 먹으라던 동문서답이 이어지기만 한다. 문제를 모르면 문제 해결이 될리가 없다. 당연한걸 문제라고 보는것이 어찌보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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