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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un 22. 2024

‘개구쟁이’ 여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70년대 아이였던 우리는..


70년대의 개구쟁이


나 어릴적 TV 광고중에 ’ 개구쟁이 여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카피가 가난했던 한국 젊은 부부들을 감동시키며 대 국민 유행어가 됐다. 아이들 말썽에 어찌 키울지 몰라 우왕좌왕 하던 부모들에게 ’말 안듣고 말썽좀 부리면 어때 건강 하기만 해라‘  일종의 모범 답안을 선사한 셈이다.


당시는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내 아이들에게 영양을 먹여야 한다’ 가 대부분 아이가진 부모들의 최대 과제였다. 당시 대부분의 식품 광고는 고단백 고 칼로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현대 사회는 반대로 저 칼로리를 내세운다.


https://youtu.be/TjqijDGspas?si=aljt380sVKUznU6L​​


전쟁을 치루고 보릿고개를 막 넘은지 얼마 되지 않던 시절인지라 부자집과 가난한 계층이 살과 몸무게로 양분됐다, 한반에 한두명 부잣집 아이들은 대부분 퉁퉁해서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고 아이 성인모두 통통한 배에 얼굴의 개기름이 당시엔 부자라는 증표였다.


https://youtu.be/2seqOB3bPR4?si=8TtGR5_tt4eddU88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 덩치크고 살찐아이를 뽑는 대회다.


하루종일 뒤치닥꺼리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시는 그 노고를 개구쟁이 라는 녀석들은 알리가 없다. 어버이날 하루 시키니까 입으로만 ‘손발이 다 닳도록 고•오•오생 하시네’ 노래하면서 속으론 손발 다 있구만 안속아 거짓말이얏 한다. 나도 다 해본거라 안다.



”개구쟁이 여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광고만 믿고 정말 지독히도 맛이없는 갈색 푸석한 동물 사료처럼 생긴 알약을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과자라며 먹으라 강요했다. 아이들은 광고 문구를 무슨 말썽을 부리건 이 알약만 먹으면 다 용서된다는 뜻으로 받아 들였다. 부모에게 있어 자녀가 부리는 가장 큰 말썽은 아픈것이다. 부모들은 골치아픈 아이들 영양문제를 그것 하나로 전부 퉁치려고 해서 나 역시 원기X 라는 그 괴기스런 알약을 한웅큼씩 억지로 씹어 먹었다. 허나, 아무리 애한테 과자라 우겨도 안과자인거 애들도 먹어봄 안다. (많이먹음 구역질까지 난다.)


https://youtu.be/auW4D-AQ_IE?si=FEd3IR5LDkP3L_rF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됐는데 이제와서 유효성 없다며 판매금지 처분 빋았다. 고약한 맛을 참고 억지로 먹었던 어린시절의 인내를 어찌 보상할텐가..


뽀빠이 만화보고 아이들이 솔깃해 ‘나도 시금치 먹을래’ 는 했어도 원기X는 (내 개인 입맛엔) 맛이 고약하기 이를데 없어 대부분 아이들은 싫어하고 어른들은 (자기들은 안 먹고 아이들 에게만) 계속 먹이려 했다. (원기X 가 맛도 지금의 영양제 같았으면 아마 국민 식량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시금치 통조림을 먹으면 초인이 되는 뽀빠이가 지금은 파파이스 통닭 브랜드가 됐다.)


https://youtu.be/o_x_HpFN_QU?si=bZjZJ2ZBFTxzVYPG


그나마 아이들이 좋아했던 영양제는 야구르트(요구르트) 다. 서양식 오리지널 요거트 와는 전혀 다른 (일본브랜드) 제품이지만 한국인들에게 요구르트는 제품의 대명사가 됐다. 70년대 ‘야구르트’ 에서 ‘요구르트‘ 로 제품명이 바뀐다. 수십년간 한국인들에게 우유를 발효시킨  (Yogert) 요구르트를 달짝한 음료로 인식하게 만들면서 독자적 위치를 확립한 국민 상품이다.


우유와 함께 하루 하나씩 학교에서 신청한 아이들 상대로 배급으로 나눠 주었는데 한모금 밖에 안되는 작은 분량인지라 아이들은 밑바닥 플라스틱을 이빨로 깨물어 작은 구멍을 내고 한방울씩 빨아 먹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네다섯개를 컵에 모아 한방에 벌컥대며 마셔야 어느정도 충족이 된다.) 접는 종이팩에 담긴 서주우유가 처음 등장해 빈 종이곽 터트리기 놀이 하려고 사내 아이들은 우유를 마셨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급식비를 내고 빵과 우유를 배급받는 아이가 한반에 3분의1 정도 였는데 못받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빵과 우유를 못받는 부모와 아이들 심정이 어떠했을까..


색소를 넣은 분홍색 밀가루 덩어리에 향을 첨가해 ‘쏘세지’ 라고 만든것도 아이들이 좋아했던 반찬이다. 지금은 한국 사람들도 진짜 요거트를 먹고 고기 갈아만든 쏘세지를 먹지만 전쟁중에 만들어진 부대찌개가 지금은 외식 요리로 자리잡았듯 예전부터 먹어왔던 것들은 계속 그 맛을 찾는 수요가 있다. 나도 어릴적 즐겨 먹었던 색소와 향나는 밀가루 소세지 계란옷 입혀 부쳐먹는 반찬 지금도 가끔 먹는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 부모들의 역린을 가장 건드리는 부분이 바로 아이들 먹거리에 관한 것이다. 전 국민이 집단 광기에 휩쌓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라 전체가 히스테리 마녀사냥에 휩쌓였던 대표적 간식 두 가지가 바로 ‘번데기’와 ‘라면’ 이다. 둘다 국민간식으로 사랑받던 음식들 이었는지라 제대로 국민 감정을 건드렸다.


번데기 집단 식중독 사건



6-70년대 당시 시골 아이들은 개구리와 메뚜기를 잡아 먹었고 (70년대 개구리 잡으러 나간 아이들이 집단으로 산에서 실종된 사건이 ‘개구리소년’ 사건이다.) 도시 아이들에게 가장 유행했던 국민적 간식은 번데기 였다. 동네마다 뻔 뻔 외치는 수레가 돌아 다녔고 아이들이 코묻은 십원 동전을 내밀면 신문지 접어서 깔대기 처럼 만든 종이에 뻔데기 장사들이 한 국자씩 뻔데기를 담아주었다. 오래지나면 신문지가 국물에 젖어 버리므로 아이들은 그 전에 신문 깔데기를 들고 이쑤시개로 번데기를 찍어 먹고 국물을 마셨다.


그러다 어느날, 뻔데기를 먹고 아이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려 열명이 죽었다. 당시 번데기는 개인들이 길러 집에서 삶은 솥을 리어커에 싣고 다니며 파는 형태였는데 해당 뻔데기에서 농약성분이 발견됐다는 정부 발표에 하루아침에 뻔데기가 순식간에 나라 전체에서 퇴출 당했다. 어린시절 금지됐던 간식인 뻔데기가 다시 슬슬 거리에 보이기 시작한것이 내가 성인이 되어서 이다. (현재는 생산에 있어 개인이 아닌 정식 식품 사업인가를 받고 해당관청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삼양라면 우지파동



라면의 우지파동은 라면시장 부동의 업계 1위였던 삼양과 2위였던 농심이 자리바뀜 하게 만든 전환점이며 지금껏 삼양은 (내 관점에선) 예전의 그 맛을 못찾고 있다.


식용 소 기름을 공업용 제품 재료( 아마도 고무대용 이나 접착제?) 으로도 쓴다는 사실을 두고 공업용 소기름으로 면을 튀겼다는 누군가의 고발 투서와 조직적 언론의 악의적 공격 이었는데 오랜 법정소송 끝에 삼양이 승소했지만 이미 대국민 감정은 농심으로 몰려갔고 삼양은 2위 자리로 내려 앉았다.


삼양은 국민적 감정을 고려해 우지파동 이후, 소기름이 아닌 다른 기름을 쓰는데 나처럼 우지로 튀긴 오리지널 삼양라면 맛을 아는 사람들에겐 아쉬울 따름이다.


* 식물성 팜유보다 우지가 원가는 더 비싸다고 한다. 원래 고기 육수 라면의 맛을 위해 삼양은 일부러 가격이 더 비싼 우지를 쓴것인데 언론을 이용한 집단 마녀사냥의 결과라고 볼수밖에 없다. 내 개인 취향에선 팜유보다 더 고급 기름인 우지로 튀긴 라면이 (비교할 필요도 없이) 훨씬 맛있다. 그러나 우지파동 이후 언론이 주입시킨 (우지=공업용) 대중 인식으로 인해 어떤 회사도 라면엔 더 이상 우지를 사용치 않는다. 아무리 옛날 포장을 재현해도 삼양의 원래 라면맛은 (우지로 튀기지 않는이상) 영영 복구되지 않을것 같다.


돼지기름으로 부친 김치부침개를 먹어본 사람은 일반 식용유로 부친 김치 부침개 맛이 성에 차지 않는것과 같다.





https://youtu.be/GQ2qAlC0__E?si=LtjfUDNrj0RJh5cW


얼마전에 같은 공장의 사료를 먹은 고양이들이 수백마리 집단 의문사가 발생했다. 경찰이 조사한다며 흐지부지 시간 끌더니 원인을 찾을수 없다란 수사 발표를 냈다. 수십개 제품들이 OEM 으로 브랜드만 다를뿐 같은 공장에서 출시 되는지라 ‘국산은 무조건 거르는게 답이다’ 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국내 사료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만 남았다. 이 나라 현재 경찰 검찰조사의 현 주소다. 상식이 통하지 않고 특검이 아니면 아무것도 진상이 규명되지 않는다.


경찰의 공식수사 발표이후 브랜드 명을 거론하면 닥치는대로 고소 고발이 이어져 현재 국산 사료들은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에게 ‘볼드모트 (정체를 모르는 악당) 사료’ 라고 통칭되어 기피대상이며 반려동물 주인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수입산으로 이동해 가는중이다. 같은 공장 사료를 먹고 수백마리가 동시에 죽었는데도 사료엔 이상 없다는 경찰 발표와 브랜드 명칭을 거론하면 닥치는대로 고소고발 입틀막으로 대응하는 업체들 덕분이다. ( 수의사들도 대부분 사료는 수입산을 권한다.) 덮고 가리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시대가 다시 도래한거다. 좋은일 한다고 길양이들 사료 주는것이 의도가 선해도 결과는 악이 될수도 있다. 퇴근길에 자식 먹인다고 농약 묻은 번데기 사다주고 통곡하던 가난한 노동자 아버지의 사연이 그러했다.


고양이만 두마리 키워도 이리 신경쓸게 많고 속이 짜한데 아이들 키우면 어떨까.. 개구쟁이 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끼때나 귀엽다 난리치는거지 성묘들 끼리 벌리는 밀당 긴장과 나를 둘러싼 눈치작전에서 말썽이 끊이질 않는다.


일단, 녀석들은 사람말 안 듣는다. 고양이 라서다. 고양이가 고양이 하는걸 탓할수는 없다. 온갖 구정물 핣아대고 먼지 바닥 뒹굴던 자기 몸을 다 핣아먹는다. 모기 벌레들 천지인 여름인데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눞히려해도 도망 다니고 병원에 데려 가려해도 가방안에 안 들어 가려고 숨바꼭질과 공성전을 벌리는지라 실강이 하다 지쳐 버린다.


벌레 모기 진드기 기피제나 탈취제 향 같은거 뿌려주면 다 핣아 먹게 되므로 안하는것이 좋다는것을 알게된다.


 ‘개구쟁이 여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70년대 부모들 맘이 그러했듯 바라는게 오직 그뿐이건만, 그 건강이란거 해주려 하는건데도 이렇게 말을 안 듣고 속을 썩이니..  ‘내가 너희같은 개구쟁이 였구나’ 말안듣는 녀석들 보면서 어린시절의 나를 잠시 떠오르게 만든다. 인간이 해줄수 있는건 그저 정기적 예방약 복용, 환경의 청결 뿐이다.


아이를 키워봐야 부모맘을 안다는 말이 진짜다. 나 어릴적 시부모 눈치보랴 아이들 키우랴 맏며느리로 남편 어린동생들 챙기랴. 20대 어린 엄마의 스트래스가 엄청났을 것이다. 아버지는 식구들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경제적 압박과 책임감에 시달렸을 테고 마음과 달리 세 아이들을 방임 형태로 키울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노부모 부양하고 고양이 두마리 키우면서 내가 그때의 개구쟁이 였던 나와 우리 부모님들 마음을 돌아본다.



https://youtu.be/mF2rypr253o?si=pwreQQbtBPRM9Rvz

악쉐이 쿠마르의 엉터리 코메디에 아이쉬외라 레이가 여주를 맡은 인도판 백투더 퓨처 액션 리플레이(2010)


*[액션 리플레이 2010] 는 백투더 퓨처를 무단 표절한 인도의 코메디 영화다. 백투더 퓨처는 젊은 시절의 자신의 엄마를 만나고 엄마가 아들인 주인공에게 끌린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인도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설정이라 새로운 캐릭터가 그 역을 대신하고 주인공이 바보 아빠(악쉐이 쿠마르)와 엄마( 아이쉬와라 레이)를 맺어주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론 평점 1점대의 악쉐이 쿠마르의 엉터리 코메디를 좋아하는데 이 엉터리 영화에 무려 여주가 당시 인도배우중 헐리웃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던 ‘아이쉬와라 레이’ 다.


악쉐이 쿠마르의 코메디는 IQ 50정도에 의식을 맞추고 관람하면 정말 재밌다. 8-90년대 주성치 싸구려 영화들과는 또 다른 맛이다. 개봉당시 역시나 혹평 폭탄을 맞았지만 (나는) 그 엉터리 맛을 좋아하기에 재밌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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