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홀리듯 순식간에 짝 만났어
고양이라 하지만 ‘인연’ 이란게 정말 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 지루함에 하품을 남발하며 마냥 늘어져 있던 녀석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후다닥 짝(?)이 생겼다. 한 시간만에 녀석에겐 ‘드림컴 츄르’ 다.
*둘다 중성화된 녀석들이라 그냥 이성 친구라고 하는것이 맞는듯도 싶다.
몇달간 그렇게 길양이들에게 까이기만 해서 “ 걍 포기하고 너 혼자 잘 살아 ” 방금전까지 그런 심정 이었는데 한순간, 짝을 찾아주자 실제 마음을 내니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맞선도 생각지도 못했는데 양쪽이 뭔가 우연히 이심전심이 맞았다. 집에서 가깝길래 그냥 상담차 들러본다 하고 나왔는데 마침 녀석이 무척 심심해 하길래 너 좋은데 가자 무작정 가방에 담아 같이 외출한다. 녀석이 계속 울긴 하는데 확실히 지난번 병원갈때 만큼은 아니다. 자기를 버리려 하는게 아님을 이제 안다는것이다.
김포에서 부터 일부러 데려온 것에서부터 이미 인연이 만들어논 입양은 만반의 준비가 끝난 상태다. (내가 김포에서 일부러 와야하는 상대방 사정을 미리 알았다면 부담감에 만남을 갖지 않았을테고 나가기 직전에 녀석을 챙겨 데려가지 않았어도 그랬을것이다.)
인간도 결혼 정보 회사에서 매칭시킬때 조건 충족 시키는것이 보통 어려운일이 아니다. 등급을 매겨 구분하는데 자신이 이성에게 어떻게 평가 되는지 객관적으로 알고 싶다면 결혼 정보 회사의 등급표를 받아보라. (자신의 눈이 정수리에 걸려 있음이 드러날 것이다.) 걸림없이 전부 맞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갑자기 등장한 이 아이는 몇가지 조건에서 걸리는것이 하나도 없다. 단순입양이 아닌 (성묘끼리 친구맺기) 제약이 따를수 밖에 없는 내 요구에 딱 맞는 조건을 맞춤처럼 갖췄다.
전 주인의 지원과 배려덕에 좋은 알선기관을 만나 새 집사를 맞게된 암컷측 에서도 걸리는것이 없다. 우리애 사진을 보고 마당에 내놓고 키우는줄 알고 머뭇했으나 여름날 낮에 일광욕 차원임을 잘 설명하고 집안털쇼파에서 늘어진 사진들을 보여주니 이해했다.
가장 중요한 서로간의 호감, 맞선을 보는데 울던 녀석이 급 얌전해진다. 영역권 동물인 성묘들 간에는 서로간 호감을 가진다는 싸인이 가장 중요한 선택 사항이다.
녀석이 이성을 보고 흥분해 집에 오자마자 가방 그물을 찢고 밖으로 나올만큼 들떠있다. 마냥 겁보에 순둥인줄 알았는데 기골이 장대한것이 힘이 정말 좋다. 텐트안도 보니까 길양이들 모셔오라고 난장판을 해 놨다. 그 질긴 에어 매트릭스를 찢어놔서 바람이 다 빠졌다. (어제까진 멀쩡했는데..)
당분간은 내 침실에서 함께 지내보자 꾸나갑자기 닥친일이라 공간 마련이 우선이다. 일단 며칠간은 서로 떨어뜨려 놓아야 하므로 화장실 포함 전부 급마련. 일단은 내 침실에다 새 신부 공간을 꾸며 주는데 역시나.. 녀석이 첨 올때처럼 침대밑 구석을 파고든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안정화 될때까진 분리시켜 놓고 먹이 내주고 화장실 마련해주고 숨을 공간 내주고 당분간은 내버려 두어야 한다.
아비종이라 털이 적어 침실에서 함께 지내도 될듯 싶다. 아프리카산 고양이로 파라오가 키우던 고양이 종이라 한다. 길거리에서 태어나 정확한 생일도 모르는 혼혈인 녀석에 비하면 생일과 호적이 확실한 나름 귀족 출신이다. (노털리우스 과는 아니지만 그나마 털이 짧아 날리진 않는것이 가장 맘에든다.)
생각은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갑자기 두마리.. 대책없이 저질르긴 했는데 이렇듯 일사천리 등 떠밀리듯 일이 순식간에 이루어 지는것은 준비된 ‘인연’ 이다. (내가 마술 부려 주겠다고 약속 했잖아. 난 고양이 한테도 허튼말 안해.)
https://brunch.co.kr/@yemaya/2124
어떻게든 되겠지. 녀석의 소원이 다 이루어 지는지는 두고봄 알겠다. 둘다 안정되고 나면 조금씩 친해질 타이밍을 만들어 주마. 본능따라 무작정 들이대는게 사랑이 맺어지는 방식이 아니란걸 너도 알게될 것이다.
*집안에 암컷을 들이니 확실히 녀석의 오매불망 마당 나가게 조르기가 멈추고 안정화 된다. 마당대신 (암컷이 있는) 내 침실이 녀석의 관심권이 됐다. 둘다 성묘인지라 각자 영역권 확보가 우선이다. 녀석이 자기 영역권에 들어온 이성 친구를 얼마나 배려 하는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녀석들이 집안을 다 차지하고 있으니 어째 내가 마당으로 쫒겨난 느낌?)
두 마리가 됐으므로 매거진 제목 <인간 + 한마리> 제목을 <고양이는 말을해>로 바꿨다.
https://youtu.be/sjFNeQyUfQg?si=Yc7wraYxdBRTLCx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