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Jun 18. 2024

세대차이? 성격차이 ?


탐군과 첼양의 가깝고도 먼 밀당의 일상을 중간 시청자 입장에서 지켜보면 탐군이 왜 저리도 멍청하게 까이기만 하는지 확연히 이유를 알수있다.


한마디로 우직한 순정남이긴 한데 타이밍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푸쉬해야할때 피하고 물러나야 할때 들이대고 계속 반대로만 한다.


낮엔 폭염속이라 새벽과 밤에 뛰놀게 한다.
닐라다니는 모든것들이 신나는 장난감들이라..하루종일 쫒아 다닌다. 탐군은 새를 잡더니 첼양은 새는 못 잡아도 나비 정도는 잡는다.


둘의 성격도 정 반대다. 호기심 많은건 둘다 고양이라 당연한데 첼양은 아비종 답게 사교적인데다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 놀이를 좋아한다. 날아다니는 모든 곤충들을 쫒느라 하루종일 뛰어 다니면서 잠도 안자고 지치지도 않는다. (잠자리와 나비 쫒는걸 가장 흥미로워 한다.) 반면, 탐군도 첨에 와선 그랬지만 지금은 또 세상일에 달관한듯 하루종일 늘어짐을 좋아한다.(나랑 닮았다.). 혼자 커와서 원래 우울증을 기본소지 했던터라 전혀 사교적이지 않다. 취미가 같아 둘이 같이 뛰어 다니면 금방 친해질거 같은데 세대차인가 싶기도 하다.


사람으로 치자면 첼양이 3살로 한창 피어나는 18세 청춘이라면 탐군은 9세로 50대 이상 중년이다. 암수가 아니더라도 둘사이 가족간 우애만 생겨줌 다행이다.


감금 훈육이후 드디어 탐군의 가만있기 신공이 먹히기 시작했다. 너무 가만있어서 첼양이 놀아달라 신호를 보내도 묵묵부답 지켜 보기만 한다. ‘5대5? 어차피 내가 5잖아’ 그런것처럼 ‘어차피 까일거잖아 안 속아’ 미리 자포가 반복 입력된거다.


게다가 본능에 의거 막상 들이대고 쫒기는 했는데 잡고보면 뭘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래서 막상 첼양이 미음을 열어도 두려워 피하는건데 박자를 못 맞춘다. 둘이 눈이맞아 불타는 데이트는 둘다 발정포텐샬 본능이 터져야 가능할듯 싶다.


가만히 있자. 그게 남는 장사다 이제 깨달았다.


어찌보면 둘의 정 반대 성향이 평화유지에 더 도움이 되고 관계가 오래 갈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쉽게 달아오를수록 쉽게 식는것이 고양이들 호기심도 그렇다. 탐군이 가만 있으니 첼양이 조금씩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혼자노는 심심함의 한계에 당해낼 재간이 없을것이다.). 고양이가 호감을 느끼는 가장 1순위는 (재력이 아니라) 안정성이다. 위협적이지 않아야 한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 에겐 가만 있는것이 가장 고난이도의 유혹 기술이다. 탐군의 순둥이 성격에 딱 맞는다. 계속 스토킹 해봤자 까이기만 한다는걸 이제 조금 깨달은거다.


새벽부터 첼양이 골골송 엔진에 시동을 걸고 마당에 나가고 싶어 안절부절 하는것이 그냥 무시하고 자기엔 안쓰럽게 느껴져 기상하게 된다. 첼양은 탐군처럼 양양대며 조르는건 없는데 눈과 행동으로 애원을 한다.



탐군은 첼양이 오고나서 행동이 점점 달라진다. 양양댐이 줄었고 펜스앞에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가출 하려던 욕망이 사라졌고 화장실 모래 마구 파헤치던 버릇이 첼양 따라서 안으로 차분히 모으는 방식을 따라한다. 한마디로 안정감을 보이며 제법 어른인양 점잖아졌다.



첼양은 언뜻 겉으로만 보면 순진한 토끼같고 애교만점에 마냥 귀여워 보이는데 반전이 있다. 아비종 특성인지 뭔가 트라우마가 있는건지 적대감을 가지면 사납기가 이를데 없다. 탐군은 첼양에 비하면 그야말로 겁보에 순둥이다. 말썽부려 나한테 발로 툭툭 차이고 구박 받을때도 탐군은 양양대지만 하악질 한번 한적이 없는데 첼양은 애교 부리다가도 위협적이다 생각하면 하악질하고 물기까지 한다. ( 이래서 GR묘라 하는구나. 목욕 한번 시켜보곤 두번 엄두를 못낸다.)


탐군이 목을 장난삼아 물려고 해서 발악을 하는데 탐군을 들어다 떨어트려 놓으니 첼양이 달려들어 말리는 나를 악을쓰며 문다. 엑소시스트 인줄 알았다. 방어수준을 넘어 공격적이라 그걸보고 탐군이 조금 더 겁을 먹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상대도 같은 성격이면 같이 못 키운다.



 둘다 각자 장단점이 있다. 새끼때는 둘다 귀여움 덩어리였을 테지만 성묘가 돼면 개성이 뚜렷해지고 성향이 갈라져 사람 3-5세 아이처럼 된다. 에고가 자라나는 시점이다. 사람처럼 여러 감정을 소유하게 된다.


어쩌다보니 오래 신세진 지인의 요청에 한놈 덜컥 맏았다가 다 큰놈들이 두마리나 됐는데 역시 성묘의 경우 공간이 여유롭지 않은채 키우려면 답이 없다. 새끼때나 장난감이지 성묘들은 좁은 집안에 갇히면 잠자는거 외엔 할일이( 할수 있는것이) 없다. 겨울이 오면 어찌될지는 나도 아직은 모르겠다. ( 좁은 공간에선 날리는 털만으로도 인간의 쾌적한 생활은 불가능하다.) 새끼때 귀엽다고 충동 입양해 커지면 그냥 내다 버리는 젊은층들의 몰상식한 패턴이 그래서 생긴다. 두 녀석다 파양의 상처들이 있고 대부분 파양의 이유는 공간부족 이다.



사람이 계속 놀아줄수는 없는 노릇이고 지금 내가 해줄수 있는것은 햇살을 담을수 있고 마음껏 놀수있는 환경과 공간을 제공해 주는거다. 주어진 환경 맘껏 누리고 행복하거라. 둘이 싸우지만 않으면 된다.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채 가장 달콤하고 로멘틱한 영화를 만드는 나라가 인도다. ‘구름을 건너 나에게 올래?’ 두 버전 비교해 보면 같은 인도영화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알수 있다. 타밀 오리지널 버전은 예전 대히트할때 봤는데 발리우드 버전은 못봤다.


https://youtu.be/YFYiTS46x-8?si=ppnQwci7gaLvpQxE

타밀 오리지널 버젼

https://youtu.be/CSCnZdSLoA4?si=I2sAPrMuJSDtt_WW

볼리우드 리메이크 버전


내용은 인도판 단순한 [갑돌이와 갑순이] 스토리다. 이웃집 처자를 첫눈에 보고 반했는데 여자도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와중에 부모 의견에 따라 중매로 다른곳으로 시집을 간다는.. 이 단순한 구조의 로멘스에 수많은 인도인들이 공감하고 울면서 (인도 내에서만) 대히트를 기록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폭우 재난중 해적놀이에 빠진 냥이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